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도씨 추적선 [1] ‘어쩔수가 없어’ - 작당이 작품 되는 심정

 

작당이 작품 되는 심정

1도씨 추적선 [1] ‘어쩔수가 없어’ - 예술가 조아라편

 

글_채 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조아라의 <어쩔수가 없어>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어쩔수가 없어>의 작업 과정을 담은, 독립출판사 ‘1도씨 추적선’의 첫 번째 시리즈 『어쩔수가 없어』가 출판되었다. 공연을 기록한 출판물 중 상대적으로 프로덕션의 외부 필자가 없어 이와 같은 속도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 말해 관객 리뷰는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1도씨 추적선’은 대체적으로 프로덕션 내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리허설 북의 시점이 ‘연습’과 ‘공연’ 그리고 ‘그 이후’라면, ‘1도씨 추적선’의 시점은 그보다 더 앞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똑같이 ‘공연, 그 이후’까지 다루지만 그것을 기술하는 주체와 그 성격이 리허설북과는 다르다.

 

▲리허설북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게 한 ‘1도씨 추적선’의 기획의도.

 

예술가들의 ‘작당’한 이야기를 풀자니 기록의 시점은 연습 이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2014년 6월 어느 날, 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역에서 조아라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본인의 아버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독립예술가이자, [몸소리말조아라]의 대표로서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한 그녀는 이 작업을 통해 아직까지도 본인을 억누르고 있는 아픔과 마주하고자 한 것이다. 4개월 후 그녀는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아버지와 연극하는 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어 관객과 만나는 작업을 시작 한다.

『어쩔수가 없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된 예술가 조아라의 작업 일기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 재원조성, 프로덕션 구성, 리서치, 워크샵 참여 등의 작업 과정들이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 다른 비율의 구체성을 가진 채 기술되어 있다. 여기에 조아라 개인의 일상과 심리상태가 더해져 『어쩔수가 없어』는 주관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제작과정의 기록을 이끌어가는 한 명의 ‘주체’가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존의 리허설북과는 다른 ‘1도씨 추적선’ 만의 특징이라 볼 수 있겠다.

 

▲공연추적선 <어쩔수가 없어> 책 본문 중에서 

 

특성과 아쉬운 점을 좀 더 이야기 해 보기 위해 한 가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겨울,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루마니아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의 지휘 아래 셰익스피어의 <리차드2세> 연습이 한창일 때, 나는 귀 달린 벽처럼 앉아 연출가의 모든 말을 적어 내려갔다. 리허설북 제작을 위한 연습기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습을 기록하며 말하는 자와 듣는 자들의 표정과, 말보다 강한 침묵 등을 담아낼 수 없음을 알았고, 연출자가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과 배우들이 곧잘 잊어버리는 것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언어(통역의 문제가 아닌, 각자가 가지는 단어의 정의 차이)들로 인해 증발하는 시간들을 기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어쩔수가 없어』에는 기술하는 주체(조아라)가 존재한다. 기록들이 조아라 한 사람이 연출, 작가, 배우, 작·창을 맡고 있는 작품의 특성에 부합하며 세부적이며 다양한 층위를 가지는 것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삽입된 프로덕션 스텝들의 글에서 각자가 작품과 혹은 조아라와 만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에는 ‘길에서 주운 것’, ‘버린 것’, ‘심어 기른 것’ 들이 혼재되어 ‘숨어’있다. 자칫 예술가 조아라의 작업 일기에 그치지 않고, ‘1도씨 추적선’이 가지고 있는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 ‘추적자’의 존재를 상상해본다. 책을 기술하는 주체가 ‘창작자’이기보다는 ‘추적자’가 되어 작당에서 작품이 되는 과정을 함께 짚어가며 독자의 ‘수확’을 돕는 것이 어떨까.(물론 독자들의 수확물은 각각 다를 것이다.)

‘1도씨 추적선’을 읽으며 공연의 특성에 맞는 기록방식을 찾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의 주체가 다양한 만큼 작업 방법도 다양하다. 같은 구성과 형식으로는 그들의 작업을 온전히 담아내기 충분치 않을 것이다. 공연의 성격, 창작 방법에 따라 적절하고 유의미한 구성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앞으로 계속될 ‘1도씨 추적선’의 시리즈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공연추적선 <어쩔수가 없어> 책 표지

 

 필자_채민

 소개_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믿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고민하고 싶습니다.

 

 1도씨(1°C)는 공연•예술의 기록의 담는 책을 출판합니다. (1docci@naver.com) 1도씨 희곡선으로 레드채플린(오세혁 작)과 추적선으로 어쩔수가 없어(조아라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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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내용 출처_1도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