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도시] 방바닥에 뒹굴 거리며 새빨간 욕망을 마주하다!

2009. 4. 10. 12:4607-08' 인디언밥

[오프도시] 방바닥에 뒹굴 거리며 새빨간 욕망을 마주하다!

  • 김민관
  • 조회수 663 / 2008.07.02

 방바닥에 앉아 ‘새빨간 비디오’를 보는 곳. ‘도시에서 벗어남’(off+도시)의 뜻을 온도 표기로 병기해, 약간 ‘어설픈 암호’를 취한 듯도 보이지만, 뭔가 잴 수 없는 새로운 감수성을 덧댄 듯 보이는 곳. 여기까지가 오프도시를 여는 개인적인 상상의 창구였다면, 공간 디렉터 석성석의 말은 반절이 그냥 지금 이 공간 자체의 정체성이라면 나머지 반은 이곳에 오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곳이라고 그 키를 관객에게 자유로이 맡겨 주었다.

 

 그런데 왜 ‘새빨간’일까? 뭔가 불온한, 좌파적인? 혹은 금지된…… ‘새빨간 거짓말’하면 뻔히 드러나 보인다는 속 내지 말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뭔가 세상과 다르거나 또 그래서 드러내는 것에 대한 제약이 따를 때, 그러한 (창작)욕구를 자유롭게 펼치도록 하는, 공간이 품은 또 하나의 어설픈 암호적인 수식어가 아닐까, 나름의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한 생각은 오픈된 공간에서 3일간의 행사(페스티벌이라고 해 두어도 좋을 듯하다.)를 체험한 끝에 확실해졌다.

 

(사진 왼쪽부터) '훼이'와 '안데스', 각각 달라이 라마와 부추를 숭배해서 지었다는 밴드의 이름은 부추라마

 첫째 날은 개막 전야 행사(pre), ‘안데스’와 ‘훼이’로 구성된 팀, “부추라마”의 공연, <부추먹고맴맴 달래먹고 달라이라마>, 이들의 공연에서 그들의 기상천외한 음악 세계를 깊숙이 느낄 수가 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과 악기의 사용, 소꿉장난처럼 보이는 소소한 유희적 느낌,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음악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에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들은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내지 낯설게 사용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몸의 생각의 느낌을 따라가며 쉴 새 없이 익숙한 노래나 동요의 구절이나 그들만의 창작 어구 등 이것저것을 간결하게 요리하여 뱉어 놓는다. 그 와중에 많이 들어 본 로고송이 툭 튀어 나오기도 하고, 기존의 여러 동요·악기가 뒤섞여 그들의 세계를 조금 더 견고히 구축하는 경향이 짙다. 약간 암호 같은 언어는 그들의 유희적 놀음의 자유로운 음악적 세계를 절감하게 한다.

 뭔가 비밀문서 같은 그들만의 악보가 그들 앞에 놓여 있고, 대체로 짧은 곡들이 끝나고 나서, 틈을 주지 않고 어물쩍 그것의 이름을 대고 넘어감으로써, 곡의 신비를 조금 더 두터이 하는 듯 보이지만, 어쨌든 그 음악이 매번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즉흥적인 느낌이 강한 것이다.

 

그들 앞에 귀여운 부처와 실로폰 치는 소녀 인형은 그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기도 했고, 동시에 그들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또 그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기름기를 뺐다. 성대에 핏대를 세우면서까지 노래할 필요도 없고, 음역을 크게 잡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게 말을 건네듯 추임새도 넣고, 음악에 맞춘 동작이나 사물을 직접 제시하기도 하고, 중간 중간 적절히 의상을 갖춰 입기도 한다. 마지막에 “나란히 나란히”를 부르는 가운데, 인형과 악기와 부추라마까지 모두 좌측으로 몸을 돌리며 소소하지만 풍족한 연주회가 끝났다.

