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리스틴 선 킴 <페이스타임 시그니쳐>(Face Time Signature)

2014. 4. 18. 09:45Review

 

사람들, 사물들, 소리들, 마음들

크리스틴 선 킴 <페이스타임 시그니쳐>(Face Time Signature)

페스티벌 봄 2014

 

글_힙스터 정 (A.K.A 정진삼)

 

 

친애하는 크리스틴 선 킴 언니.

언니를 처음 본 건 갤러리 구슬모아 당구장에서였어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독특한 존재감이었죠. 예술가다운 스타일, 약간은 상기된 표정, 그리고 잘나가는 이웃집 언니 같은 친숙함? (하나 더 추가하자면 재미교포 옷차림...) 아, 당신에 대한 나의 경망스럽고 우호적인 호칭을 용서해줘요. 언니의 작품이 적극적인 구애를 원하는 것 같아서 그에 화답하는 거니까.

'페이스타임-' 으로 시작되는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설마 애플기기에서만 쓸 수 있는 영상통화 프로그램? 공연내내 아이폰으로 채팅하고, 맥북으로 작업하는 언니를 보고 확신했죠. 그거 맞네. 그러고 보니 매체예술가들에겐 애플기기는 필수 아트플랫폼인 거 같아요. 하긴... 이미지와 사운드를 자기 스타일대로 '재매개' 하는데 아주 적합할테니까. (게다가 무대 위 애플로고 램프는 꽤 폼나지요) 

 

 

갤러리 중앙에는 복잡한 선들이 얽혀있는 사운드 장치가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 주변에 몰려 있었고. 언니는 채팅으로 자기소개를 했었죠. 그리고 공연 사용법에 대해 일러주었어요. 언니의 '말없는 말' 은 문자가 되어 벽에 나타났죠. 당구장 내에는 호기심어린 미소, 심각함을 머금은 표정, 기대감을 싸안은 충동 등등이 흘러 다녔어요. 근데... 난 기대는 안했어요. 왜, 그렇잖아요. 다원예술이라는 게 개념과 형식이 소개되는 순간까지만 ‘마음들’ 이 작동하고 그 다음부턴 좀 지루하니까. 오히려 언니와 언니를 보고있는 관객들을 살폈죠. 재미있는 건 바로 그 ‘사람들’ 이니까.

언니를 만나러온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부류의 힙스터들도 있었고, 사운드 아티스트처럼 생긴 예술가들, 그냥 예술가들, 축제 관계자들, 리포트 관객들, 미대생들, 외국인들... 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었죠.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는데... '뻔하군...' 하는 생각들을 했더랬죠.

 

 

공연의 과정은 심플했죠. 언니는 준비한 피아노 줄을 꺼냈어요. 그리고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가 줄을 잡아당기게 했어요. 갤러리를 가로지르며 횡단하듯이. 거미줄처럼 교차되며 연결된 그 줄 위에, 언니는 사운드 장치에서 연결된 증폭장치를 부착했어요. 그리고 장내를 돌아다니며, 비상구 위에도 붙이고, 당구대에도 붙이고, 벽에도 붙이고, 붙이고 붙이고 붙이고. 이어서 언니는 자기 목소리를 녹음했죠. 그때 처음 언니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아아아- 말을 배우기 이전의 아이 같은 목소리.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 고통과 쾌감만을 표현하기 위한 목소리.

그 음성이 구간 반복되기 시작했고, 갤러리가 울릴 만큼 가득찼어요. 그리고 언니는 “즐기세요” 라는 말을 전했어요. 그 다음부터가 진짜 공연이었던 거 같아요. 사람들은 서로 돌아다니면서 진동하는 피아노줄을 만지고, 울림을 느끼고 그랬죠. 언니는 중간중간 줄을 쥔 사람들을 바꾸게 했어요. 나도 언니에게 말없는 말, 손짓으로 지목을 당했죠. 줄을 잡고 있는 체험은 살짝 묘했어요. 서로 줄을 꽉 쥐어야만 팽팽해지기 때문에 책임감도 들었죠. 관객들은 나름대로 이 '줄놀이' 를 재밌게 받아들이더라구요. 난 왜들 그렇게 신기해하는 지, 그 자체가 신기했어요. 그렇게 공연은 서로 엉키고 풀어지며를 반복하며 40분만에 끝났어요. 예상했듯이 좀 허무하기도 했죠.

