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퍼포먼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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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문이 막혔던 시간 말문이 트였던 공간 : 얼라이브아츠 코모 <벙어리시인>
얼라이브아츠 코모 글_정진삼 사진_얼라이브아츠 코모 & 정순구 1. 문을 연다. 여관에 들어선다. 좁다란 복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머리 높이만한 문이 있다. 사람하나 누울 자리. 바닥에는 종이들이 가득하다. 낮은 창문. 살짝 시큼한 냄새. 바닥에 기댄 중절모의 반바지 사나이. 누군가 잠들어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방을 옮겨 다닌다. 복도의 끝. 화장실.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의 머리 위에서 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 그 곳에 서 있다. 나무 천장. 얽혀있는 선들. 노출된 회벽. 솟아나온 새끼 못들. 바닥에 수북한 종이들. 공간을 만지작거리며, 소곤대는 관객들. 광대를 연상시키는 큰 코트자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누군가. 벙어리 시인이다. 우리는 공연에 들어와 있다. 특정 장소에서 작품..
2011.11.21 -
[리뷰] 백호울 「Nothing for Body」 - 무대위의 사람에겐 몸이 곧 '얼'굴이 된다
제 6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백호울 「Nothing for Body」 - 무대위의 사람에겐 몸이 곧 '얼'굴이 된다 글_ 이현수 까만 무대가 더욱 넓게 느껴진다. 작은 체구의 무용수가 몸을 웅크리고 거북이처럼 고개를 파묻고 있는 것을 보니. 웅크린 몸 사이사이로 손과 발이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호기심 가득하지만 수줍어하는 아이의 눈동자처럼 관객석으로 ‘삐죽’ 나왔다가 ‘쏙’하고 들어가고 ‘빼꼼’하고 나왔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간다. 촉수를 달고 있는 심해의 생명체처럼 손가락, 발가락의 관절들이 꿈틀거리며 수영을 한다.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몸통은 심해 밑바닥에 가라앉은 묵직한 바위 같기도 하고 새끼 물고기를 품고 있는 엄마 물고기 같기도 하다. 손과 발의 호기심은 서서히 제 몸을 향한 ..
2011.08.02 -
[리뷰] 수면 위의 이펙터는 비상하는 물고기처럼 - 「aRing - MUNG」
수면 위의 이펙터는 비상하는 물고기처럼 「aRing - MUNG」 글_ 나나기타 악기와 이펙터의 관계는 특별하다, 스테미너가 될 수도 있고 제우스가 번개를 치듯 스파크가 있는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이펙터들은 락과 노이즈음악, 아방가르드 음악을 거쳐 클래식과 모던의 사이에서 새로운 음악적 장르를 개척중이다. 비음악적인 것이 더욱 더 음악적인 것으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때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마치 누보 리얼리즘과 키치라는 팽팽한 줄 위에 서 있는 뮤지션의 작품이 단지 센세이션에 그칠지 여러 방면에 반영이 되어 영향을 줄지는 모르니까 말이다. 작가의 몸부림이 단지 시선을 위해서, 간단한 의도로 만들어낸 작품과 진지한 물음을 담은 삶의 근원적인 숙원에 대한 작가적인 의도가 담긴 작품..
2010.11.16 -
[리뷰] 독립으로부터의 독립, 변방으로부터의 변방 - 「다페르튜토 스튜디오」클로징 공연
"그간 8월달 홍대에서 열린 “독립예술축제” 도 있었고, 9월달 대학로에서 열린 “변방예술축제” 도 있었지만, 이태원에서 묵묵히 행한 이들의 작업이야말로 ‘독립’과 ‘변방’ 을 지향했던 ‘실험’ 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독립으로부터의 독립, 변방으로부터의 변방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클로징 공연 글_ 정진삼 국제 공연들의 침공이 계속된 10월의 마지막 날, 이태원의 대안공간 “꿀” 을 찾았다. 7월 16일부터 10월 16일까지 석 달을 이어온 실험예술단체인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작업을 정리하는 "Closing" 퍼포먼스가 상연되고 있었다. 일단, 발음하기도 어려운 ‘다페르튜토’ 라는 말을 설명해야 할 듯하다. 이 말은 연기술에 있어서 “생체역학” 방식을 창안한 러시아 연출가 메이어홀드의 예명(다페르튜..
2010.11.09 -
[리뷰] Festival場 - The Wall :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전유와 시현의 측면에서의 실험
Festival場 - The Wall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전유와 시현의 측면에서의 실험 글_김민관 Ver 1. Remixed Convention 카탁(Kathak)이란 춤은 명확한 인지의 차원을 제공하지 않는다. 카탁의 본질이 이것이라고 전해지기에 앞서 카탁이라는 전통적 춤이라 명명되어지는 하나의 언어적 정의에 소급되어 신비한 분위기로 비치는 가운데 그 아우라의 형체는 무색하게 빛을 잃고 그 형체의 탐구는 시간의 역전 현상 속에 미끄러진다. 넓은 스크린, 곧 무대 전면을 덮는 그 스펙터클의 자취 이후 등장한 몸의 부분 부분을 떨고 흔드는 카탁 무용수 오인욱은 미약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소통의 춤을 구가한다. 더딘 시간의 차원을 누적시키고 미디어는 이를 흡수한다. 그는 하나의 재료 차원으로 ..
2010.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