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한결의 못자리 프로젝트'순간들의 종합을 위해'

2017. 7. 31. 17:18Review

 

박한결의 못자리 프로젝트

'순간들의 종합을 위해'

@숨도 레지던시

 

글_김민관

 

못자리 프로젝트는 문화공간 숨도에서 마련한 소우주 창작스튜디오의 일환이다. 예술가의 실험실로서 레지던시를 제안하고, 이후 그 과정을 결과로서 또 다음 스텝으로서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초대받은 아티스트 박한결은 빈자리로 머물며 누군가를 부르는 영매가 된다. 예술가로 무언가를 표현하기보다 미래의 관객을 유예하며 초대한 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또는 그들을 모방한다. 카메라는 직접적인 관객이거나 박한결의 분산된 주의가 된다. 한편으로 박한결은 새벽에 그들을 그리고 그리워하는 이가 된다. 곧 바깥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이 우리는 밖으로 나간다. 이는 특별히 이동극이랄 것도 없다. 조금 더 멀리 있는 곳에 있는 그들을 호출해 오는 것이다. 즉 두 팀 중 A팀의 관객들은 수신기를 낀 나무 아래 있는 최원준을 향해 이유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나무가 되어 있는 자, 자신을 누구라 지시하지 않는 자, 환영도 작별의 인사도 하지 않는 이 아래 박한결이 자신이 초대한 이들을 일일이 그린 드로잉들이 있다.

 

좁디좁은 소우주에 16명 정도의 관객을 다시 담으려면 적당한 환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우주에 수없이 텔레비전과 음향 기계 등을 갖다 놓으며 관객을 봉인하면서 박한결은 이 소우주의 틈을 허하며 막을 열었으니. 사실 형식은 만들기 나름이다. 무기교의 기교랄까. 특별할 것 같은 기술도 그렇지 않다. 빈 공간에 무대를 설치하며 관객에 불편을 부러 끼친 것도 소소한 것들을 고스란히 노출해 포장된 스낵과 같이 과장법인 듯 그러나 그것 자체인 형식, 곧 '지금 보이는 것이 다다!'라는 찬란한 순간의 문법, 기대와 필연적으로 따르는 기대의 실패,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자기 위치의 실감과 결과적으로 과정이 전부인 것의 허탈함이 관객에게 전이되기 위한 박한결의 허허실실의 문법이랄까. 곧 이는 결론까지 집어삼키는 본론부인 레지던시의 지난 장면들과 그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더하는, 앞선 첫 번째 '착석'의 수행사의 지시에 이은, 그에 대비되어 추상적인 지칭에 가까운 두 번째 파트라 할 수 있을 '흔적'에서조차 그러하다.

 

 

 

레지던시의 만남들조차 설명보다는 스케치처럼 흘려보내는 가운데, 작업의 유일한 개념적인 부분이라면 초상화 드로잉의 수와 당일 관객의 수를 일치시킨다는 것인데(원래는 20명까지 받는데 무료 공연인 만큼 현장에서 관객이 줄게 된다. 그런데 더 들어오면 정말 비좁았을 것이다), 관객은 또 다른 관객을 들쳐 업고 오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자기를 대리해 현장에서 박한결에 의해 호명되는 이에 해당하는 초상화를 내놓게 되면서부터 다른 이로 호명되는 특정한 관객으로서 짐을 덜고 보통의 공연과 같이 이름 없는 관객으로 돌아가게 된다. 박한결이 못자리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텅 비우고 다른 이들을 하나하나 만났다면, 관객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그의 이름을 뒤늦게 얼굴과 맞춰보며 그의 얼굴을 반납하게 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얼굴과 이름으로 자신을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몸과 얼굴의 교환, 그리고 이름을 뒤늦게 관객이 인식하는 것처럼 타자의 이름으로 관객이 명명되거나 지시문('착석')에 따라 (앉아 있음이) 수행되는 것과 같이 박한결의 작업은 즉물적이고 일차원적이라 할 직접적이고 단순한 감각을 지향한다.

 

 

못자리 프로젝트는 박한결에게 일종의 인간 대 인간의 교환 프로젝트다. 또는 순간을 순간으로 지나치기, 이는 아카이빙이라기보다 그가 지칭한 '다큐멘타'를 인상적으로 다시 펼쳐내는 것에 가깝다. 우리는 그가 초대한 이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깊숙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초대 손님들이 펼친 노래와 춤, 이야기의 어떤 소재들 정도만이 파악 가능하다. 옷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주로 해온, 가령 자신의 데일리 코디 사이트에서 매일의 의상을 올려 왔던 적이 있다거나 작년 문래예술공장에서 <시체옷>이란 작업을 통해 옷과 세계를 반추하는 다각도의 시선을 체현하는 다원예술적 퍼포먼스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던, 아티스트 안데스와의 만남에서 안데스의 이야기는 클로즈업된 메모가 짧게 나타난 이후, 박한결의 현재적 미궁 속으로 사라지고(사실 그날 이야기 역시 순간적으로 즉발된 아이디어일 수 있다), 다만 그날 이야기가 나온 피자라는 소재만이 관객들에게 제공되었다. 뭐 전시에서의 작업을 보여주기보다, 예컨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라는 작가의 작업을 예로 들어 음식을 나누면서 관객이 관계를 맺고 작업에서의 주체가 된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자신의 미학적 개념으로 끌어들였던, 곧 '관계'를 미학의 중요한, 주요한 개념으로 두던, 미학자 니콜라 부리요의 90년대 관계미학을 동시대에 다시 차용하려는 시도라기보다, 그냥 동일한 소개의 형식이 반복되는 어느 지루한 시점을 상회하려는 시도, 관객의 주의를 피자로, 덩달아 옆 사람으로 두며 작은 연대를 일시적으로 형성하며 역시 지루함과 피로함을 탈피하려는 시도 정도랄까.

