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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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고 김용균님 추모 앨범 ‘몸의 중심’
스스로 흐르는 노래들고 김용균님 추모 앨범 ‘몸의 중심’ 글_ 예쁜사람 소리가 될 생각이 없는 노래가 있다면 이 음반의 노래들이 그럴 것이다. 이 노래들은 사람들에게로 퍼질 생각이 있나? 아닌 것 같다. 들려주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있는 노래들도 아니다. 이 노래들을 다른 노래들처럼 소비하기는 어려웠다. 이 음반 속 노래들은 내가 귀에 계속 넣는 소리들로서는 부적절하다. 원래는 노래가 아닌 것이 노래된 것 같기도 하다. 재생된다는 상태는 이 노래들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죽음 가까이에 모인 노래들, 한 사람의 부재 곁에 모인 노래들이여서일까? 이 노래들이 들려진 뒤를 이야기하는 이 글은 꽤나 횡설수설할 것이다. 이 노래들은 뭐길래, 이 노래들은 어떻게 되기 위해서 나를 둘러 서있나? 아니, ..
2019.03.22 -
[인디언밥 3월 레터] 냉소와 상상력
냉소와 상상력 잠시 지난해 겨울에 보았던 극단Y의 공연 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연극계의 위계, (성)폭력, 편협한 젠더 의식 등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직도 문득 문득 떠오릅니다. 연습실에 ‘권리장전’을 붙여놓고 현실과 부딪히는 프로덕션 막내이자 조연출, 권위로 누르려는 연출, ‘원래 그런거야, 피곤하니까 연출 좀 건들지 마’라고(냉소)하는 선배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창작자들의 공통의 기억을 자극했던 이 작업은 매우 사실적이었고, 표현 방식은 섬세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작업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이들이 권리장전을 준수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토론을 지켜보며 그들이 주체적으로 발언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
2019.03.17 -
[기획연재] 극장은 불타고 있다 #해외편
[기획연재] 극장은 불타고 있다 #해외편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겁니다 글_박다솔 지난 달, 내가 사는 곳에서는 유명 안무가 얀 파브르(Jan Fabre)의 공연 이 있었다. 나는 이 공연을 세 달도 더 전에 예매를 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국 보러가지 않았다. 작년 말, 얀 파브르와 함께 작업을 해온 스무 명 남짓의 남녀 무용수들이 그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하며 고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성관계 제안을 수락한 무용수들에게 솔로 공연이나 공연의 주역을 맡기는 등 댓가성 성폭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얀 파브르의 공연을 보러 갈 수는 없었다. 성폭력 가해자인 예술가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예술을 지속할 권리와 타당성..
2019.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