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민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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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지도 위 파란 점, 그 아래 이야기 : 민수민정<GPS(Global Positioning Story)>
지도 위 파란 점, 그 아래 이야기민수민정 글_루시 작은 갤러리에 모인 당신들을 둘러본다. 이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해 찾아왔을 사람들. 누군가는 지하철을 반대로 탔을 테고, 누군가는 한 정거장 먼저 내리는 바람에 오래도 걸었을 테다. 지도 위 파란 점이 우리를 쫓는 건지, 우리가 파란 점을 쫓는 건지도 모른 채로 이곳에 와있다. 파란 점은 곧 GPS. 시스템. 인공위성은 무미건조하게 우리가 길을 잃고 찾으며 이곳에 온 것을 본다. 인공위성은 지금 우리를 이상하리만치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 있다. 지도에는 표시할 수 없는 오랜 과거부터 만들어 온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 민수민정의 이야기가 전시장의 흰 벽 위로 펼쳐진다. 시..
2024.10.02 -
[리뷰]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방안의 맘모스>
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글_자림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을 열면, 꼭 당신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차마 손을 뻗기도 전에, 나는 그것을 예감했습니다. 이상하죠.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로 당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 난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요. 기묘하게도, 내가 밟고 서 있는 이곳이 당신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는 '맘모스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던 청주 중앙시장 상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시다. 1970년대 구 청주역 인근의 집창..
2023.01.08 -
[리뷰]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연희하는 여자들>
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공연 리뷰 글_김재훈 드넓은 하늘 아래, 탁 트인 공터에서 상모를 쓴 채 연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악기를 신명 나게 연주하며 빙 둘러앉은 관객들과 노랫가락으로 소통한다. 상모를 돌리고 온 공터를 누비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한다. 연희하는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짐작컨대 그들에게 연희는 삶의 이유인 듯 하다. 연희가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은 무대 뒤편에서 그들은 이 자리를 떠난 다른 연희자를 떠올린다. 함께 있었으면 더 즐겁게 뛰어놀았을, 누구보다 연희를 아꼈던 그들. 임신과 출산으로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연희자들을 떠올리며 그들은 관객들이 떠나고 텅 빈 공연장을 초연히 바라본다. 공연 은 그렇게 떠나간 연희자, 혹여나 떠날지도 모를 연희..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