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14:37ㆍ07-08' 인디언밥
Take the L trian 3탄 <Paint the house red : 파티 파티 파티>
파티입니다. 왜 파티냐면 그냥 파티입니다 . 무조건 파티입니다. 글쎄, 파티가 맞습니다. 파티입니다.
뉴욕에 오기 전까지는 아니 브룩클린에 살기 전까지는"파티"라는 개념 조차 생각하지 못했었다.
끊임없는 수다와 술 , 시끄러운 음악과 집단 안무의 즐거움을 깨달는 순간 나는 완전히 잔치광,
영어로는 Party Animal이 되어 버렸다. 6월의 첫날 , 내 방에서 살았던 컬럼비아 출신 가스파르의 커다란
로프트에서 열린 파티가 그 시작이었는데, 11 시 즈음 하나 둘씩 맥주를 들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타악기와
피리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와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내 생일 전날이었고 그 곳에도 생일이 가까운 몇 사람들이 있어서 다같이 둘러 서서 축하를 해주며 라틴 댄스의 스텝을 알려주겠다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
어디서 왔니.
뭐 하세요 .
어디 사세요.
뉴욕은 어때요?
내가 만난 몇몇 사람들은 광훈이라는 내 이름을 갖고 사람들은 도리도리하며 발음해보려 애를 써보기도 하고(그나마 라틴계열 사람들은 근사치의 발음을 들려준다 .) 술과 연기에 취해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는 것 같으면서도 비트와 비트 사이로 대화는 끊이질 않는다.
어느 목요일 늦은 저녁 간단한 식사를 하러 들어간 동네 허름한 푸에토리코 식당, 라틴 음악이 크게 틀어져 있고 약간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들이 맥주를 마시며 춤을 추고 있다 . 대뜸 나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자기와 춤추고 있던 여자에게 밀어 붙인다. 졸지에 난 스텝을 밟기 시작했고 그날 밤 맥주 몇병을 얻어 마시고 돌아왔다. 아마 이것도 파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민자 도시의 각 민족이 살아남은 자리에서 그들이 편하게 누리는 시공간은 파티의 즐거움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뉴욕, 뉴욕 , 뉴욕"을 부르신다면 난 "파티, 파티, 파티"다. 음악을 연주하는 퍼포머의 본능에 따라 나도 파티를 열어보기로 했다. 난 작은 토막의 갈비를 준비했고 룸메이트는 빈 수박통 안에 상그리아를 만들어 부어 놓았고 브라질 친구는 달콤하고 엄청 독한 카프리냐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그 친구의 친구들은 마치 교과서처럼 11시 즈음되어 슬슬 모여들기 시작하고 한 두시간의 수다타임이 지난 뒤, 미친 듯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말로 치면 인기가요들( 믹스곡을 빼고 데프트펑크,블랙아이드피스,자미로콰이 정도 ?) 사이 사이에 내 음악을 비롯해 한국 음악을 몇 끼워 놓았는데, 아무런 차이없이 느껴졌고 또 사람들도 즐거워 했다 . 부끄러운 건지 자랑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단독 공연을 할때 불렀던 사람들보다 많이 왔다. 그것도 이틀전에 불렀을 뿐인데, 친구의 친구의 사촌의 사돈까지 벌때처럼 모여들어 즐기고 횡하게 떠나버렸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공연장도 클럽도 아닌 곳에서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걸까? 하우스 파티의 매력을 설명하자면 그 친밀함에서 시작해야 될 것 같다 . 타인에게 쉽게 말을 건내고 대화를 시작하고 얕은 대화에서 토론 또는 작업으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한 게 파티다. 안주가 전무한 이 곳 문화에서 이빨까는 일은 안주, 그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서핑을 하듯 사람들과 가끔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꼭 연락할 것 같은 운명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파티의 대화는 안주의 차원일 뿐이다. 구석진 곳에서 들리는 진한 입맞춤 소리나 더티 댄싱도 마찬가지다 .
다시 말해 파티는 집에서 열려 개인적인 만남이 많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소모적이다. 그 것은 클럽에서 오가는 소위 탐색전 같은 소모가 아니라 일정한 범위내의 사람들이 마치 캐빈 베이컨 게임 *속에 들어간 마냥 서로의 관계 그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다. 노래방 ,술집,나이트, 룸싸롱에서(룸싸롱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이걸 빼고 진술하긴 불가능한 것 같아 슬프다 .) 퍼마시는 우리의 음주가무에 비교해볼때 이 곳 파티에는 오히려 이질적인 거리감과 친밀하지 않은 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파티광인 이유는 거리를 두는 가운데 관계가 맺고 끊어지는 오묘한 친밀감 놀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도 아니다. 마치 포춘쿠키를 여는 것처럼 좋은 사람과 이어지는 경우는 늘 있다 .)
