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혼란!!! 가난뱅이 다모여! 두리반, 20101002








서울. 대혼란!!! 가난뱅이 다모여!
두리반, 20101002



글_ Floyd K






<존나 좋쿤?! '반란'>

 


많은 이들의 오해 내지는 안타까움 중 하나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혹은 바라보는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연예인이라면 빡빡한 스케쥴과 많은 유명인들 속에서 정신없이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정치인이라면 중요한 일들을 우아한 식당에서 멋진 음식과 함께 논의하며 세계의 한 부분을 조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경제인이라면 이번 가을 프라하의 가족 여행을 계획하며 스타워즈 피규어 풀 셋을 모아 자식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 그들에게는 나보다 더 충만한 시간이, 주변의 즐거운 인간이, 더 많은 누릴 것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물론 이러한 오해 내지는 망상, 두 번 양보해서 생각이라는 것들이 사회에서 얼씨구나 기능하고 있기에 가난이란 어찌되었건 기피와 혐오, 부정의 대상이 된다. 가난에 수반되는 불편함, 비루함 등은 가난한 이들의 현실(?!)인 동시에 가난하지 않은 이들에게 공포를 형성한다. 가난의 특징들은 뭐니뭐니 해도 나눠줄 것이 없다는 것에 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 하여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칭송하는 것은 우리와 유전적으로 하등 관계없을(것 같은) 수천년 전 이들의 이야기이다. 요즘 세상이 그래.


결론으로 넘어가자면 그런건 엄따. 시간 역시 크세르크세스 1세처럼 관대하여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간지포풍 위엄을 시전하신다. 빈둥거리는 자와 덜 빈둥거리는 자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휴먼 나부랭이 잘나봤자 얼마나 잘났으며 못나봤자 얼마나 못났냐는 지구전체절대 사해평등주의의 형이상학적 정초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이니 창의력이니 그따위 말 씨부리며 삶을 단죄하고 모욕하는 부자들의 무리가 창궐한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두리반에서 서울. 대혼란!!! 가난뱅이 다모여! (2010년 10월 2일) 불행히도 그리고 정당하게 이 공연역시 가난했다. 예술가들은 너무도 가난해서 끊임없는 하울링과 돈 없는 손님들에 불평도 하지 못하고 그저 옷을 벗거나 자신의 기타를 부수려 했다. 나눠 줄 소리가 없어 악을 쓰고 볼륨 노브를 신경질적으로 당기고 청중들로 자신의 몸을 던져버렸다. 허나 청중역시 그들 못지않게 가난해서 두리반 3층 건물을 부술 기세로 폭력적으로 몸을 부딪치고 소리를 지르고 예술가들을 사지분해 해서 먹어치우려 하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관객들에 둘러싸여 3평도 안되는 연주공간으로 몰린 그들은 디오니소스제의(祭儀)의 희생양처럼 우악스러운 청중의 손길에 찢기는 것을 희열에 차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성실한 기록이나, 안타깝게도 내 글 역시 가난해서 누군가 이 글을 그저 은유로서, 공연장 화끈했구나로서 이해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방어책을 세울 수 없다.










우리는 정말 가난해서 보여줄 것이 없어. 그래서 너의 열기를 흡수하고 먹다 체해서 도로 내뱉고 다시 주워 먹고 우헤으헤헤러�허러허러��러허허�허�. 가난을 털고 솟아올라 모두 같이 가난의 바다로 개-슬램에 두리반 바닥이 쿵쿵대고 기타는 내동댕이쳐지고 베이스줄은 튕겨나가고 드럼셋은 열 번도 넘게 무너졌다. 할렐루야. 나는 조선땅에서 이런 개샹도라이새퀴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괴성을 지르며 감사기도를 올렸다. 서울. 대혼란!!! 가난뱅이 다모여!에  참가했던 밴드들, 밤섬해적단 / 파렴치악단 / Vicious Nerds / 서교 Group-sound / 반란 / 펑크록커 노동조합 / 이름 모를 일본 DJ의 활약상을 적을 수는 없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서울시가 초청했음에도 테러리스트로 몰려 강제출국당한 마츠모토 하지메의 빈 공간을 메우는 괴성과 움직임만이 가득하다.


우리는 이명박 씨발을 외치거나 김정일 만세 혹은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는 않았다. 그깟 네이버 검색어 나부랭이들의 명예를 생각하며 살기에 우리는 졸라 가난하고 그래서 길 위에서 주어야 할 소리들, 몸짓들, 냄새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KT와의 흥겨운 노예계약 한 판 벌이고 구한 아이퐁4로 찍은 동영상 하나 올리니 즐거이 보길 . 다만, 이 장면은 이날 열렸던 헬게이트의 아주 작은 단면만 나와 있다. 이것은 일종의 지도이다. 지도만 보고 누가 여행을 했다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곳에 있었고 이는 그것의 담백한 기록이다.









공연이 끝나고 선열에 들떠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자리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꿈 없이 즐거이 쳐 자고 담배를 한대 문 후 취기에 일렁이는 속과 욱신거리는 발바닥을 만지작 하며 리뷰를 작성한다. 알몸으로 지내고 싶다던 고슴도치와 담배냄새 나야 인간답다던 고양이와 부모님의 이혼을 통해 오덕의 극의를 깨달았다는 승냥이와 함께 공연이 남긴 미열을 핥아대다 이제 다시 혼자이다. 다들 알다시피 글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멋진 사진이 나에게는 없다. 최고의 장면들은 카메라를 들고 찍는 이들에게 넘어갔다. 물론 몇 대의 카메라는 필연적으로 부서져야만 했다. 이 만족스러운 웃음 속에 희생의 제의를 피할 수 없다.





<니혼징 디제잉.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We love Geeks!>




일본에서 온 펑크로커 노동조합 그 개발광또라이시키들이 두리반 천장의 가녀린 알루미늄 프레임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 유채림 두리반 사장님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는 즐거이 그리고 온화하게 웃고 계셨다. 에너지는 이런 곳에서 생성되어 퍼져나가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이란 우리의 육체가 거하는 곳에 있다. 단 한번뿐인 시간, 재생될 수 없는 유한함의 중심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향유한다. 열락의 순간 기쁨은 모두의 것이 되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현실로 끌어당기는 삶의 중력을 바로 눈앞에서 거리낌 없이 넘어선다. 공연은 삶을 떠난 판타지도 아니었고 삶을 되씹는 지긋한 변주도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었을까.



두리반, 가난의 행진은 계속된다. 모든 것은 무료이다.











두리반 자립음악회는 매 주 토요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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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Floyd K

먹는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여인, 문학, 사소한 욕망, 음악, 정치와 관련된 농담을 잘 합니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도 갔지만 때려치웠습니다.
현재 혼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습니다.
맞춤법을 준수하지 않습니다.

twitter_ @picotera


  1. 생동감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라이브클럽씬이 어려운데 그래도 두리반의 열기는 식은줄을 모르는 군요. 두리반에서 다시 칼국수를 먹을 수 있을 때 그 공간 곁에 이 공연장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