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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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리뷰 @스튜디오SK 글 유혜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극은 난세의 영웅들이 힘을 모아 ‘나’에게 자판기 밀크커피 한 모금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자판기 밀크커피는 지금을 사는 힘이자 또 다음을 살아갈 이유이기에, 동전 20원이 부족하다는 보잘 것 없지만, 치명적인 이유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 나는 그저 무한한 상념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오만 원을 깰까도 생각했었는데, 밀크커피를 마시는 일종의 의례에도 적절한 맥락과 정서라는 것이 있어서 그냥 넣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뻗어나간 오만 상념과 밀크커피에 대한 욕망이 장면이 되었다. 공연은 자판기와의 소극적인 사투로 시작한다. 동전을 넣을 때마다 바뀌는 디지털 숫자판을 무대 바닥에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
2020.06.11 -
[인디언밥 6월 레터] 헤어나오는 이야기
헤어나오는 이야기 3개월이 지나 다시 레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근황을 묻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던, 그래서 그렇게 근황을 묻고 다녔던 봄이 지나 여름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저는 조금 바빠졌어요. 그동안 무력하게 미뤄버렸던 모든 것들이 이제야 쏟아지고 있거든요. 볼 공연이 조금씩 늘어나서 기쁘기도 하고, 바쁜 일정에 그것들을 놓치고 있어 슬프기도 하지만, 사실은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나름의 질서를 만들며 이 시대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쌓아왔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 레터엔 꼭 코로나 얘기 말고 다른 걸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제 헤어 나오겠다고 했지만 모른 척이 잘 안 되었습니다. 대신 헤어나오는 얘기를..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