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③ 애매함과 넘어서기, 그리고 비행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③ 애매함과 넘어서기, 그리고 비행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애매함과 넘어서기


우리가 5월에 할 일은 도시에 물을 끌고 가는 것이다. <쏭노인 퐁당뎐>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넘쳐나는 도시 한복판의 광장, 공원, 빈터를 물로 채우고자 하는 작품이다. 우리의 물은 이상한 생물들이 들끓는다. 물고기엔 사람의 다리가 달려있고, 해골 군인들이 뼈 강아지를 끌고 간다. <쏭노인 퐁당뎐>은 당신의 일상에 우리의 물을 쏟아 붇길 원한다. 혹시 당신은 우리를 맞닥뜨리면 이상해서 피할 것 같은가. 하지만 괴기한 것에 대한 사람의 매혹은 아주 원초적인 끌림 중 하나다. 오히려 우리의 물은 당신도 모르는 새 은근히 당신에게 스며들어 당신의 일상 안쪽에서 차오를 것이다. 다리가 달린 물고기와 해골 군인이 합체된 당신의 일상,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의 <쏭노인 퐁당뎐>에서 합체되고 있는 것은 도시()/, 일상(현실)/환상만이 아니다(물론 작품 외적으로도 일상/예술의 합체 또한 무르익고 있다 할 수 있다. 공동연출이자 인형 디자이너인 호주의 스너프 퍼펫 그리고 뛰다의 의상 디자이너가 도착한 이후 2주 동안 인형과 의상 제작에 전단원들이 매달려 우리의 작업실은 가내수공업장으로 변화돼 있다). 지난 2주 동안 작품의 의미를 이루는 부분들은 많이 자라난 상태다. 그런데 그것들은 죄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 말할 수 없는, 교묘히 합체돼 있는 모습이다. ‘애매함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01

▲ 캐릭터 민물고기. 물고기의 채색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인형 디자이너와 의상 디자이너의 협업 작품.



<
쏭노인 퐁당뎐>의 시놉에는 애매함이 잘 구현돼 있다. 쏭노인은 물속에 퐁당 빠진 후에 물고기들에 의해 회쳐지는 사건을 맞이한다. 머리가 뎅강 잘리고, 물고기들은 마치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쏭노인의 시신으로 제를 올린다. 위계의 전도가 기이한 느낌을 전달할 때, 당신은 앞선 장면에서의, 쏭노인이 물고기 회를 뜰 때 울려 퍼지던 어찌하여 인간은 물고기를 먹는가란 음악의 가사를 다시 곱씹게 될 것이다. 절대로 답을 주지 않은 채,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란 메아리만이 끝없이 당신 안에서 울려 퍼지며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뒤이은 사건들 쏭노인이 물고기 신을 만나고, 심해어들을 만나고, 노인들을 만나고, 해골 군인들을 만나고, 자신의 옛 집터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쏭노인 퐁당뎐>의 시놉은 당신을 애매함에 빠뜨리며 흘러갈 것이다. 시작과 끝이 분명치 않은, 혹은 시작과 끝이 합체되곤 하는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그렇다면, 당신에게 스며든 애매함은 당신을 어디로 인도할까. 아마도 당신은 순간 비상하여 직선으로 평면으로 이어지는 일상(혹은 일상으로 이뤄진 시간이나 그 시간들의 모음인 역사)에 새 차원이 열리도록 이끄는 이상한 자국 하나를 남기게 될 것이다. 혹시 당신은 <쏭노인 퐁당뎐>의 시작이 우리의 근대화의 기억들이 담긴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와 연관된 수몰 마을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나는 우리의 <쏭노인 퐁당뎐>의 한 줄기엔 우리가 우리의 과거와, 즉 우리의 근대화의 경험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한 가지 방법에 대한 제안이 자리한다 생각한다. <쏭노인 퐁당뎐>은 시간, 혹은 그 시간들이 쉼 없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는 곳을 넘어서는 탈주를 경험케 할 작품인 것이다.

 

캐릭터 이주민물고기. 심해어에서 따 왔다. 이주민 물고기들은 왜 우리는 언제나 이방인으로 남아 이곳에서도 살 수 없고, 고향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거야라고 노래한다(배요섭 작사). 아직 채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 아마도 갓 태어난 어린새끼들처럼 피부 밑에 피가 어나오는 듯 한 색깔로 칠해질 듯하다.

