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6월 레터] 헤어나오는 이야기

 

 

헤어나오는 이야기

 

 

3개월이 지나 다시 레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근황을 묻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던, 그래서 그렇게 근황을 묻고 다녔던 봄이 지나 여름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저는 조금 바빠졌어요. 그동안 무력하게 미뤄버렸던 모든 것들이 이제야 쏟아지고 있거든요. 볼 공연이 조금씩 늘어나서 기쁘기도 하고, 바쁜 일정에 그것들을 놓치고 있어 슬프기도 하지만, 사실은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나름의 질서를 만들며 이 시대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적응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쌓아왔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진출처_백상예술대상의 거리두기 앉기

 

이번 레터엔 꼭 코로나 얘기 말고 다른 걸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제 헤어 나오겠다고 했지만 모른 척이 잘 안 되었습니다. 대신 헤어나오는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새로이 시작하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움트는 순간들을요. 프린지에는 무려 140팀이 넘는 참가작이 모였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젓게 됩니다. 막막함이 앞서서요.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이런 자리를 기다려왔을 지 알 것 같아서, 동시에 제 역량으로 인해 그들의 열망과 작품의 가능성을 다 들여다보지 못할 것 같아서요. 막막함과 먹먹함은 쉽게 연결되곤 했습니다. 

 

주 1회꼴로 공연을 봤지만, 그보다 오랜만에 다녀온 음악 감상 모임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주제에 맞춰 각자 선곡해온 음악을 그 자리에서 나눠 듣고, 노래에 얽힌 사연과 선곡 이유를 말하는 자리였어요. 그리 좋지도 않은 음질로 함께 듣던 노래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좋은 이어폰으로 다시 듣다 놀랐습니다. 이런 무드가 아니었는데 싶어서요. 실패와 모험을 추구한다는 공간에 함께 앉아 듣던 그 음악이 분명한데 느낌이 다른 걸 생각해보면, 작품 그 자체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한 것도 같았습니다.

 

사진출처_실천음악감상회

 

이 축제는 누가 리뷰 해줬으면 좋겠고, 이 전시, 이 공연은 누가 글을 써주면 좋겠다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그 마음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공연장에 가서 문진표를 쓰고, 예약 한 뒤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가고, 어둡고 텅 빈 영화관에 다큐멘터리를 보러 들어갈까요. 그동안 참아왔던 예술에 대한 열망일까요, 그것을 응원하는 막막함일까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감각이거나 쏟아지는 일상을 접어두는 쉼표같은 것일까요. 다시 한번, 이 글이 헤어나오는 이야기임을 떠올려봅니다.

 

헤엄

헤엄

헤엄

연대를 부력 삼아서, 예술에 대한 멸시를 발로 열심히 차면서.

 

편지는 새벽에 써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새벽 6시는 조금 너무한 것도 같습니다. 편지를 마치고 이 몽롱한 불안과 불면에서도 헤어나와 보겠습니다.

 

2020년 6월 6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