 

 

자, 그럼 공연을 정리해볼까요? 이것은 애플-예술일까? 헤프닝일까? 인터랙티브 아트일까? 에이블 아트일까? 나름대로는 일상예술의 영역이고, 기존방식의 답습일수도 있는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한 장비들이 오고 갔을까? 종이컵에 실을 끼우고 얘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재밌어 했을까?(혹은 지루해 했을까) 이 예술을 어떻게 해석할까? 어떤 큐레이터는 음악의 시각화 개념을 ‘존 케이지를 연상시킨다’ 라고 풀어낼지도 몰라. 그리고 또 어떤 비평가는 마지막에 피아노줄을 흰 천으로 감쌌던 행위를 ‘제의를 연상시킨다’ 라고 쓸지도 모르고.

(아! 이건 다른 얘기인데 갤러리들을 오가며 현대미술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우리 힙스터들이 가장 난감한 게 이런 식의 사운드 아트예요. 우린 시각적으로는 아방가르드해도, 청각적으로는 아방가르드하지는 않으니까. 바꿔 말하면 최신형 음악을 즐겨들을 수는 있지만, 최신식 소음에는 길들여지기 못하니까. 본래 힙스터는 하이파이, 고퀄리티를 추구한답니다)

 

 

이렇게 언니의 작업을 명명해볼게요. 디지로그 혹은 로우테크를 지향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퍼포먼스.

설명을 좀 덧붙이자면, 언니는 컴퓨터를 통한 사운드 프로세싱 프로그래밍을 사용했어요. 언니 목소리를 담은 패치가 반복재생되는 구조였지요. 중앙제어장치로부터 음이 전송되면, 전기신호는 피아노줄을 따라 울림을 만들어내면서 소리를 발생시켰고. 재밌게도 진동하는 선 끝에는 스피커가 있는 게 언니가 임의로 지정한 '사람들'과 '사물들' 이 있었다는 거, 이들은 언니의 ‘입’ 이 되어, 언니의 “아~아~아~” 를 전하고 있었죠.

한편, 청각으로 수용되지 못했던 ‘소리’ 들은, 피아노줄의 떨림을 통해 ‘촉각’ 으로 느껴볼 수 있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관객의 입장에선 청각보다도 촉각을 자극하는 공연이었죠. 육화된 소리를 만지는 경험. 동시다발적으로 전이되는 감각. 관객들의 '손' 이 언니의 '귀' 가 되는 시간.

그러고 보니 <페이스타임 시그니춰>는 어쩌면 언니는 듣지 못하는 소리를 관객이 대신 듣게 되는 과정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관객 자신이 예술가의 신체 ‘기관’ 이 되어 작품 자체에 참여하는 거죠. 그렇다면 우린 언니의 아바타? 물론 그러한 ‘되기의 과정’ 은 재미있었어요. 나름의 상상력을 발동시키기에도 적합했죠. 하지만 대리-접속을 통한 감각의 확장을 통해, 언니가 우리에게 전하려던 '생각들' 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실은 언니는 현실을 모방하거나, 그에 대한 정치성을 드러내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나 역시 그래요!)  대신 언니는 자신을 세계와 만나게 하는 방법들을 제안했지요.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 장치의 ‘거창하고도 조악한’ 결합을 통해 촉발된 것은 ‘새로운 대화의 방식’ 이었어요. '자기' 를 드러내는 것 또한 예술이기에,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언니의 밝고 상냥한 모습들,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는 언니의 '마음들' 은 아니었을까. 그것이야말로 불완전하고 폐쇄된 세계를 열기 위해, ‘페이스타임 시그니쳐’ 를 발생시키려는 예술가의 태도와도 직결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쯤해서 “태도가 형식이 될 때” 라는 제목을 떠올려야 하나? (하지만 소통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들이 너무 순진한 건 아닐까요...)

공연에서는 카오스의 순간이 연이어 찾아와요. 언니가 ‘느껴봐’ 라고 말했던 그 시점 이후. 여러 매체들의 혼합이 계획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은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그 순간. 관객의 입장에선 낯설었던 매체들이 다시 익숙하게 되고, 신기했던 소음은 불쾌를 일으키고, 소통의 효과를 다해버린 상태. 관객들이 무엇을 겪었고, 어떤 것을 느꼈겠지만, 개념화되지 않고 고루하게 남아있는 산만함 그 자체의 시간. 예술가의 명령과 관객의 수행이 역할을 다한 무대 공간.

