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인형이라는 몸을 통해 만나다

인형이라는 몸을 통해 만나다.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⑤



글_ 배요섭(공연창작집단 뛰다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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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프 퍼펫의 인형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인형




 



스너프 퍼펫과 뛰다가 함께 만나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결심한 것은 2009년 가을이다. 그 후로 수 차례의 회의와 직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Snuff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들이 만들어낸 그로테스크하고 거친 인형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들은 수수하고 순진해 보였고, 그들의 작업은 건전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한 것은 그들에게 인형은 어떤 의미이고 왜 우리와 공동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가였다. 그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와 다시 묻는다. 왜 스너프 퍼펫인가.

 

인형은 단지 형상의 재현이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메타포로서 작용한다. 인형은 현실을 초월하여 그 이면의 것을 말한다. 뛰다의 작품에서 인형은 배우의 몸에서 출발하여 항해하는 배와 같다. 우주를 떠돌던 그 배는 여행의 끄트머리에서 다시 배우의 몸을 만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에게 인형은 여러 가지로 시도되고 실험되고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정작 새롭게 발견된 것은 인형이 아니라 배우라는 존재에 관한 것들이었다. 다시 돌아와 만난 몸은 더 커지고 더 세밀해지고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인형은 이제 몸의 일부가 된다. 인형은 배우의 확장된 몸이며 접촉이 이루어지는 순간 살아난다.

 

스너프 퍼펫의 연출가 앤디는 이러한 우리의 몸에 대해 관심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몸에서 다시 새로운 항해를 출발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항해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그들의 인형에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단지 인형의 크기가 크다는 것만은 아니었다. 다른 점은 그 인형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우리 작업의 첫 번째 단계로 그 과정을 겪어보기로 했다. 그들의 방식대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취향대로. 12월, 화천에서 이루어진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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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무대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배우가 관객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내가 서 있는 이 무대가 단지 환상이 아님을 관객이 이해하게 될 때, 나와 너의 관계가 맺어지고, 그곳이 이곳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피어나고, 연극의 문이 열린다. 뛰다가 이 문을 더 넓게, 더 활짝 열어가기 시작한 것은 무대 밖의 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처음엔 학교들을 찾아가고, 미술관을 찾아가고, 공연장문밖에서 기다리기도 하다가 때로는 우리가 서 있는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런 만남에서는 일상과 연극이 공존하는 순간들이 생겨난다. 일상과 연극을 가르는 그 경계가 하도 얇아서 오히려 더 마술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누구는 그것을 연극놀이라고 부르고, 크리에이티브 드라마라고 부르고, 과정중심의 연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 놀이터에 오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우리는 “공동체 연극” 이라는 말을 만나게 된다.

 

  스너프 퍼펫과 뛰다가 함께 연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의 결과물 발표 이후의 거리 퍼레이드 모습





스너프 퍼펫의 연출가 앤디는 공동체(community)라는 말에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나는 그의 작업이 공동체연극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연극의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인지 아닌 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하는 연극작업은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뛰다가 스너프 퍼펫과 만난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매우 중요했다. 그들이 단지 인형을 연극적인 표현의 장치로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구현하는 가 하는 점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토해내게 하고, 서툰 솜씨지만 직접 인형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고, 마침내 그들을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시켜 훌륭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이 프로젝트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연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 단지 배우의 메타포로서의 인형이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는 매개로서의 인형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두 극단의 만남은 일차적인 의미를 가진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지역의 이야기들을 조사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던져주고, 새로운 생각, 단어, 이야기들이 생성되도록 도와주고, 그 생각들이 공연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게 했다. 2주간의 지난하지만 역동적인 이 작업은 작품의 캐릭터들을 참여자들이 직접 만드는 과정이었다. 약간의 연습만으로도 공연이 가능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 구조였지만, 작업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느낀 성취감과 감동은 놀랄만한 것이었다. 단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막혔던 말문을 틔우게 하고 쌓였던 분노를 풀어주고, 새로운 희망을 만나게 하였다. 이들의 공연이 더 감격스러웠던 것은 내 아이가 저 무대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 관객은 말했다. 하나의 공연이 끝나기까지의 모든 연극과정이 작은 사회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 그래서그것이 더 감동스러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공동체 연극의 힘이라는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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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예술은 삶에서 어떤 의미로 남게 되는가. 다시 묻는다. 복잡한 모든 경제적인 활동들이 알고 보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세가지 조건들을 위한 변주일 뿐이다. 먹기 위해서, 머물고 쉬기 위해서, 몸을 가리고 장식하기 위해서 모든 일들이 돌아간다. 예술은 여가의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좀 더 영적인 것에 가깝다. 때로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들에 우선하기도 한다. 예술을 통해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삶의 발걸음이 변화하게 되는 경우에 그러하다.

 

이번 화천에서 벌어진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의 의미는 지속성에 있다. 단순히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의 사람들을 끌어안고 예술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일상의 영역으로 예술을 끌어들여 놀이판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예술축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새로운 축제가 아니라 잃어버렸던 축제를 되찾는 것이다. 그 축제가 화천에서 다시 되살아나기를 희망한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의 참가자 전원의 모습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기간 : 2010년 11월 30일 ~ 12월 11일
발표 : 12월 11월 저녁 6시, 화천산천어축제점등식 행사
장소 : 화천공연예술텃밭, 화천청소년수련관
주관 : 스너프 퍼펫, 공연창작집단 뛰다 
주최 : 공연창작집단 뛰다
후원 : 강원문화재단


창단 10년째인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올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세 가지 실천이념을 실행 중에 있습니다.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공동체 중심의 연극’이란 세 가지 방향성이 뛰다의 앞으로의 10년을 움직이게 할 힘입니다. 뛰다는 특유의 광대 메소드, 인형과 가면 등을 통해 독특하며 실험적인 창작 연극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스너프 퍼펫은 연출 및 인형 제작사 앤디 프레이어가 대표로,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를 주로 작업해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싱가폴, 호주, 대만, 일본 등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인형 퍼포먼스를 2000년대 지속적으로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스너프 퍼펫이란 이름이 시사하듯, 잔혹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환상적이며 투박한 이미지의 인형이 인상적이며, 유쾌한 난장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필자소개

배요섭 -  70년생. 한예종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한 후 학교에서 함께 작업을 하던 동료들 황혜란, 최재영, 윤진성, 김경희, 이진희, 이현주 등과 함께 공연창작집단 뛰다를 창단하였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상임 연출가로, <하륵 이야기>, <할머니의 그림자 상자>, <노래하듯이 햄릿>, <앨리스 프로젝트>,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등의 작품에서 대본 및 연출을 맡아 극단 레퍼토리를 생산하고 있다. 연극을 연극답게 할 수 있는 지역이주를 오랫동안 꿈꾸며 단원들을 3여년에 걸쳐 설득, 2010년 14명의 단원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으로 극단의 터전을, 삶의 터전을 옮겼다. 현재 작품도 만들고 폐교의 공사 및 단장도 진행하며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태.


 

  1. 역시 '뛰다'! 여러분들의 목표와 꿈이 무척이나 맑고 선명하여 읽는 내내 두근거렸습니다.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는 일상으로 녹아 든 예술! 거기에 인형이라는 더 없이 특별한 오브제! 공동체란 단어가 참 와닿네요. 앨리스 프로젝트밖에 못 본 것이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앞으로의 활동과 공연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