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연극 <구일만 햄릿>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연극 <구일만 햄릿>

 

글_유햅쌀

 

 

비극의 물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햄릿>의 가장 근원적인 고뇌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한다. 영어의 be동사가 ‘있다’라는 ‘존재사’와 ‘이다’라는 ‘양태사’의 두 가지 문법으로 쓰이는 것처럼, 존재와 존재의 실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생, 그 가장 밑에서 삶을 떠받드는 기둥일 것이다.

2013년 10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이 다시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그리고 여기에 연극 <구일만 햄릿>은 ‘나는 노동자’라고 답한다. 비극의 거대한 심연 사이사이에 뒤섞여 있는 노동하는 몸과 농성장의 말은 연극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몸을 빌려 다시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노동자의 몸과 예술가의 몸

2459일. 혜화동 1번지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해고라는 잔인한 시간은 흘러간다. 햄릿의 숙부는 아버지를 죽였고 형수를 품었다. 그 비극의 시간 속에서 복수라는 숙명을 간직한 채 미치광이 노릇을 해야만 하는 햄릿의 일대기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거리에서 7년 간 “온통 꼬이고 휘어진 어지러운 세상, 저주받은 운명을 바로 잡기 위해” 투쟁해 온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겹쳐 딱 9일 동안만 펼쳐진다.

무대의 천장에는 처참하게 부서진 햄릿의 아버지, 왕의 망령인 부서진 기타가 출렁이고 있다. 5개로 분할된 무대장치인 벽은 기나긴 투쟁의 시간을 보여주는 ‘미디어 월media wall’이자 그 자체로 인물이 등장하는 창문이다. 벽에는 때로는 이제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파이프 가득한 기타 공장의 모습이, 들국화의 <사노라면>과 연영석의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를 열창하는 콜밴의 모습이, 다사다난한 연극 연습 장면이,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겹쳐 투영된다. 해고 철회를 외치는 현수막은 형을 죽이고 왕이 된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의 망토가 되었고, 금속노조 조끼는 무대 의상이 되었으며 투쟁을 위해 제작된 배지는 장신구가 되었다. 툭 잘린 기타의 넥과 헤드는 칼이 되어 서로를 겨눈다.

 

 

이렇게 ‘날 것’ 그대로의 연극은 노동자의 몸을 통해 기록된다. 연극과 관련된 진심들은 인터뷰 영상에서 발화된다. “구일도 길어, 하루만 했으면 좋겠어.” 극의 인물들의 감정이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고, 대사 외우기가 어려워 대사를 한 단락씩 통째로 날려버린다고 해도, 이 연극에서 이러한 부분은 어쩌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닐 테다. 거리의 시간에서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 사이의 말할 수 없는 답답함, 공포와 두려움, 거리감, 슬픔은 결코 몇 마디 대사로 풀어낼 수 없는 것이다. 외워 말하지 않아도, 비록 전문 연기자들의 그것처럼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아도, 그들의 떨리는 손, 두근거리는 몸짓 속에서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구일만 햄릿> 앞에 놓인 수많은 삶들을. 그리고 이 삶들은 간혹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웃는다. 왕과 왕비의 대화 사이, 등장인물의 푸념 사이에 농담들이 스쳐간다. “아 그러니까 노동조합을 왜 만들어.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됐지”, “그렇게 돈 벌어 줬더니 야반도주를 했어”, “폐하가 송전탑도 올라 가셨었군요. 미국도 다녀오시고.” 농담은 일그러진 현실과 만나 다시 연극의 몸으로 돌아온다. 우연 혹은 어쩔 수 없음을 가장한 해고의 화살,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노래했고, 연극하는 생. 그리고 다시 거리로 돌아갈 것을 약속한 삶. 언젠가는 해고의 기나긴 장벽이 무너지리라, 회복되리라 기대해보는 희망들. 어쩌면 이들의 몸은 예술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억압과 금기는 몸을 파고들어 몸으로 표현되었다. 몸은 예술을 표현하는 매체이자, 매체가 갖고 있는 미학이다. 그리하여 예술가의 몸은 상처와 압박감을 뚫고 몸 자체로 이야기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공장은 무너지고 가스 충전소가 되었으며, 법원은 같은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판결을 내렸고, 회사는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거둔 노동 착취로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연극이 상영되던 9일이 지났고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구일만 햄릿> 안에서 노동자의 삶과 예술의 경계는 어색함과 떨림, 그리고 어떤 좌절과 희망 사이의 미묘한 기류 안에서 이윽고 허물어진다. 이들이 7년이라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노래하고 말하고 싸우고 다시 노래하면서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살아야 한다”는 아주 간절한,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사진출처_정택용 사진작가 제공