 

 

어쩌면 니콜라 부리요의 미학적 정의의 행위가, 부리요 자신이 예로 든 작업들을 '관계'라는 틀 아래 적용시키기 위해, 그리고 개념적으로 환원시키기 위해 작업의 구체성을 어느 정도는 마모시키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면, 박한결의 이번 작업은 모든 다른 이들과의 각자의 만남들이 '다큐멘타'라는 하나의 동등하고 일관된 형식 틀 아래 추상적이고 특수하지 않은 밋밋한 사례들로 환원되는 가운데, 남는 건 초대받은 이들도, 박한결도 아니고, 관계라는 일 대 일의 형식뿐이다. 또는 단편적인 카메라의 이미지다. 어쩌면 이는 박한결이 그들과 어떤 합치와 합의를 이루지 않고서도 가능한, 다양한 아티스트, 작업자와 평소 맺는 관계의 형식만이 아닌 관계의 (형식이자) 실질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그 모두 다른 많은 이들과의 만남이 가능한 이유를 위험하리만치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실 무한한 이야기보다는 모방은 또는 합주는 그들과의 교환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식이다. 현장에 초대된, 발레리노 최원준과 로봇 춤을 추다가 서로를 따라 하는 즉석의 미션이 합의되고, 이를 현장에서 다시 펼친다거나 기타리스트와 밴드를 이뤄 박한결의 평소 자작곡을 들려준다거나 하는 무대는 못자리 프로젝트의 연장이자 재현이다. 곧 모든 과정은 이미 '다큐멘타'라는 형식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이미 자리하던 스크린에는 누군가가 추천해준 영화나 박한결이 감독으로서 찍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는 움직이는 오브제이자 박한결을 어느 정도 중심에서 비껴나게 하는 시각적 장치이다. 또는 현장의 무대와 동기화되거나 그로부터 미끄러지는 레이어로 기능한다. 감독, 싱 어 송 라이터, 춤꾼, 그리고 우리가 알던 배우이자 이 작업의 퍼포머이자 전체 연출로서 박한결은 어떤 길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만남의 과정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장기를 보여주는 이번 작업이 그렇듯, 박한결의 연출적 작업은 어떤 스타일을 구축하거나 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보다는, 일상에서 축적된 것들, 몸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가무들의 어떤 순간적인 종합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작업의 실험보다는 실험적 공간에서의 작업으로 드러나며 자유롭고 즉흥적인 한편 고정되지 않은 형식으로 어떤 순간들을 나열하는 것에 가깝다. 그 순간들은 다큐멘타와 같은 기록에 의존하거나 그것을 통해 촉발되는 기억에 의존하거나 한다. 지금까지 박한결은 뛰어난 또는 신비로운 밝은 인상의 퍼포머에 가까웠다면, 앞으로 이것저것 다 하는 아티스트로서 박한결은 그것의 종합을 통해 어떤 복합적 형식의 무대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이 이번 무대에서 드러나는 바일 것이다.

 

 

*사진제공 >>> 박한결, 사진출처 >>> 숨도 페이스북 페이지

**숨도 웹페이지 바로가기 >>> soomdo.org

***숨도 SNS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soomisland/

 

 

 필자_김민관

 소개_공연예술 프리랜서 기자 및 자유기고가. 문화예술 분야에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 중. 온라인 뉴스채널 http://artscene.co.kr 편집장 

 

 

 

 여덟번째 못자리_연극 <유일한 하나의 전체>

 

 한 달간 매일 한 팀씩, 약 30팀의 아티스트들과 특별한 '계획 없이' 만나 그날의 즉흥적인 작업을 기록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공연이 될지 아직 예상할 수 없지만 쌓여진 기록을 이야기하고, 찾아낸 것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새롭게 발생한 것을 시연할 예정입니다.  계획된 것, 확실한 것에 익숙한 여러분에게  이 공연을 권합니다.

 

* 창작
박한결 _ 노래 부르는 사람 및 퍼포먼스 아티스트 및 배우

 

* 장소
문화공간 숨도 1층 _  극장 소우주

 

* 공연 시간표
6월 29일(목) ~ 30일(금) 저녁 7:30

 

* 공연 시간
60분

 

* 관람인원
22명 /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