하지만 그 때마다 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어요. 혼란 자체를 그대로 긍정했고, 서로가 섞이며 흔들리는 모습을 외려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모습. 말(언어)이 되기 이전의 소리들의 무질서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는 현대음악 지휘자 같았죠. 물론, 소음과 혼란의 지휘자겠지만. (혹은 이렇게도 말해볼수 있겠죠. 언니는 소음과 혼란의 신호를 전달하는 '전도체' 는 아니었을까?)

 

 

이번 페스티벌 작품들의 경향은, ‘개인'의 소리를 '재매개' 하기-가 아닐까 해요. 어떤 예술적 흐름이나 기존의 특정 미학관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세상을 호환가능한 것으로 통하게 해주는 재-매개자들. 새로운 장치들을 고안해내고 실험하는 예술가들이 그래서 더욱 눈에 띄었지요. 언니도 축제와 잘 어울렸어요. 그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었어요. 페스티벌 레이디가 있었다면, 언니가 적격이었겠다고. 

언니. 나는 힙스터로써 동시대의 예술과 마치 습관처럼 소통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워요. 관찰을 넘어서 참여의 영역으로 넘어가게면, 새롭게 '관계 맺기' 를 해야만 하니까. 그러고나면 그것은 또 나의 영역을 무섭도록 침범해오니까. 살펴보면 소통은 가장 어려운 것이고 또 모순적인 것이죠. 말 없는 언니의 내면을 내가 이해할수 없는 것 처럼. 복잡한 나의 심경을 언니가 알아낼 수 없는 것처럼. 재매개자와 반매개자 간의 밀고 당기기가 발생하는 지점이겠죠.

솔직히 말하면 언니의 관심사는 세계를 여는데 있지만, 나의 관심사는 세계를 닫는데 있는지도 몰라요. ‘힙스터’ 의 존재 목적은 이 세계를 멋진 취향으로 치장하는 데 있으니까. 그건 좀 슬픈 일이기도 하고, 멋진 일이기도 하지요. 이제 그만. 좀더 말하면 쿨-하지 못할 거 같아서 이만 줄일래요. 언니의 작업이 앞으로도 멋질 수 있도록, 행운과 건강을 빌게요. 그럼, 안녕.

 

 

ps. 참, 언니를 두 번째로 본 건 케이트 매킨토시의 <모든 귀>를 공연하는 극장에서였죠. 그 공연은 어땠나요?

 

**사진제공_페스티벌 봄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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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s, Objects, Sounds, and Minds

Christine Sun Kim <Face Time Signature>

Festival Bo:m 2014

 

written by Hipster Jeong (A.K.A Jeong Jinsam)

 

 Dear Sister Sun Kim,

 The first time I saw you at the gallery, Gooseulmoa Billiard Salon. You did have a unique presence at a glance – style such as an artist, a bit glowing face, and intimateness such an older sister, who is living in the neighbor (if adding one more, Korean American fig…). Oh, please forgive me about my frivolous and amicable appellation to you(=Unni=sister). I only responded that your piece seems like to want actively to get a courtship.

 I thought the title starting with “Face Time signiture” Is it a video call function only for working at Apple devices? I was sure it when I saw you, working with a MacBook and chatting with an iPhone at the meantime of the show. That was right. For media artists, Apple devices are most likely essential art platforms. They are good for ‘re-intermediating’ among images and sounds by artists’ own styles. (In addition, the lamp of Apple logo is so cool).

 There was a sound device with wired cables in the center of the gallery. You introduced yourself with chatting and instructed the method of show to audiences. Your ‘words of voiceless’ appeared as letters on the wall. Some people were curious and some people were serious. But, I did not expect great thing from it. Well, so-called multi-art has some interesting points to people just before introducing its concept and style, and then it becomes boring. But, rather I observed you and audiences to see you. For me, the interesting point has been just ‘persons.’

 In terms of people to meet you, there has been hipsters just like me, artists - looks like sound artists - , just artists, festival staffs, art school students, foreigners, or etc. It was not various, but ‘typical.’

 The process of the show was so simple.(to me) You pulled out the piano string. You made people stretched the string across the gallery. You attached an amplification device, which was connected to a sound device at the center of the stage, to the strings like a spider web. You attached this at the exit, the billiard table, and the wall. Attached, attached, and attached. You recorded your voice. I heard your voice for the first time. “Ah! Ah! Ah!” The voice seemed like a newborn baby’s one, raw voice, voice only for expressing the pain and pleasure.