 

OFF°C, 벽 뒤에 이 공간의 '벽페인팅'을 맡은 '문명기’ 씨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이 공간의 “벽페인팅”, ‘문명기’와 ‘고판이’의 <00LP>는 그들의 설명에 따라 투박한 공간에 의미들이 부여되었다. 출입구 쪽의 기둥과 대칭되는 또 하나의 ‘기둥’이 나름 입체성을 띠고 그려져 있고, 창문 옆에는 빨간색의 비디오테이프들이 벽 크기에 맞게 확대되어 방지탭을 재녹화를 방지하는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 특별한 채색은 없었지만, 여백이 클수록 무언가 채울 수 있는 여지가 더 큰 법이다.

 

 이틀째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크리닝이 시작됐다. ‘박소윤’의 <Egyptian Safran>은 흑백 이미지가 스치듯 지나가며 도시적 감수성을 전하면서, 컬러로 채색된 체조하는 이들의 움직임과 표정으로 다시 자연의 이미지로 나아간다. 나지막이 깔리는 영어 내레이션에 ‘she’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희가 춤출 때 그녀를 보는 시선에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남자라는 직감이 스쳐간다. "Das Parfum"이라는 부제는 향수의 자극적인 냄새의 기억이 촉발한 생각의 연쇄과정으로 나아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연정’의 <루프 더 루프-차이와 반복 2>는 도시의 건설현장의 크레인부터 시작해 확장된 시선은 도시에서 바다를 건너며, 또 다른 도시로 횡단한다. 모자이크처럼 화면이 분할되며, 똑같은 화면을 덧대어 여러 레이어 화면이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화면에 잔상을 남기거나 겹쳐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표현 자체에 조금 더 의미가 부여된, 그렇지만 도시라는 대상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리고 거시적인 도시를 비추는 시선은 다시 도시 속 일상으로, 카메라 그 자체를 비추면서 ‘시선’ 그 자체에 대한 회귀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짐짓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곧 실제의 재현 이전에 카메라의 시선의 문제는 곧 무엇을 찍느냐, 어떻게 찍느냐에 대한 주체적 시선이 가정된 것일 테니 말이다.

 

 ‘박경주’의 <별이 되고 싶었어>는 온 몸을 하얀색 분칠을 하고 검은 색의 옷을 입은 여자(박경주)가 여러 포기의 배추에 양념을 하는 동안, 옆의 베트남 여자가 베트남 노래를 끊이지 않고 계속 부르는 장면을 하나의 컷으로 보여준다.

 조금 지난한 과정이 지속되는 과정에 각자의 행위만 하는 가운데, 둘 사이의 섞이지 않음이 소통되지 않음으로 나타나는데, 배추와 양념이 섞이는 김장의 행위, 그러면서도 주체를 지우고 숨을 막아 놓은 것 같은 하얀색의 ‘분장녀’가 이주민으로 상정되는 타자와 주체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 땅을 밟았으면 한국 사람인거고,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를 먹어야 된다’는 김장을 하는 여자의 강요는 관습적인 사고의 지배 담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오히려 잘(?) 적응하지 못하는 ‘베트남녀’에 대한 애절한 심정이 섞여 있었다.

 

 ‘흑표범’의 <불 완전한 원>은 메트로놈이 똑딱 거리고, 전자시계의 시간이 거꾸로 넘어가는 장면, 현장에서의 퍼포먼스와 이를 지켜보는 이와 카메라맨을 담는다. 영상은 복합적이고 긴박하며, 그래서 효과적이다. 비닐을 얼굴에 덮어 쓰고, 밀가루 속에 힘겹게 숨을 쉬는 현장에 이어, 프라이팬에 안테나가 달린 수신기를 달걀을 굽고, 음식 쓰레기와 구두 등을 넣은 된장찌개를 끓이는 영상이 비친다. 다시 조리되는 음식 뒤에 얼굴이 덮인 여자는 목소리가 지워지면서, 마치 튀김옷을 묻힌 존재로 비유되는 듯하다.

