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사진을 풀어 헤치는 워크맨 주술사에게 -「온다 아키 Aki Onda」



청사진을 풀어 헤치는 워크맨 주술사에게

백남준 아트센터 국제퍼포먼스 프로그램
시간, 공간, 그리고 퍼포먼스를 넘어
Out of Place,Out of Time,Out of Performance
 
4주차 아티스트 - 온다 아키 Aki Onda 


글_ 나나기타

 



Cassette Memories                

Photo by Maki Kaoru                

출처: akionda.net                 


 

 


이것만은 알고 있어야한다. 카세트테이프는 아날로그의 마지막 증표였다. 3.81mm의 자기 테이프와 두 개의 릴을 하나의 카트리지에 넣은, 플레이어에 따라 음질의 차이가 크며 히스잡음(녹음테이프를 재생할 때 발생하는 자기 테이프 특유의 씨익싸악하는 잡음을 가리키며, 녹음되어 있는 내용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레벨로 나타나기 때문에 녹음 레벨이 낮은 부분이나 무음일 때는 알아듣기 쉽다)이 존재하며 오픈 릴 테이프에 비해 테이프 폭이 좁은 탓에 음이 툭툭 끊기는 드롭현상이 존재한다는 단점도 많다. 하지만 CD, MD디스크와 mp3파일보다 인간적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세대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매체이다.

 

 

곧 릴 테이프와 카세트 테이프도 마찬가지로 이미지를 담은 필름이다. 적어도 아키 온다가 지닌 그의 화법은 그랬다.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펼쳐놓은 적지 않은 테이프들은 마치 단편영화나 시집을 묶어놓은 발행지처럼 보였다. 그는 뮤지션이면서 사진과 영상도 병행한다.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이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인 스타일은 상당히 독창적이고 인상적 이였다. 그가 주술로 부른 동물의 울부짖음과 꿈 혹은 무의식 속의 기억들, 서양과 동양적인 사이의 에스닉한 주술을 기억으로부터 되걸음 해본다.

 




 




 

그는 50여분 정도의 시간 안에 총 4 트랙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곡은 새의 울음이 페이드인으로부터 시작되어 점점 울음이 겹겹이 쌓이면서, Line6의 DL4 3대를 통한 딜레이가 먼 바다로부터의 원초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에게는 심리적인 충돌과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 새소리들의 엄청난 폭음이 두터운 저음으로 소리에 점점 페이드아웃 되면서 첫 곡은 끝난다. 이것이 아키 온다라는 주술자의 첫 등장이며 힘을 보여주는 첫 번째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두 번째 곡을 들려주기 위해서 첫 번째의 맥박을 이어가며 동굴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동굴. 그 안에서 그는 주술의 힘을 키워나간다. 훈련하고 터득하려 한다. 그것을 카세트테이프에 또 다시 녹음하고 실력을 키워나간다. 워크맨의 기능 중에 REW와 FF를 아키 온다는 긴밀하게 사용한다. 이것은 현대의 음악적 경로를 우회하는 아름답고 멋진 노이즈인 동시에 이미지가 진행되는 시간성을 돌리거나 선두 하는 그만의 기법이다. 감각과 기관으로 채워진 기억과 행동을 움직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타임머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 그리고는 소형 앰프를 어깨에 메고 실시간 라디오 주파수를 탐색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실종되고 함몰된 순간의 언어들을 환영시킨다. 그에 따른 반영은 제각기 다 다르겠지만 확고한 최면적인 효과와 뇌세포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카세트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기에 충분하였다. 아키 온다는 워크맨이라는 현대 사회의 상품을 위한 오마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라디오 또한 워크맨에 첨가된 기능이다. 아키 온다는 자신 스스로 주축이 되어 만든 소리의 기억과 재생 그리고 라디오 방송극에서 송출되는 공식적이고 약속된 라디오 방송의 언어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워크맨 자체를 개인전용극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워크맨 안의 헤드와 모터, 건전지가 주축이 되는 정말 말 그대로 아날로그 테이블 뮤직이다. 개인적으로 아키 온다가 요즘 범람하고 있는 전형적인 테이블 뮤직에서의 PC를 통한 인 아웃을 통해 나오는 소리들과는 음감이 틀리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날로그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소통하게 만든다. PC없이, 게다가 딜레이 이펙터 3대와 Korg Kaoss 이펙터 두 대를 통해 워크맨을 활용하는 재발견, 아티스트가 당연히 지녀야 할 의무적 상상력과 독창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세 번째 곡이 흘러나온다. 또 다시 무언가를 알리는 신화에서나 나오는 초 동물적인 소리와 깊은 저음이 베어 나온다. 이것은 전쟁에 패한 국가로부터 파생되어 표출되는 비극의 집단 무의식일까. 한국 사람들은 한국의 전형적인 미가 한(恨)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많이 부정할 수 있을까. 어떤 아티스트던지 자국의 컨셉을 국제화, 무국적의 예술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명성과 권위를 가지기는 힘들다. 일본의 아티스트들과 작품들. 그들이 가진 감촉들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차갑고 냉대하다. 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한국의 고유미 한 또한 타국의 사람들이 일그러지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아키 온다의 세 번째 곡은 그랬다. 나라에 충성하였지만 나라는 패망하고 그에 따른 혼란과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키 온다는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가며 꿈속의 문을 두드려 에스닉한 신전으로 들어간다.

