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8. 23:51ㆍReview
도시의 소음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앨범,
3호선 버터플라이 EP 『Nine Days Or A Million』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을 기다렸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앨범은 안타까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5년이나 기다린 앨범에 오직 5곡만이 실려 있다는 안타까움에 한 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을수록 착착 감기는 음악이 주는 희열에 한 표. 말했듯 수록된 5곡의 트랙들은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청자의 즐거움을 십분 만족시켜준다. 기존에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들처럼 사이키델릭하고 몽환적인 면들은 버리지 않았으면서도 기존 앨범보다는 더 대중적이고 말랑하다. 그렇다보니 5곡 모두가 귀에 착착 감겨든다. 몇몇 밴드들의 경우, 앨범이 한 장 한 장 늘어날 때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거나 개성(또는 매력)을 잃어간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인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경계선의 줄타기를 교묘하게도 잘 해가는 듯 보인다.
5곡은 하나의 주제로 모여 있기 보다는 정서적 측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은 듯하다. 마치 하나의 팀을 구성하고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각자의 존재감이 뚜렷한 것처럼 EP에 수록된 곡들 역시 존재감이 뚜렷하다. 메인타이틀이라고 더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메인타이틀이 아니라고 덜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20여분의 시간이 더욱 빨리 지나는 듯 아쉽고 몇 번째 트랙인지 쉽게 인지하게 된다. 이번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반은 노랫말을 분석하고 음악적 성취를 평하여 훌륭한 앨범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 귀가 즐겁다.
“이번 EP는 4집 앨범을 전망할 수 있는 5곡의 노래들로 채워졌다”라는 말이 곧 “머지않아 4집 앨범이 발매됩니다.”로 보이는 이 두근두근한 순간, 4집 앨범은 아니지만 이들의 1, 2, 3집이 리마스터링 되어 발매되었다. 가지지 못한 자는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심지어 음원서비스도 하지 않으셨다니!) 이들에게는 예전 앨범의 리마스터링 발매 소식이 위스키 한 잔이 주는 위로 정도는 되어 줄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3호선 버터플라이로 무대에 다시 선 그들에게 던지는 평단과 팬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자, 3호선 버터플라이에 애정 있는 자, 듣고 싶은 것 이상을 들을지니, 이제 다 됐고!
이제 그냥 듣자!
한창 이라크 파병 문제로 반전운동을 하던 때 지은 필명이자 닉네임. '전쟁을 반대한다'와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의 매개로서 글을 생각하고 활동의 매개로서 정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사는 내내 비주류의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하루하루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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