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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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1월 레터] 한 해를 다 보내고서야
눈을 한 번 깜빡하고 나니 한 해가 다 가버렸습니다. 1월에 올린 몇 편의 리뷰 이후 4월 레터를 제외하면 인디언밥은 한 편의 글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적어도 제가 합류한 뒤로는) 처음으로 독립예술집담회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반기의 침체를, 집담회를 계기삼아 다시 끌어올려볼까 생각도 했는데…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눈을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지난해 공공영역에서 밀려나는 예술공간들을 다루고, 지난해 자생적 비평 매체들의 만남을 꾀했던 독립예술집담회를, 공공영역에서 비평의 장 역할을 하던 연극in이 중단된 올해 했어야했는데….눈 깜빡하니 프린지도 지났고, 한 번 더 깜빡하니 갑자기 다시 재발행한다고 하네요. 영문을 모르..
2025.11.14 -
[인디언밥 4월 레터] 어울리지 않는 삶
안녕하세요. 4월이 다 가서 2025년 첫 레터를 씁니다. 사실 지난 12월에 올릴 레터를 썼는데, 불나방의 레터가 늦어지기도 했고, 제가 미리 써두었던 글도 12월에 있었던 일련의 거대한 사건들로 인해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되어 하드에 넣어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 4월이 다 갔네요. 인디언밥 편집위원들은 매년 연초에 만나 식사를 한 번씩 하는데 올해는 그것도 하지 못했어요. 각자의 일상으로 바쁜 봄입니다. 저는 독립예술 어쩌구를 잠시 가을로 미뤄두고 우선 여름 음악 축제를 만들러 기업에 들어왔습니다. 사주에선 제게 프리랜서가 더 어울린댔는데, 잠시라도 규칙적인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그것이 제게 지속가능성을 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생리란...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나름 공..
2025.04.30 -
[11월~12월 사이 레터] '잘'하진 못하지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것입니다.
11월 레터를 거의 반 이상을 쓰고 게재하지 못했어요. 11월 레터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잘 ’하진 못해도 하고 있다는,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가?’이라는 자문해 보게 되네요. 연말은 회고의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럼에도 일을 잘하는 것 또 다른 문제 같았어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과연 ‘잘’하는 게 뭘까"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하게 되었어요. 나름 문화예술 분야의 생리도 아는 것 같고 이런저런 일로 일력도 쌓이게 되니 주어진 일에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들은 더 잘해야 하고 새로운 일은 버벅거리면서 해야 하고 (인간이 만능일 순 없지만) 동시다발적인..
2024.12.14 -
[인디언밥 8월 레터]이야기는 스스로 넓어져서
안녕하세요, 2장의 싱글 음반을 내고 2번의 공연을 하고, 축제 2개를 마치고 돌아온 엠케이입니다. 엄청 대단하게 일하고 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잤습니다. 여전히 2024년의 2/3가 다 갔다는 게 믿기지 않고요. 소나기를 직감하고 음향장비에 비닐을 치러 달려가는 축제 무대감독처럼 시간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붙들고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과 달리, 그저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텍스트의 의미를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 공연을 만들면서 저와 동료는 이주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고, 왜 그 얘길 하고 싶냐는 질문을 주고 받았고, 나고 자란 도시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감각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
2024.08.29 -
[인디언밥 5월 레터] 생애라는 시간 너머
두 달에 한 번은 레터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뭘 했다고 5월 중순이 다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원 조금 넘는 돈을 세 번 썼을 뿐인데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간 것처럼 시간이 숭덩숭덩 지나가고 있습니다. 레터는 핑계고, 사실은 돈을 벌어야하는 나이가 그러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 시간을 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독립예술웹진과 어울리지 않게 돈 얘기로 레터를 열어 사과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최근엔 혜화동1번지에서 하는 안전연극제의 두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은 초연을 봤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작아졌음에도 근사해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집단 여기에있다 작품도 일상공간에 대한 익숙하고 낯선 감각을 일깨워주었어요. 그 사이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습니다..
2024.05.13 -
[인디언밥 2월 레터] 우리 웹진 정상운영합니다.
지난 레터에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이런 글 말고 예전처럼 리뷰를 많이 써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거냐고 적어주셔서 이렇게 남깁니다. 2023년 리뷰 부족했던 것 알고 있고 매체 관리 더 잘할게요! 우리 웹진 정상 운영합니다!! 세어보니 2023년 하반기에는 리뷰가 6편 정도 발행됐는데, 상반기에는 1편밖에 올리지 못했더군요. 연초에 작품 발표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기획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탓도 같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느슨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과정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는 저도 글을 다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지난 12월엔 인디언밥 편집위원 셋이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너무 많은 이별에 노출되어 ..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