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루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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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대를 다시 쓰는 열 두개의 상상력 <레퓨지아>, <홍이현숙: 휭,추-푸>
시대를 다시 쓰는 열 두개의 상상력 -‘레퓨지아: 11인의 여성 아티스트의 사운드 프로젝트’ 와 아르코 미술관 기획초대전 홍이현숙 ‘휭, 추-푸’ 리뷰 글_샬뮈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지금의 세계가 겪는 경험은 공통의 상실에 닿아있고, 상실의 크기와 상실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기 다를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사라진 것이 있다면 다른 것들을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있었지만 이제는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빈틈으로 그동안 몰랐던, 혹은 없었던 것을 상상해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수한 질문들 연장선 앞에 만난 두 개의 전시는 겹겹이 쌓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레퓨지아: 11인의 여성 아티스트의 사운드 프로젝트’ (이하 레퓨지아)는 2..
2021.04.08 -
[리뷰] 논리 너머의 것, "죄악의 시대"展 (3)
죄악의 시대 (3) 글 ㅣ 개쏭 -비명과 이명 죄라는 것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이란 깃들 곳 없이 차오르고, 마치 차올라 넘치는 대야의 물처럼, 수도꼭지가 영 잠기질 않고 끊임없이 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넘치고 넘치고 넘치고 이제는 대야를 채우려는 것인지 넘치는 바닥을 물로 채우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런 때가 왔다. 그렇게, 뭘 살아가려는 건지, 뭘 하려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삶은 진행이 된다. 그렇게 진행된 삶이, 그렇게 어디에도 깃들 수 없게, 또다시 아무 곳에도 어우러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삶이 살아지는 그런 순간, 혹은 그렇게 깃들 수 없는 순간, 올라선 의자의 다리가 흔들린다. 몇일 전부터 아슬아슬했던 그 다리 한짝이 지금, 두 발 모두 의자 위에 올라선 지금에야 의자를 고치지 않..
2010.02.23 -
[리뷰] 논리 너머의 것, "죄악의 시대"展 (2)
죄악의 시대 (2) 글 ㅣ 개쏭 -T와 F로 나타낼 수 없는 전시 죄악이란 무엇인가, 또한 그 죄악이 사회 속에서 표현되는 범죄란 무엇인가. 대안공간 루프에서 전시된 ‘죄악의시대’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흩뿌려진 스프레이같았다. 죄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살펴보자.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누군가를 죽였다. 나는 그 한 사람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왜 죽였 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누군가를 죽였고,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경찰들이 달려 와서 그를 체포해갔다. 몇 날 동안 그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자기 어깨를 부여잡고 떨었고, 그 후 몇 주 동안 그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욕을 퍼부었고, 그 후 몇 달 동안 사람들은 자기들은 그 사람 같지 않다고 자신했으며, 잠시 지나..
2010.02.23 -
[리뷰] 논리 너머의 것, "죄악의 시대"展 (1)
죄악의 시대 (1) 글 ㅣ 개쏭 -나오는 순간 목 뒤에 면도칼이 박힌다. 날카롭게 배인 정맥은 한 달의 현기증을 불러온다. 친구의 얼굴이다. 아니, 그 녀석이 맞는지 모르겠다. 이런 얼굴은 본적이 없다. -------------------------------------------------------------------- 리뷰를 시작하자. ‘죄악의 시대’는 어떠한 전시인가. 상당히 혼란스러운 전시이다. 어떠한 인간관을 확고히 부여잡는다는, 그런 단일한 틀이 없다. 공동작업이어서 그런 것일까. ‘사적비극의 서’의 경우 입장이 어느정도 분명하다. 사회적 피해자니 등등의 개인적 구체성을 무시하는 담론을 통해 범죄자 내지는 사회적 피해자들을 보지 말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확성은 다른 작품들과..
201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