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경의 그림리뷰] 너무 늦어서 민망한 프린지페스티벌 리뷰

2010. 10. 7. 13:56Review


 
너무 늦어서 민망한 프린지페스티벌 리뷰

<부제 : 차라리 내년 프린지페스티벌 프리뷰를 쓸까?>




글/그림_류호경 

 

 


2010년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8월 12일부터 28일 까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몇일인가...

핑계대지 않겠다. 게으름 피웠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으나 리뷰를 못쓸만큼 바빴던 건 아니다.

한 달이 훌쩍 넘었으니까...나란 사람 이런 사람. 죄송하다. 민망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게으른 필자는 잘라버리겠다!!

 

 

 

비록 한 달이 넘은 시점이지만 마치 엊그제 축제를 둘러본 양 생생하게 프린지페스티벌 공연 리뷰(<-이 단어 쓸때마다 민망하다. 그냥 나이 좀 있는 사람이 쓴 그림일기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 들어간다.

 

우선 첫날엔 오프닝 퍼레이드가 있었단다. 못봤다. 먹고 살다보니... 전에 참여했던 고재경의 마임워크샵의 수강생들이 만든 거리공연도 참여는 커녕 구경도 못했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퍼레이드는 어땠을까?
혹시 너무 재밌었던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든다. 아쉬움이 든다.

 

코끼리가 등장해서  "프린지 왔어요. 뿌우~" 이러지는 않았겠지만서도...

 

 

 

처음 출발은 다른 이들의 꿈속을 들여다 보면서 시작했다. 극단 '목요일 오후 한 시(이하 목한시)'의 즉흥연극 <꿈 열흘 밤>.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에게 종이와 펜 등을 주며 기억나는 꿈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래, 그 꿈을 즉흥연극으로 만드리라고 예상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가 중요하다.

여러 관객들이 꿈을 그리거나 이야기해줬다.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어느 할아버지의 꿈, 학교에 늦으면 안되는데 교문앞에 귀신이 길게 드러누워 등교를 방해했다던 꿈, 하늘에서 지폐들이 떨어져내렸는데 한 장도 잡히지 않아 답답했다던 꿈 등등... 이런 것들을 어떻게 즉흥으로 연기해낼까 내가 괜히 걱정스러웠는데 배우들은 놀라운 상상력과 순발력으로 재치있게 극을 만들어 나갔다. 플라스틱 욕조 한 개와 몇 가지 색깔의 긴 천들을 이용해서 집도 만들고 바람도 만들고 이런저런 감정도 만들어내고 악사는 적절하게 음악을 연주하거나 소리를 만들어 분위기를 고조시키면 정말 꿈처럼 극이 만들어져갔다.

재밌다. 신기하다. 때론 마치 묘기를 보는듯하다. 만약 자신의 꿈이 연극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을 보는 관객의 입장이라면 아련한 옛기억을 떠올리거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더 감동적일 것 같았다. 해서 나도 내 꿈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다른 관객들이게 양보하기 위해서 참았다. 근데 내 꿈 얘기 진짜 재밌는데...  

   



여러 사람들의 꿈

 

'목한시'는 재밌고 신기하게 극을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들의 진짜 미덕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단지 극을 만들기 위한 소재거리를 듣는 것 이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려고 하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정말 신기한 건 그들의 즉흥극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아닐까싶다.
그런게 좀 많이 엄청 대박 부럽다.

 

 

다른 사람들의 꿈을 구경하고서는 인도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플레이위드'의 <인디아블로그>...
요건 지난 번 리뷰에 썼으니 패스.

 

 

다음은 ...죽으러 갔다!!! 힛, '드라마테라피Drama Therapy 몸수다'의 <죽음여행>을 봤다. 근데 공교롭게도 공연장에 가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역주행하던 폭주자전거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자빠져서 무릎이 까지고 신발끈이 떨어져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는데 치료비 받을 생각도 않고 공연에 늦을까봐 그냥 절룩거리며 공연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 사고로 난 죽었으며 그 이후를 경험하러 간다는 셈치고 공연을 봤는데 만족스럽지 못해서 치료비가 생각났다.

죽음에 관한 짧은 극이 상연되고 그 극에 나온 죽은 이들이 관객들을 초대해서 죽음을 체험하게 하는 식이었는데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 느낌이었다. 망가진 신발 생각도 났다.

죽음을 상상으로나마 체험해보고 자신을 내려놓으며 죽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떠나보내는 시간을 가지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염을 해주었다. 이런 과정들에서 자기 자신과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건 지금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했다. 흥미있는 체험이었고 시도할만한 작업이라고 보이지만 공연으로서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엄살은...

 

 

자자, 아픈 기억은 잊고 다음 공연을 떠올려 보자.

멀리 대만에서 오신 베라 첸Vera Chen의 <클리어 라이프Clear Life?>


현대사회(특히 자본주의사회)에서 우리에게 소비를 종용하는 세태와 그에 휘둘리며 자신의 균형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풍자해주셨다. 두 겹의 스크린에 투사되는 디지털 영상은 정형화되고 계산적인 소비지상주의를 나타냈고 베라 첸의 솔로 퍼포먼스는 소비를 통해서 자아를 찾고 수없이 많은 소비할 것들에 치여서 결국 지쳐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냈는데 영상과 퍼포먼스가 잘 어울려서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적절하게 보여줬다.

너무 무겁지 않은 영상과 때론 익살스럽게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풍자적인 느낌을 잘 전해줘 '적절하다'라는 한마디로 표현할만한 공연이었다. 근데 듣자하니 여러번 반복된 레퍼토리라고 한다. 내년에도 서울프린지에 오신다면 새로운 이야기나 형식으로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예술이란게 있으니까...

 

 

아직 쓸 공연들이 몇 편 남았는데 초큼 힘들다.

일단 마무리해야겠다.

 

 

...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을 모토로, 대중문화의 상업성과 순수 예술의 엄숙성으로 대두되는 획일화된 주류 문화에 균열을 내려 한 ‘독립예술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활발한 창작활동을 나누고 새로운 대안의 문화예술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심사를 배제하고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자유로운 실험을 가능케 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어 풍요로운 문화예술을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공간을 실험하고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부수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장입니다. 관객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독립예술의 ‘현재’의 흐름과 ‘미래’의 경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와 관객,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과 지역 커뮤니티, 사회에 말 걸기 등을 통해 열린 소통을 추구하는 축제입니다. 새로운 예술을 위해 도전하는 예술가와 이를 공유하는 관객이 함께 축제의 현장에서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삶과 예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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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경
"제 소개는 딱히 할 것이 없네요. 그냥 백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