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Hut ②> 홍대 앞을 떠난 갤러리 헛을 기억하시나요?

2009. 5. 11. 16:24Feature

갤러리 Hut 이사가다...



review: <굿바이 Hut ①>우구루의 Free Dance, 그 자유분방한 에너지에서 이어집니다.
2009/05/11 - [Review] - <굿바이 Hut ①> 우구루의 Free Dance, 그 자유분방한 에너지

그렇게 새로운 얼굴과 직면하고 나서 나오는데 늘 갤러리 헛의 전시나 행사 때 잠시 인사를 나누던 헛의 큐레이터 이재숙 씨와 어김없이 인사를 했다.

전시장 지하 입구를 통해 어둡고 음침한 공연 공간으로 들어갈 때 공간이 조금 풀어헤쳐진 것 같아 물었는데, 이날이 마지막 이벤트로 준비된 공연이라는 것이었다.

2006년 5월에 오픈. 3여년을 달려왔는데,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음은 인사동으로 이사를 간다는데, 아무래도 전만큼의 커다란 존재감의 공간이 되기에는 힘들 듯하다.

2007년 프린지 페스티벌 때 모바나 첸의 <‘나’를 입어라>(Wear "Me" out-Ⅱ)에서 잡지를 분쇄해 만든 원시부족이 입었을 법한 종이옷을 걸쳐보고, 극단 비락의 진지한 연극을 관람하던 기억 중에 헛과 첫 번째 만남이 있었다. 백색 큐브가 아닌 콘크리트와 벽돌의 질감이 투박하게 바깥과 안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자신을 드러냈지만, 공간 자체는 쉽게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내버려둔 헛은 간간이 몇 번의 전시를 거쳐 작년 SFX(사운드 이펙트 서울 라디오 2008)의 테츠오 코가와의 오프닝 퍼포먼스, 홍샤인의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동안 들르지 못하다가 이제는 익숙한 공간으로 가끔 더 들러 봐야겠다는 생각에 발을 옮겼다.

각종 음식점과 옷가게, 오가는 사람들, 핫도그 굽는 연기가 자욱하게 거리를 뒤덮는 중간의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온통 초록색으로 덮인 2층 한옥은 갑자기 별천지처럼 붕 떠 나타난다. 겉으로만 봐서는 어떤 용도의 공간인지 가늠이 잘 안 돼는 공간이었다. 처음에 그곳에 들어갔을 때도 전시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아무튼 홍대의 다원예술매개공간이 2월 20일 예술야학 출판기념파티를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해서 문을 닫고, 이제 그 공간은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장소로 전환된 것처럼 그렇게 홍대에서 마지막으로 헛을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23일 오픈을 앞둔 인사동의 헛이 변함없는 지금의 시스템을 갖고 나간다고 했을 때 역시 이전의 공간이 주는 맛은 완전히 같지 않으리라 보인다.

기억할 대상이 있다는 것과 애초부터 기억되지 않았다는 것 사이의 의미는 다르다. 그래서 어쩌면 홍대 거리를 지나다니는 그 골목에 그 장소에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의미 역시 없던 그저 존재하던 장소로 스쳐 지나가던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어떤 잃어버린 기억이 아니라 지각할 수 없는 사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가 아닌 기억으로 헛을 담을 사람들은 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될까? 기억되지 못한다는 것은 그래서 더 슬프다. 그리고 그것이 분명한 어떤 이유가 아닌 전반적인 홍대 문화의 지형 변화의 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라면 헛의 떠나감은 내게 있어 소식보다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P.S.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조금 더 그러한 사건들을 이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약간은 아쉬움이 남지만 조금 더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될 듯하다. 그리고 23일 인사동 헛 오픈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맨 위의 사진은 헛을 나오면서 아쉬움에 한 장 찍은 사진이다.)



필자소개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프리랜서 기자 및 자유기고가
문화예술 분야에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