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리를 달리는 Taxi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 김아트인스티튜트시어터「Taxi, Taxi」

거리를 달리는 Taxi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 김아트인스티튜트시어터「Taxi, Taxi」

2011 Version - 1. 여자운전수 Version
21년 만의 새로운 버전 Taxi, TaxiCome Back한 김상수 연출


글_ 이양근



과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는 다윗이 승리하였다
.
21세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승자는?

인터미션 없이 2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 러닝타임.
소극장 공연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시간이지만, 김상수 연출의 복귀작이며, 21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Taxi, Taxi>라는 기대감에 공연장으로 직행.

무대 중앙에 떡하니 서있는 한 대의 택시가
여기가 바로 <Taxi, Taxi> 공연장이 확실합니다.’ 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 여자 택시 운전사와 세계적 기업 삼숑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딸
* 얼굴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 당돌한 여배우1과 연기만 하고 싶은 여배우
2
* 노조 설립을 하려는 자와,
그를 막으려는 자
*
용역 깡패와 철거촌
* 과거 찬란했던(?) 공화국의 어떤 이를 연상시키는 남자 공군잠바 손님

등장인물들만 보아도 세간을 들었다 놓았던 굵직한 사건들임을 알 수 있었다.

 



연극
<Taxi, Taxi>에 등장하는 인물은 착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모습, 친구의 모습, 부모님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공연으로 들어가 그려져 있었다.


“500
만원? 500만원? 회사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 줄줄이 걸렸는데 산재 신청도 하지마라. 외부에 발설도 하지 말고, 언론에도 알리지 마라. 그런데 회사는 책입이 없다! 가서에 싸인하고! 내 딸 생명하고 돈 500하고 맞바꾸자?”

-여자 택시 운전수 대사 중-

 

이제 자본()은 우리가 원하던 것과는 달리, 인간과 가축과의 경계를 더 이상 무의미 하게 만드는 무서운 무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어지는 동물. 돈을 얻기 위해 인간이 인간을 관리 감독하고, 때리고,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면 성을 상납하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당연하게 강요한다.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 마다 문득 지금의 사회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까지도 무시되며 파괴되는 무시무시한 불편한 사실들이 무대에서 보여 지고 있었다.

이렇듯 연극 <Taxi, Taxi>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자리한 불편한 사실들을 외치고 있다.

 


극중 대사에 나오는 용산철거
, 삼숑, 형다이, 속좁은 치킨에서 볼 수 있듯, 공연은 최근 우리 사회의 골리앗이 되어버린 대기업(지배계층)들의 나본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다윗의 불편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과거에도 그랬듯 여전히 한없이 약한 존재이기만 한 다윗들(노동자, 근로자)

 

세계적 그룹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자, 여자 택시 운전수는 삼숑이라는 거대 기업의 부조리하고 부당한 태도에 맞서지만 돌아오는 건 대답은 우리는 원칙대로 할 뿐입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죠.’라는 의미없는 반복뿐이었다.

 


전 아직 얼굴을 더 팔아야 한다구요.”

-여배우 1의 대사-

 

스타를 꿈꾸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이 다른 여배우 12.
얼굴을 더 팔아야하는데, 얼굴이 알려질까 두려워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여배우1, 폭력과 갖은 협박에 부당한 성접대 자리에 참석하고, 그들의 구역질나는 손이 몸을 어루만져도 반항은 커녕,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 절망하는 여배우 2.

이 장면은 잊을만하면 터지는 연예계 스폰서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다. 한 신인 여배우를 죽음으로 내몬 사건을 무대에 올려 재조명, 결국 여배우 2는 절대적인 권력 앞에 무릎 꿇고, 꿈을 저 멀리 보내야하는 아픔을 겪는다. 얼굴을 많이 팔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흔쾌히 조건을 수락하는 여배우 2.

상황에 대한 대응이 상반된 두 명의 여배우의 전혀 다른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하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 옳고, 틀림을 지적할 수 있을까?

 

 

공연 첫 씬과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여성 운전수가 택시를 운전하면서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중국어, 영어, 일어 등 인사말을 연습하는 모습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씬의 희망, 밝음이 마지막에서는 절망, 어두움, 절규가 느껴졌다. 코 끝이 시큰해질 정도로..

 

기사였던가? 누군가에게 들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말이 문득 생각났다.
용산참사, 삼숑, 형다이, 속좁은치킨 뉴스에서 접하는 이러한 부조리한 사실. 난 착한 사람. 착한 시민이니까. 나한테 불편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런데 저런 나쁜놈들이 있어 세상에나.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라는 일반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뉴스의 주인공이 나라면. 아니면 내 가족의 이야기라면, 친구의 이야기라면... 소리 높여 외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던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외침이 번쩍하고 번개가 치듯,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중앙에 자리잡은 택시 한 대, 그리고 좌우 공간을 이어주는 철제 계단.
철제 계단은 지배자와 피지배계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무대의 양쪽을 이어주고 있는 무대 디자인 역시 연출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우리에게 벌어졌던 사건들과, 이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뱅뱅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편한 진실들을 모른 척 하고 살아가는 나는 무엇이고, 우리들,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이런 미친 세상에서 미쳐야 살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미친세상 미친척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일까?


모든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고
, 부조리하며 불편한 진실들이 얽히고 설킨 세상을 여과없이 말하고 있는 연극 <Taxi, Taxi>는 사회 현실을 알리고, 고발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이야기, 혹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PS. 광고 카피가 문득 생각난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 
왕회장님 댁에 TV한대 놓아드려야겠어요. 그것도 본인이 좋아하시는 삼디 TV 빠부로...






김아트인스티튜트시어터- Taxi, Taxi
2011 0304 - 0501 대학로 공간 아율

여자 택시 운전수 유미란은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화장도 할 수 없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없는 딸 미루를 보며 유미란은 미안하기만 하다. 탤런트이자 모델인 등장인물, 여자와 여자1은 좋은 연기를 꿈꾸는 연기자로 살고 싶어 한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오늘 날의 한국 사회는 폭력과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유미란이 애지중지하는 딸 천미루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을 앓게 되고, 연기자가 되고 싶은 여자1은 광포한 상업주위와 왜곡된 물신, 소비주의로 인해 일상이 뒤틀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이 기형적인 도시의 거침없는 공격 속에서 사회의 어둡고 잔인한 현실을 대면한다. 삶은 해체되고, 끝도 없는 아이러니함과 절망의 사회를 살지만 인간으로의 저항, 그러나 끝내는 포기할 수 없는 인간으로의 희망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우리들 삶의 정체성을 묻는다.




필자소개 - 이양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배우를 꿈꾸다, 연예 기획사를 거치고 프로모션 및 국제회의 기획사에서 기획에 대해 빡시게 배운 후, 이를 다시 환원하기 위해 대학로로 귀환한 파란만장 Mr. Lee.
현재는 문화창작집단 날에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신입 제작자 입니다.

 - 희생없이 얻은 것들은, 작은 파도에서 없어지는 모래성 같다. -
 좋은 말이죠, 현재 공연하고 있는 저희 '공연 나르키소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