김바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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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문이 막혔던 시간 말문이 트였던 공간 : 얼라이브아츠 코모 <벙어리시인>
얼라이브아츠 코모 글_정진삼 사진_얼라이브아츠 코모 & 정순구 1. 문을 연다. 여관에 들어선다. 좁다란 복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머리 높이만한 문이 있다. 사람하나 누울 자리. 바닥에는 종이들이 가득하다. 낮은 창문. 살짝 시큼한 냄새. 바닥에 기댄 중절모의 반바지 사나이. 누군가 잠들어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방을 옮겨 다닌다. 복도의 끝. 화장실.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의 머리 위에서 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 그 곳에 서 있다. 나무 천장. 얽혀있는 선들. 노출된 회벽. 솟아나온 새끼 못들. 바닥에 수북한 종이들. 공간을 만지작거리며, 소곤대는 관객들. 광대를 연상시키는 큰 코트자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누군가. 벙어리 시인이다. 우리는 공연에 들어와 있다. 특정 장소에서 작품..
2011.11.21 -
강화정 프로젝트「오쏠로기획」- "무지개가 떴습니다"
강화정 프로젝트「오쏠로기획」 - 무지개가 떴습니다. 글_ 김바리 (후리랜스 춤꾼 / 임프로드 바닥) 6월 16일 강남역 lig극장 근처의 맥주집. 강화정연출의 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네 명이 모였다. 인디언밥이 주최한 수다회 자리였는데, 수다라기보다는 수타에 가까우리만치, 공연에서 뻗어나간 각자의 생각들이 내려치고 받아치는 열혈대화들로 맥주가 물처럼 흡입되는 시간이었다. 네 명의 소개 - 익명씨, 쏭, 정옥광, 김바리. 익명씨, 쏭, 옥광은 강화정과 그녀의 공연을 처음 접했고, 바리는 그녀의 작업을 알고 있었다. 참고로, 이 에 대한 소개기사를 신문에서 접한 쏭과 옥광의 기대는 '대단'했었다고 한다. 바리도 그 신문 기사를 보았지만 기사보다는 연출자의 전작을 접한 경험에 의한 기대가 더 컸다고. ..
2011.06.30 -
[리뷰] 몸말프로젝트「바디 모놀로그」- 싸우려고 들이댄 총구 앞에 꽃을 내밀다
"도대체 내 각막에 씌워놓은 현대예술이라는 찬 덮개를 말이오. 씌워놓은 자가 어여 와서 도로 가져가라." 몸말프로젝트「바디 모놀로그」 - 싸우려고 들이댄 총구 앞에 꽃을 내밀다 글_ 김바리 공연을 보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씁니다. 1. 언젠가부터 책을 읽는 일에서 ‘읽는 행위’자체가 중요해졌다. 글자가 열을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종이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글자가 글이 되고, 글이 의미가 되고, 의미가 느낌이 되어 내 심장에 내려앉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격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격하게 두근대는 가슴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책을 먹고 바로 싸버렸나.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고 턱과 이빨을 무척이나 딱딱 부딪히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책을 먹었나. 독..
201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