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08:26ㆍ07-08' 인디언밥
신나고 유머러스한 밴드. 타바코쥬스
- 치즈스테레오
- 조회수 678 / 2008.05.27
음악을 진정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기면서 음악 하는 밴드와 그렇지 않은 밴드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 땅의 인디바닥에서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음악 하는 밴드가 어디있겠느냐만은....) 어느 나라의 누구와 최대한 비슷한 음악을 하기위해 고민하느라 자신만의 즐거운 음악을 찾지 못한 수많은 밴드를 제외한다면 자신들만의 음악을 진정 즐기는 밴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그중 타바코쥬스는 단연 돋보이는 밴드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버리진 곡들과 담배와 맴버들과의 대화(혹은 싸움)와 삶의 방식과 가치관과 신념이 썩을 만큼 쌓이고 쌓인 결과물들인 것이다. 타바코쥬스의 음악에서는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고리타분한 음악을 한다고 오해해선 안된다. 그들의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위의 이야기들은 뇌 한구석에 처박힌 채로 그들만의 즐거운 음악세계에 빠져들게 될 테니.
타바코쥬스는 스카와 팝이 어우러진 음악을 하는 팀이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록밴드의 구성이지만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맴버 각자의 개성이다. 틀에 갇혀있지 않은 유니크한 기타, 독특하면서 빠져들게 만드는 보컬, 그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리듬파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공연이 시작 되었다.
유머러스하고 파워풀한 타바코쥬스 공연의 첫 포문을 연곡은 긴장감 넘치는 ‘인트로’에 이은 ‘Oh, Baby’.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에 부담 없이 몸을 흔들게 만드는 리듬! 역시 노련하게 공연을 풀어나간다. 좋아~ 신난다!
이어지는 곡은 ‘착한사람 호세’. 돈 벌겠다고 한국에와 손가락까지 잘린 노동자 호세의 슬픈 이야기를 담배 한가치 내뿜은 한숨 속에 녹여내듯이 무겁지 않은 유머러스함으로 풀어냈다.
다음은 언제 들어도 즐거운 스카리듬에 풀어낸 이별노래 ‘담배를 끊어요.’ 반복되는 맬로디에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들썩이는 스카리듬에 잘 붙어있다.
다음 곡은 ‘좀비 때가 나타났다네’ 기형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이웃집 순이도 말년병장 영수도> <차라리 죽고 싶은> 좀비가 된다는 상실감을 유머러스하고 힘 있고 속도감 있는 스카펑크로 방방 뛰면서 숨 가쁘게 달리며 불러댔다.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다의 하루’가 시작됐다. 유니크한 기타와 어쩐지 다 괜찮아질 것만 같은 따뜻하고 걸쭉한 목소리....
<얼굴 좀 파랗고 키가 좀 작아도 괜찮아
지나가는 연인 날보고 웃어도 괜찮아
900년 동안에 애인 없었지만 괜찮아
얼굴 좀 파랗고 키가 좀 작아도 괜찮아
테레비 세탁기 컴퓨터 없어도 괜찮아
드넓은 우주에 혼자 좀 있어도 괜찮아>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오는 가사와 제다이의 큰형님 요다를 한순간에 루져의 큰형님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담한 상상력!!!! 놀랍지 않은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타바코쥬스의 베스트는 바로 ‘요다의 하루’다. ‘요다의 하루’와 함께 ‘스타워즈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려 있는 ‘I'm your Father’를 끝으로 그들의 유쾌한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그들은 역시 유쾌하게 술을 마시러 나섰다. 이곳에서 즐겁게 음악한다는 것, 공연을 보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든다는 것, 그 음악과 공연에서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을 그들은 쉽게 즐기면서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쉽게 이야기한다. “홍대에서 스카펑크는 한물갔어.” “외국의 어느 밴드처럼 해야 멋진 거야.” “그 밴드 정말 외국의 누구와 똑같이 하던데.” 그런 말들이 다 헛소리라는 것을, 타바코쥬스의 음악과 공연을 통해서 알게 될 날이 멀지않았음을, 느끼게 만든 멋진 공연이었다.
시대의 아픔을, 젊음의 상처와 고민을, 유머러스하고 열정적으로 녹여내는 멋진 밴드. 타바코쥬스가 있어서 오늘의 인디음악은 즐겁다. www.club.world.com/toaccojuice
보충설명
5월16일 2008년 클럽 빵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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