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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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저들 각자의 삶을 살게 하는 자는 우리다"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저들 각자의 삶을 살게 하는 자는 우리다"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글_ 정영감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접속사가 없다. 문장과 문장 사이가 허허롭다. 조세희는 열락과 행복, 고통과 슬픔의 마음 풍경을 드러내는 추상명사를 탈탈 털어서 버리고 주어와 동사가 가까이 붙은 단문으로 인물들의 행동만을 엄정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없는 접속사’에 담기는데, ‘없는 접속사’를 지금 이곳으로 불러내 읽지 못할 때 마음은 ‘없는 마음’이 되고 소설집은 ‘없는 집[宇]’이 된다. 극단 ‘다리’의 「없는 사람들」은 조세희가 쓰지 않은 마음-접속사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세상 가장 낮고 거친 바닥을 제 몸으로 끌어당기며 움직이던 앉은뱅이와 꼽추는 ..
2011.07.22 -
[리뷰] 단편소설극장전 : 개는 맹수다 - 나와 배우들의 이야기
나와 배우들의 이야기 - 단편소설극장전 두번째 작품 : 양손프로젝트 「개는 맹수다」 글_ 정진삼 나리. 그때 거기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말하려고 해. 무대는 그동안 봐왔던 가득 찬 공간과는 뭔가가 달랐지. 딱히 꾸밈이 없었으니까. 소극장의 벽돌 뒷벽이 그대로 보였어. 오른쪽 기둥에 기대어진 나무 의자가 있었는데 어떤 배우가 나와서는 뭔가 분풀이를 하듯 나뭇가지 회초리로 의자를 휘갈겨 댔어. 초반부터 감정을 분출하고자 하는 모습이 뭔가 색다른 듯 했어. 나리. 지금 하는 이야기는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야. 누가 누군지 혼동할 수도 있을거야. 그들은 극중에서 딱히 이름이 없거든. 이 연극은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겨온 작품이야. 일본의 유명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세 개를 엮었다고 해...
2011.07.15 -
[리뷰] 단편소설극장전 : 서울, 1964년 겨울 vs. 서울, 2011년 여름
서울, 1964년 겨울 vs. 서울, 2011년 여름 - 단편소설극장전 첫번째 작품 :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서울, 1964년 겨울」 글_ 김수진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으로 시작되는 김승옥의 소설 . 그러나 내가 을 만난 2011년 6월 9일 산울림 소극장에는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니 2011년 여름,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은 더 이상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1964년의 스물 다섯 살과 2011년의 스물 다섯 살. 소설 속 인물과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 내가 극장에서 만난 배우들은 아직 학생 티를 완전히 벗기 전의 활력 있고 발랄한 청춘이었다. 이번 작품이 데뷔무대인 젊은 연출과 배우들은 즐겁게 작업..
2011.07.15 -
이것은 리뷰가 아니다
이것은 리뷰가 아니다 글_ 정진삼 1. 리뷰를 쓰지 않기. 이번에 떨어진 임파서블한 미션이다. 그럼 무엇에 대해 쓰지, 에 앞서 왜 쓰면 안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리뷰를 쓰지 말기라는 미션에는 아무것도 쓰지 말라는 요청이 숨어있는데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딴 거 하지 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딴 거 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이유가 없다. 딴 거를 여기서 왜 해야 하는가. 여기서 딴 거란 리뷰(혹은 프리뷰)가 아닌 것을 말한다. 시나 소설, 희곡 등이 떠오른다. 됐다. 여긴 그런 걸 쓰는 데는 아니다. 딜레마에 빠진다. 리뷰를 쓰지 않아야 하지만, 리뷰 아닌 것을 쓰기도 어렵다. 공연을 봤지만 사유할 수는 없다. 아니, 사유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쓸 수..
2011.05.09 -
[리뷰] 거리를 달리는 Taxi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 김아트인스티튜트시어터「Taxi, Taxi」
거리를 달리는 Taxi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 김아트인스티튜트시어터「Taxi, Taxi」 2011 Version - 1. 여자운전수 Version 21년 만의 새로운 버전 Taxi, Taxi로 Come Back한 김상수 연출 글_ 이양근 과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는 다윗이 승리하였다. 21세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승자는? 인터미션 없이 2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 러닝타임. 소극장 공연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시간이지만, 김상수 연출의 복귀작이며, 21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라는 기대감에 공연장으로 직행. 무대 중앙에 떡하니 서있는 한 대의 택시가 ‘여기가 바로 공연장이 확실합니다.’ 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 여자 택시 운전사와 세계적 기업 삼숑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딸 *..
2011.04.22 -
[리뷰] 극단 드림플레이 「장석조네 사람들」- '나'의 관객
극단 드림플레이 「장석조네 사람들」- '나'의 관객 글_ 조원석 인생은 연극이라고 하더라. 그러면 ‘나’의 인생에서 ‘나’는 주인공이겠구나. 무대와 배우들 사이에서 ‘나’는 그럴듯한 대사를 하면서 살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관객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나’의 인생의 막이 오르고 막이 내릴 때까지, ‘나’의 연기에 눈을 떼지 않는 ‘나’의 관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구에서 멀지 않는 곳, 대학로에서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이 연극을 하고 있다. 연극의 원작은 김소진의 소설 ‘장석조네 사람들’이다. 소설의 원작은 개발이 되기 전에 성북구 길음동에 살던 사람들이다. 성북구 길음동에 살던 사람들의 원작은 없다. 그러므로 최초의 창작자는 그 사람들이다. 성북구 길음동에 살던 사람들. 집주인 장석조의 집에 세를 ..
201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