 

 

 

한 코드로 시작하여 그 코드로 끝나게 되는 미니멀한 스타일은 이미 포스트락에서 많이 쓰이는 화법이며 즐겨 쓰는 곡 방식이다. 하지만 카세트로 녹음된 소리들이 딜레이를 통하여 Looping되고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리버브와 연금술적인 이펙팅은 밴드 포맷의 사운드와는 차이를 두고 있었다. 4번째 곡은 20여분 동안 진행되었다. 마치 Brian Eno의 Thirsday Afternoon처럼 깊이 잠식되는 영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사운드였다. 곡들 사이사이에 이펙팅은 또 다시 꿈틀거린다. 인간이 가진 무의식과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형언할 수 없는 일종의 틱 장애를 꺼내 보인다. 결국 파도 소리가 나오면서 그 사운드 안의 나는 바다에서 멈춘다. 첫 곡에서의 새는 아마도 기러기나 갈매기였나보다,.나는 회귀하였다.

현대 사회의 장애를 PC없이 퇴행되고 곧 사라질 매체를 통하여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기억과 행동 어느 사이에서 아키 온다는 주술하고 있다. 그는 ‘카세트 메모리즈’의 달인이였고 선구자이며 최초이자 최후의 진정한 워크맨이였다.
















 


백남준 아트센터 국제 퍼포먼스 프로그램
퍼포먼스 4주차 아티스트 온다 아키 Aki Onda
2010 10.29~30 18:00 @ 백남준아트센터

지금 여기, 퍼포먼스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백남준의 위성 아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49년 발표된 조지 오웰의 근미래 소설 ‘1984’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제목으로, 위성방송을 이용한 리얼타임의 쌍방향 통신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1984년 설날 뉴욕과 파리를 거점으로 하여 미국과 독일, 프랑스 그리고 한국에 동시 방송되었다. 뉴욕과 파리에서는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같은 시각에 지구상의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연결해 리얼타임으로 온 세상에 전송하는, 위성 아트라는 장대한 오페라가 완성됐다. 이후 백남준은 1986년 도쿄-뉴욕-서울을 연결한 ‘바이바이 키플링’에 이어,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과 연계해 위성 아트 3부작의 최후를 장식하는 ‘랩 어라운드 더 월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당시 이미 백남준은 눈사태처럼 이어지게 될 동구권의 몰락을 예견하면서 “예술가의 힘은 국경의 벽을 넘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백남준의 일련의 작품은 동서냉전의 최종 국면, 인터넷 세계의 대두, 경제·문화적 글로벌리제이션 등 역사의 거대한 전환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세계를 예술의 네트워크로 뒤덮으려 했던 기적적인 작업이었다. 당시 막대한 비용이 들었던 백남준의 프로젝트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손쉬운 것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특정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지녔던 퍼포먼스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백남준에서 비롯되었다.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시간, 공간, 그리고 퍼포먼스를 넘어 Out of Time, Out of Place, Out of Performance>는 백남준의 작업과 밀접한 관계를 찾을 수 있는 다섯 팀의 아티스트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매 주말 퍼포먼스를 여는 동시에, 그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전송함으로써 일찍이 인터넷과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을 예견한 백남준의 예술활동에 경의를 바치고자 한다.

온다 아키 Aki Onda
음악가, 사진작가, 영상작가.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야마즈카 아이, 타케무라 노부카즈 등과 「오디오 스포츠」를 결성해, 3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이후 90년대엔 주로 프로듀서로 활동, 다양한 앨범의 제작에 관여했다.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워크맨 카세트에 일기처럼 녹음한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을 연주하는 프로젝트 「카세트 메모리즈」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또 온다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슬라이드로 상영하는 프로젝트 「시네마쥬」, 전위 영상 작가 켄 제이콥스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며 정력적인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구미 각지 페스티벌이나 아트센터의 초대를 받아 알랜 리히트, 로렌 코너스, 마이클 스노우, 켄 제이콥스, 노엘 아크쇼테 등과 함께 연주와 상영을 하고 있다.

akionda.net



 

필자소개

나나기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시 전공

텐더라인, 나나기타로 활동 중인 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