 겨우내 숨을 내뿜던 여자는 힘겹게 멈춘 메트로놈을 작동시키고, tv를 켜고 일어서서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상정된 원을 돌며 전자시계는 다시 날짜를 앞으로 되돌린다. 텔레비전의 영상에서 여자는 지워진 목소리에 말을 부여하고 있었다. 어차피 영상은 물리적으로는 과거일 수밖에 없지만, 퍼포먼스는 진행형이며, 시계, 옛 어린 시절이 담긴 흑백사진의 삽입된 이미지와 함께, 요리(퍼포먼스)와 현장의 퍼포먼스가 이원 생중계되는 현재 속에 tv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가 침투되는 형국이다.

 

 현장의 사람들은 말이 없다. 얼굴이 흐릿하게 잘 비춰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장을 전체적으로 비춤으로써 이것이 퍼포먼스라는 사실, 지금 발생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장치로서는 효과적이다. 얼핏 여자는 자신의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추악한 모습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 또는 ‘그 모습을 내 자신이 마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어쩌면 문명의 이기 속에 자신을 옥죈 환경으로 퇴화된 자신의 감각을 처절하게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돌고 난 후 숨을 몰아쉬며 체력의 한계지점, 퍼포먼스의 자연스러운 극점을 갖으면서 마무리되었다.

 

 전 이디오피아 대사이자 시인이었던 ‘고창수’가 찍은 기록물과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는 작품 ‘김계중’의 <이디오피아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의 삶이 채집되어 있다. 마치 풍경처럼 모든 이미지는 여러 사진을 넘기듯 스쳐가며, 그림처럼 묘사해, 일견 현실의 맥락을 단순화시키고 있었다. 곧 현실에 침투하기보다는 피상적인 접근과 시선 자체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강에 빠져 죽은 동물의 시체를 건져 올릴 때, 그것은 에티오피아의 지난한 경제생활상이나 무모한 발전으로 인한 파괴된 생태계 따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이 그리고자 한, 신성함이나 이상적인 모습과 가깝게 묘사하고자 한 것 같은 에티오피아의 ‘시적 풍경’은 그들이 정교회에서의 종교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줄 때, 또 주민들의 눈을 비출 때 그 신념체계는 한층 확고해지는 듯했다. 주민들은 마치 카메라의 눈을 상대방과의 마주침으로 격의 없이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곡’과 ‘김선’의 <자살변주>는 자살 그 자체의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사실상 자살을 하게 만드는 변주 그 자체가 중요하다.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꾸고, 불길한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선으로 목을 감아 자살을 기도하는 실제의 사건이 진행되다가 문득 이미지의 멈춤 상태 뒤에 오는 강력한 빛의 명멸 현상, 그리고 영상을 지나치게 벗어난 노이지 사운드는 영상 속의 견고한 진실을 깨뜨리며 화면 바깥의 주관자를 떠올리게 한다. 변주는 그렇게 철저히 실험적인 형식의 미학을 고집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인식과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체험의 영역에 관객을 던져 놓았다.

 

 새빨간 비디오를 보며 다양한 욕망의 근저와 세계의 지점을 흥미롭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단지 복제된 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이 그대로 투영되는 장으로서 이들의 영상이 관객의 현실과 접점을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화면의 질감은 거칠지만, 사진처럼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기억을 재현하며 자신의 정서적 느낌과 취향을 차분히 전달하는 작품들, 또 뒤섞인 레이어를 통한 기표의 놀음을 통해 실제 그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미술 작품처럼 내가 채색하고 편집한 것임을 천명하는 듯한 작품들에서 충분히 새빨간 욕망의 다양한 미적 취향과 그 미적 구조의 진실성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불길한 저음"의 김곡, 마이클 오들리

