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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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다가 보고싶다" - 극단 '로기나래' <소금인형>
바다가 보고싶다 극단 '로기나래' 글_김지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짭짜리한 소금 맛이 묻어나오는 유쾌하지 않은 공기와 비릿한 향기, 갈매기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바다. 그 속을 알 수 없도록 시커멓도록 파란 일렁임, 출렁임. 한없이 출렁거리며 내 몸을 맡기고 싶은 나의 바다. 극단 로기나래의 ‘소금인형’을 보고 나와 첫 번째로 든 생각이다. 바다는 언제나 무엇이든 품어줄 것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은 바다는 때로 공포스럽게 나를 덮치고, 나를 잠식하고 모든 것을 삼켜 버릴 것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어머니의 품처럼 묘사되다가도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꿔 모든 것을 삼킬 듯 한 포식자. 이 아이러니가 ‘소금인형’안에 묻어 나온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10.09.27 -
[리뷰]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 극단 '위드오즈' <숙희씨네 코끼리>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 '위드오즈' 글_ 정진삼 1. 코끼리 어느 날 스승님이 말했다. “상상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할 상(想) 자에 형상 상(像)자. 뒷 글자는 코끼리 상(象)자에 사람(人)이 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코끼리를 보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보지 못한 코끼리의 모양을 생각해서 그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2. 나무 음악극이란다. 라디오 디제이 씨코드와 지코드가 ‘바퀴벌레’ 와 연애하게 된 청취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건반, 타악으로 단촐하게 짜여진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대가 밝아지면 문에 들이찬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서 있다. 가져갈 짐은 싸고, 놓고갈 짐은 남겨진다. 숙희씨네 이사가는 날, 코끼리는 간데없고..
2010.09.24 -
[리뷰] 이야기꾼의 책 공연 - 보여주는 이야기, 표현하는 이야기꾼
- 보여주는 이야기, 표현하는 이야기꾼 이야기꾼의 책 공연 글_김지선 이야기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상만사를 꿰뚫을 것 같은 매서운 눈매와 연륜이 묻어나는 백발 및 기다란 수염, 고단한 여행길을 보여주는 상처투성이 맨발과 남루한 옷차림, 주름진 얼굴 사이에서 빛나는 하얀 치아. 그리고 어색하지 않은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 지극히 상투적이고 고루한 인상이다. 언제 각인되었는지도 모를 이야기꾼의 정체는 방랑자의 형상으로 여기저기 떠돌며 이야기를 전파한다. 이야기꾼의 이야기들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책’으로 세상을 떠돌기 시작한다. 음성이 아닌 글자로 들려지는 세상의 무수한 이야기들. 지금 또 다른 이야기꾼을 만나기 시작했다. 팀은 요코사노의 ‘백만번이나 산 고양이’와 마르쿠스 피터스의 그림책 ‘마쯔와 ..
2010.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