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애인창작 아트페어 A-AF14

2014. 6. 24. 08:45Review

 

ABLE ACCESS ART FAIR (A-AF14)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 혹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는 가능성

 

글_김꼬꼬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이른다. 독일의 유명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지난 1986년 자신의 저서에서 산업화와 근대화로 비롯된 위험과 위험생산을 지적했다. 이러한 ‘위험사회’ 로의 변화들은 우리 모두가 잠재적 장애인(혹은 간접적으로 잠재적인 장애인 가족)임을 알려주고 있다. 전체 등록 장애인 중 90% 이상이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위험성을 대변한다.

나의 아버지는 장애인이다. 젊은 시절 일터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손 다섯 손가락을 전혀 쓰지 못한다. 팔목 아래의 모든 기능이 잘되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신다. 아마도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장애인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장애인은 내 가족, 혹은 나의 이웃, 어쩌면 나 자신이 봉착하게 될 미래일지 모르는 존재이며, 특별하게 배려해야하는 대상이 아닌 우리와 동일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을 자신의 ‘결핍’ 을 이야기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회적 ․ 개인적 결핍은 예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어쩌면 결핍을 가졌다는 점에서 예술가는 장애인과 비슷한 지점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 결핍이 정신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부분이든 상관없이 창작과 예술행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되었다.

 

▲장애인 아트페어 1층 전시장 전경 (사진=김꼬꼬)

 

지난 6월 13일, 문화역서울284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제1회 장애인 창작 아트페어(Able Access Art Fair, 이하 A-AF14)>가 진행되었다. 한국 장애인 미술협회와 한국 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 공동주최하였고, 20개가 넘는 갤러리와 88명의 장애인 예술가가 참여하였다. 전시장은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와 장애인-비장애인 작가들의 콜라보레이션 전시 그리고 ‘장애’ 를 주제로 한 미디어작업 전시 등으로 구성되었다.

고백하자면, 내 미술에 대한 식견은 그리 넓지 못하다. 시각예술 전공자도 미술이론 전공자도 아니고, 한 해 열 댓편의 전시를 보러다니는 정도일 뿐.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A-AF14에 출품된 작품들을 전문적인 평가기준이나 혹은 미학적 객관성을 바탕으로 이를 바라보지 않았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필자의 수준을 감안해준다면, 자신있게 이번 전시 작품들에게 “A" 이상의 성적을 주고 싶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A-AF14에서 만난 일부의 작품들은 불과 몇 주 전에 다녀온 유명 레지던시의 오픈 스튜디오 작품보다 좋은 작품들도 있었다)

A-AF14에서 만난 작품은 작가가 장애인 예술가라는 사전지식을 가지지 않더라도, 그 장애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완성도가 있었다. 발달 장애인들이 가진 ‘제3의 감각’ 이나, 장애에서 비롯된 독창성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트페어에 참가한 직업 미술가로서의 작품의 가치를 매겨본다면, 그저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오히려 예술가 개개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작가들은 자신의 ‘어떠한’ 이야기를 이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했을까. 그것은 내가 일상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그 것, 그 이상의 것은 아닐까. 이것은 장애 예술가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호기심이 아닌, 더 뛰어난 감각을 가진 창작자에게 느껴지는 궁금증이다.

 

▲홍석민 작가의 아트토이 (사진=김꼬꼬)

 

▲이선혜 작가의 캔버스에 그린 평면회화 (사진=김꼬꼬)

 

 

▲변대용 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사진=김꼬꼬)

 

신문지면을 통해서 보았던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작품은 에너지가 넘쳤고 활력이 느껴졌다. 평소 관심이 있던 홍석민 작가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아트토이 작품을 선보였다. (조소 작업을 주로 진행하는 홍석민 작가는 오타쿠 기질이 있는 필자의 감각과 잘 맞는다) 이 외에도 공모를 통해 선정된 88명의 다양한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1층 공간을 꽉 채워 전시되었다.

개인적으로 A-AF14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업은 2층에서 진행된 미디어 전시였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에이블 아트(Able Arts)의 개념 외에도, 영국은 장애인 예술을 Disability Arts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장애인에 의해 창작되거나 장애인의 삶과 경험을 반영하는 모든 종류의 예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종이배가 놓여진 길 위로 영상이 지나가는 미디어 작업이었다. 관람객 누구나 자신의 소망을 종이배에 적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필자 뿐 만 아니라 전시에 온 많은 관객들이 하얀 종이배를 바라보며 ‘소외’ 된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승구 작가는 홀로그램을 통해 보는 각도에 따라 사람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해 냈다.

 

▲미디어 작가 한승구의 홀로그램 작품 (사진 = 김꼬꼬)

 

반면, 이러한 아쉬움도 있다. 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의 경우 장애인 예술가와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기 보다는 같은 공간에 나열되어 전시되는 형태라고 느껴졌다. 작가들 간의 교류나 상호 이해가 좀 더 이루어진 작업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쓴소리를 더하자면, A-AF14의 중요한 목적인 작품 판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트페어임에도 아직까지는 미술시장으로서 기능을 논하기가 불가능했다. 어떠한 장치와 경로로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장으로 연결해줄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예술가라는 ‘별도의 트랙’ 으로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일반 미술시장에 유일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필자 또한 쉽게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를 위한 심도있는 고민은 필요하겠다.

뿐만아니라 아트페어가 평일 5일 기간 동안, 그것도 오후 6시에 끝나는 일정으로 진행된 점 또한 아쉽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장치들이 세심하게 고안되어야 할 대목이다. 다른 전시들의 운영시간이 ‘그나마’ 7시까지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전시 또한 그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 아트페어 2층 특별전 전경 (사진=김꼬꼬)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학로 구 예총회관을 ‘장애인문화예술센터’ 로 운영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장애인문화예술사업을 복권기금 지원의 하나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의 다양한 지원과 관심들은 분명 우리의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들이 ‘복지’나 ‘배려’ 만이 아닌 예술지원과 같은 동일한 창작활동 장려로 이해되길 바란다. 이들은 예술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동료 창작자이자 이웃 예술가이다.

 

 필자_김꼬꼬

 소개_예술경영을 전공했고, 현재 문화예술계 뒷방에서 서포터를 자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