 The sound repeated continuously and loudly. You said “Enjoy.” Since then, I thought it was a real show. As people were getting around, they touched the strings and felt the oscillations. You made me grab a string. Experience of grabbing the line was slightly wired. I thought the people enjoyed this play. I was wondering that people were marvelous. The show lasted 40 minutes. As I even expected, I felt the futility after the show.

 Now, let’s summarize the show. Was it Apple-art or just happening? Or, was it interactive art or an Able art? Even though it seemed like everyday-art or imitation of an existed method, why was it required very complicated equipment? What it was the difference from using a disposal cup with a string? Why did people enjoy this (or felt boring)? How could I interpret this art? I thought one curator maybe explain that this visualization of music could recall John Cage’s one and another critics could write that the action, wrapping the string with a white cloth, symbolizes the ritual.

 (Actually, we, hipsters, have no idea about this kind of sound art even though we are good at any kind of contemporary art. We are not avant-garde acoustically, but visually. That is, we can enjoy music of hip-style, but cannot enjoy a noise of hip-style. Hipsters indeed seek Hi-Fi and high quality.)

 I could label your work as follows: Digilog or Interactive Sound Performance toward Low-Tech. I might add a brief description. You used sound processing programming through a computer. It was a loop structure, which plays the patch contained your voice. What were interesting things are “persons” and “objects,” which are randomly designated by you, are standing at the end of strings. They were conveying “ah-, ah-, ah” sounds as becoming your mouth.

 On the other hand, we could feel ‘tactile’ through the vibration of piano strings unless not accepting any sounds through ‘hearing.’ Frankly speaking, this show stimulated the sense of tactile rather than the sense of hearing in the point of view from the audience. I felt that the ‘hands’ of audiences were becoming the ‘ears’ of yours.

 Thus, I thought perhaps be the process to be able to hear the sounds, which are not heard by you, but heard by the audience. That is, the audience could directly participate in the show itself as becoming the ‘organ’ of the artist, such as an avatar. Of course, such a ‘process of becoming’ was awesome. It was good to trigger our imagination.

 However, what exactly was the ‘idea,’ in which you tried to deliver us through the expansion of sense by substituting access?

 You seemed that there is no interests to reveal political orientation and to modulate the world (yes, same to me!). Instead, you suggested the way to meet between you and the world. You triggered the ‘new way of dialogue’ through the ‘bombastic and shoddy’ combination between digital and analogue devices. As revealed ‘myself’ is one of the arts, perhaps the most unique point of this show was your bright and kind look, or your ‘mind,’ which is the belief that the communication is possible. This was closely related to the attitude of the artist to produce the “Facetime Signature” in order to open incomplete and closed world. At this moment, could we recall “when attitudes become the form”?

 There were several chaotic moments in the show: after you told “feel it,” at the moment of mixture among various media losing under control, at the moment when unfamiliar media became familiar and the sound finished their effect of communication, at the desultory moment without the conceptualization, and the stage where did not exist both the order of the artist and the attention of the audience.

 However, from time to time, I saw you were really enjoying. You agreed the confusion and accepted the scene of mixture. You looked like a conductor of contemporary music who is saying “you don’t need to be afraid of disorder of sounds.”

 I believe that the trend of ‘pieces’ in this festival(Bo:m) was “re-intermediating of individual sounds.” It easily outstood some artists, who designs and experiences new devices, and attempts to create their sounds beyond a typical aesthetic or a certain type of an artistic trend. So, you were well suited to the festival. I really wanted to say this. If there was a festival lady, you would be.

 Christine, I am so afraid even though I organize the ‘communication’ with contemporary art. The new ‘networking’ at the sphere of participation beyond the sphere of observation is awfully invading my sphere. Communication is the most difficult and the most contradictive. Such as, I cannot understand your inner side and you cannot understand my complicated mind.

 To be honest, your concern is to open the world, but my concern is to close the world. The purpose of existing ‘hipster’ is to decorate the world fabulously. It made me sad, but nice. Now, I may end up. If I say something more, it does not look so cool. I wish you good luck for your splendid works. Good-bye!

 P.S. Well, for the second time, I saw you, was at the theater showing Kate McIntosh’s . How was the show?

 

 

 

 페이스타임 시그니쳐 Face Time Signature

 크리스틴 선 킴 Christine Sun Kim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Daelim Museum D Project Space

 *** 본문출처 : 페스티벌 봄 2014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