**본문 내용출처 --> 텀블벅"구일만햄릿" 페이지 https://tumblbug.com/nocorthamlet

***구일만햄릿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pages/구일만-햄릿/611687122195019

 

  필자_유햅쌀

 소개_시트콤같은인생살이를위해, 재미진무언가를찾습니다. 인간은유희적동물이니까요.

 

 *공연 개요

 장소 - 혜화동 1번지 소극장 /  출연 - 김경봉, 이인근, 임재춘, 장석천, 최미경

 제작 - 진동젤리 /  주관 - 콜트콜텍공동행동,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

 *프로그램 소개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거리에서 7년! 안 해본 것도 없고, 못해볼 것도 없다! 이번엔 연극이다! “온통 꼬이고 휘어진 어지러운 세상. 저주받은 운명을 바로 잡기 위해”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배우고 변신한다. 단 9일 동안만. 『햄릿』과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못 다한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무수히 연습한 죽음이 9번의 공연 이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원작-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배우소개

 클로디어스 (이인근) 덴마크왕

 햄릿 (장석천) 덴마크 왕자, 선왕의 아들이며 현왕의 조카

 폴로니우스 (김경봉) 재상

 레어티즈 (임재춘) 폴로니어스의 아들

 오필리어 (임재춘) 폴로니어스의 딸

 거트루드 (최미경) 덴마크 왕비, 햄릿의 어머니

 망령 (김경봉) 선왕의 망령

 시종 (김경봉) 시종  

 <구일만 햄릿> 제작진

연출 : 권은영, 매운콩 / 각색*구성 : 전성현 / 영상 : 김성균 / 그래픽디자인 : 손희민

원화*의상디자인 : 치명타 / 조명디자인 : 윤해인 / 움직임 : 권영호 / 조연출 : 임영욱

기획 : 김은정 / 사진 : 김유미, 우에타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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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무가내종합예술집단 '진동젤리'

 우리는 진동젤리가 되고자 한다.

 젤은 물처럼 어떤 압력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물처럼 흩어져 그 실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젤의 특이성은 그 운동성에 있다. 진동. 젤은 외부 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무한 방향으로 진동한다. 그것은 단순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움직임의 전달에 가깝다. 우리는 우리 안에 끊임없는 운동성을 가짐과 동시에 명확한 실체를 갖기 원한다.

 젤리들을 위한 행동지침

 1. 우리는 진동하는 신체와 사유를 위하여, 신체와 사유를 젤리화 한다.

 2. 우리는 진동을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킨다.

 3.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진동을 전달하는 진동젤리 게릴라가 된다.

 진동젤리 연보 (2009~ 현재) _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에 함께 공명하며, 젤리처럼 유연하게 진동을 전달하는 매질이 되고자 막무가내 종합예술집단 진동젤리 결성. 매 작업마다 하고 싶은 사람 모여 궁리, 모의, 제작.

 - 2010년 8월 8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농성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연극 워크샵 진행 후 이주노조 농성 해단식에서 공연.

 - 2011년 10월 아트선재센터, 제2회 도시영화제 기획 - 명동성당 재개발 구역에서 오프닝 퍼포먼스

 - 2012년 4월 ~ 현재 카페연극 진행  (헤롤드 핀터 “산말”, 창작극 "할말있어", 윤영선 "임차인" 등)

 - 2012년 7월 변방연극제 참가작 “모래”

 - 2012년 10월 장애인미디어아트 “자막을 끄겠습니다.”제작 참여(연출)

 - 각종 세미나, 글쓰기, 연기 워크샵 진행

 *** 진동젤리 웹페이지 바로가기 --> http://cafe.naver.com/vibratingje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