 셋째 날, ‘불길한 저음’의 공연은 항상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관객들이 모두 나가 버리고, 경찰이 어느새 출동해 있다는 식의 충격적인 공연이라는, 전 날 오프도시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다행히 두 현상 모두 초래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앰프에 연결한 악기들, 기타를 든 김곡과 마이클 오글리, 일렉트로닉스의 박승준과 최준용, 마이크를 든 장선진. 각자의 노이즈 사운드 속에서 웅크리고 앰프 곁에 붙은 김곡이나 전자 음악 장비를 다루는 최준용이나 기타를 잡은 마이클은, 그들이 그리는 음악 적 메아리 속에 진지하게 침잠해 들어가는 듯했다. 한편으로 몸을 흔들고 반응하며, 즐기고 있었다. 장선진은 이들 소음에 끼어드는 목소리의 소음을 만들며 무언가를 표방하는 듯 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곡, 박승준, 장선진, 최준용.

 조금씩 침잠해 들어가는 소리의 장, 오히려 익숙해지는 소음의 장에서 그 자체가 하나의 표방의 장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완전히 음악에 취해 박승준은 마이클의 기타를 뺏어, 기타 줄을 바짝 죄고 뜯어내듯 만지고, 나중에는 위로 돌리기까지 했다.

 공연 후에는 ‘디제이왕파리’의 “Deeptechno djing Live”, 석성석의 “ChinaBit" Vjing&Webstreaming”와 함께 하는 파티가 계속 됐다.

 

 언뜻 새빨간 비디오와는 상관없을 것 같던 첫째 날과 셋째 날의 연주는 오히려 이곳이 독립예술의 한 진원지이자 생성과 변주의 장이라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오프도시, 공간 디렉터 석성석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의 웹에 기반을 둔 소통이 “오프도시”라는 오프라인의 아담한 공간이 문을 연 후에, 조금 더 아날로그적이고 여러 미디어, 독립예술의 아티스트와의 “오프도시”가 직접적인 소통과 매개의 창구로서 기능하며, 그리고 때로는 새빨간 비디오의 욕망을 따라 온 관객들에게 안방처럼 편안한 작당 모의방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보충설명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오프도시OFF ℃
Undergroundartchannel OFF ℃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0-13번 지층
Tel.+82.70.7555.1138
www.undergroundartchannel.net
http://www.offdoci.com/

■ 오프도시OFF℃ 개관기념 프로그램
프레스 오프닝 파티
2008_0612_07:00pm
부추라마 (안데스 & 훼이)_부추먹고맴맴 달래먹고 달라이라마_00:20:00
00LP(문명기 & 고판이)_벽 페인팅

■ Screening
2008_0613_07:00pm
1. 박소윤_EgyptianSafran_컬러 / DV 6mm_스테레오_00:04:18_2005
2. 김연정_루프 더 루프-차이와 반복 2_DV_00:10:00_2008
3. 신현정_짜장면_컬러 / DV 6mm_스테레오_00:04:24_2003
4. 김곡&김선_자살변주_흑백 / DV / 스테레오_00:15:00_2007
5. 김계중_이디오피아 프로젝트_컬러 / DV 6mm_스테레오_00:31:00_2008
6. 박경주_별이되고싶었어 / 김장 퍼포먼스_컬러 / DV 6mm_스테레오_00:18_00_2006

■ live_Sound & Mediaperformance
2008_0614_06:30pm
1. 흑표범_불 완전한 원 / 비디오 & 사운드 & 퍼포먼스_흑백 / DV / 스테레오_00:20:00_2008
2. 불길한 저음 공연_00:30:00
김곡_베이스/보컬, 박승준_일렉트로닉스, 장선진_보컬, 최준용_일렉트로닉스

■ AV_Party
2008_0614_08:00pm
디제이왕파리_DeeptechnodjingLive
석성석_ChinaBit"Vjing&Webstreaming

■ Live_streaming
2008_0612 ▶ 2008_0614_www.undergroundartchannel.net_project_live

필자소개

필자 김민관 (mikwa@naver.com)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고 그에 대한 글을 생산코자 한다. 미학적 접근과 철학적 통찰력, 예술의 사회적인 역할의 제고 등 여러 지점에서 예술을 보는 시선을 확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