*케빈 베이컨 게임 (Six degree of Kevin Bacon) : 대부분의 헐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6단계 이내에 연결되는데, 이걸 알아 맞추는 게임이다. (무려 그 평균 3.65단계라고 한다 .)
뉴욕,브룩클린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생각해보자면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원초적인 호기심 ,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풀어지는 파티들이 쉬지 않고 열리기에 도시의 예술이 살아 숨쉬는 것일지도 모르?다 .(남미,유럽의 그것과 다른 느낌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 해변가나 공원 혹은 커다란 클럽에서 열리는 파티가 아닌 하우스 파티는 독립적이고 인디에 가까운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 바탕이 깔려 있기에 뉴욕 어디를 가든 즐긴다는 행위의 원형을 느낄 수 있다 .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서 비귀족 극장에서 열린 난장판 같은 오페라를 보면서 또 마리 앙투아네트 (2006)의 화려하고 값비싼 파티를 보다 갑자기 떠오른 상상은 바로 그러한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몇 백년을 거쳐 알파벳을 타고 대륙을 흘러 흘러 내려왔다는 것이다.( 마냥 행복으로 가득 찬 것은 절대 아니다. 블루스와 한이 풀어지는 장소라는 차원을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친구들과의 작은 술자리가 하우스 파티로 이어지고 새로운 사람의 파티로 옮겨가고 블록파티가 되고 우리 동네 파티가 되고 도시 축제가 되고 우드스탁이 되었던 것이다. 와우.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파티가 갖고 있는 왁자지껄한 매력은 이미 공연장이나 축제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했던 광란의 술판에서 이미 늘 느끼고 있던 것이었고 조선 시대 신문물 접하는 마냥 신기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 조금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한국이야 말로 파티문화가 깊게 박혀있다. 강강수월래가 그렇고 쥐불놀이 , 마당놀이가 바로 파티가 아니었을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한다리 두다리 건너 알 수 있는 이웃과 친구들 , 막걸리 한사발 마시고 노래 한 판에 춤사위에 뛰어들고 저 구석에선 눈빛을 주고 받는 야릇한 기운이 펼쳐지는 곳. 잔치 ! 그게 파티다. 문득 기억이 가물가물한 유년시절 장충체육관에서 본 마당놀이가 기억이 난다 . 마치 메디슨 스퀘어 가든처럼 사각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간간이 추임새를 넣는 관객들과 얼씨구나 덩더쿵하는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차 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우리는 그 재미를 잃어버렸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걸까?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멍석은 어떻게 깔아야 하는 걸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여유와 평화로움과 광란의 팬타포트, 즐거운 프린지 축제, 가물가물한 기억의 일산 호수공원의 공연들과 고등학교 축제들. 자, 맥주병에 손을 얹고 기억해보자.
사실 뉴욕이라 불리우는 커다란 문화지역을 대표하는 것은 브로드웨이의 수많은 극장들이나 첼시에서 이스트 빌리지까지 곳곳에 숨어 있는 갤러리 혹은 맨하튼과 브룩클린의 크고 작은 공연장일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 골목 마다 집집에서 열리는 파티를 추가해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 이른 아침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거실 곳곳에 쌓여진 술잔과 술병을 보면서 생각을 해본다. 도대체 어디로 그 취기를 뽑아내는 걸까? 작은 곳부터 그 터널은 시작된다. 사람들의 관계와 즐거움이 중요하고 그를 둘러싼 지역문화가 중요하고 그를 뽑아낼 축제가 중요하고 그리고 바로 그 바탕인 파티가 중요하다.
*Paint the house red: Paint the town red라는 표현은 미친도록 놀아보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기원은 영국 뭐시기 옛날에 어쩌구인데, 어쨌든 단어 하나 살짝 바꿔서 써보니 파티를 즐기자는 구호로 쓰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충설명
* Take the L trian 3탄
* 카카키오가 2007년 뉴욕으로 날아갔습니다.
홍대에서 음악하기, 브로클린에서 음악하기에 관한 비교분석 에세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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