 
그리고 비행

<쏭노인 퐁당뎐>의 연습은 오전 930분 달리기부터 시작된다. <쏭노인 퐁당뎐>만을 위한 신체훈련 프로그램이 섬세하게 계획돼 있다. 배우들은 늘 자신의 근력과 운동량을 꼼꼼히 체크하며 몸을 단련해 간다. <쏭노인 퐁당뎐>은 배우의 신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일까.

 
  ※ 참고 : <쏭노인 퐁당뎐>의 신체훈련표 - 배우 최재영

시간

 

종목

내용

참고

30

1

조깅

호흡 맞추어 뛰기

3km

 

격일

2

써킷

2세트
(1세트 전력질주,
2
세트 상체고정)

30m

남자10

여자 7

30

1

근력운동

푸쉬업
(13,24)

100

 

격일

2

복근운동5,3,5 하복근
(
다리올리기)

10 910,30*2

 

격일

복근운동 다리올리기,
다리모아 들어올리기

40*2, 50*2

3

엉덩근 훈련1
(
상체고정)

7*5

 

격일

엉덩근 훈련2
(
뒤로 옆으로)

10*2

(내용 항의 숫자는 프로그램 번호를 뜻한다.)

 
<쏭노인 퐁당뎐>에서 신체는 탐구의 대상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는 빛 없는 높은 수압의 환경을 견디기 위해 촉수를 활용해 먹이 사냥을 한다든지, 납작한 형태를 갖는 등의 자연 환경을 수용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얼마나 자연 환경을 수용한 신체를 갖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작품을 위해 물속 세상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생물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경쟁에서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기계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물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인간은, 그 같은 신체를 갖고 있는 인간은, 실은 생존경쟁에 부적합한 생물인 것이 아닐까. 지금 당신과 내 주변의, 기계로부터 출발된 모든 환경은 사실은 부적합한 생물이 당면한 운명적 도태를 막기 위한 몸부림인 것은 아닐까.

 
<쏭노인 퐁당뎐>은 스스로의 도태를 막기 위해 온갖 것에 손댄 인간의 손길이 최대한 닿지 않은 깊은 바다 속 심해를 응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때 심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무엇은 마치 심해어의 모습처럼 머리를 쭈삣하게 할 만큼 으스스 해 그것이 희망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은 당신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을 한없이 비행하는 자유를 줌으로써 당신이 계속 길을 걷도록 할 것이다. 오늘도 배우들은 군더더기 없이 날렵하기만 한 물고기의 움직임을, 그 같은 움직임을 낳는 물고기의 신체를, 따라가기 위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012

<쏭노인 퐁당뎐> 장면연습 

 

 

 

공연창작집단 뛰다 - 쏭노인 퐁당뎐
공연장소 및 일시 : 안산거리극축제(5월 5일), 하이서울페스티벌(5월 10일), 의정부음악극축제(5월 21일), 국립극장(5월 27, 28일)


창단 10년째인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올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세 가지 실천이념을 실행 중에 있습니다.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공동체 중심의 연극’이란 세 가지 방향성이 뛰다의 앞으로의 10년을 움직이게 할 힘입니다. 뛰다는 특유의 광대 메소드, 인형과 가면 등을 통해 독특하며 실험적인 창작 연극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스너프 퍼펫은 연출 및 인형 제작사 앤디 프레이어가 대표로,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를 주로 작업해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싱가폴, 호주, 대만, 일본 등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인형 퍼포먼스를 2000년대 지속적으로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스너프 퍼펫이란 이름이 시사하듯, 잔혹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환상적이며 투박한 이미지의 인형이 인상적이며, 유쾌한 난장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필자소개
엄현희. 77년생.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 <연극평론>을 통해 등단, <컬처뉴스>, <공연과 리뷰>, 경기문화재단 전문가 모니터링 활동 등을 통해 비평 작업을 해오다가 아기를 낳은 후 <‘해체’로 바라본 박근형의 연극세계> 논문으로 졸업한 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단원으로 들어가서 단원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함. 현재 극단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음.

  1. 인디언밥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과정의 연재 필요하지만 쉽지않은 선택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먼 길, 저에겐 같이 걸어가는 느낌의 웹진! 그리고 기자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