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당신의 소파를 옮겨 드립니다>

2010. 4. 16. 17:15Review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 드립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거리로 나왔나?"

                   

|조혜연 (토탈아티스트 나비다)

 

 

도시, 도시.... 도시!!  도시 계획, 도시 건설, 행정 도시, 문화 중심 도시, 교육과학중심의 경제 도시 세종시.. 서울 특별시? 광주 광역시? 건축, 건설, 정책, 정치, 경제?


나에게 "도시" 라는 단어가 무엇을 품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 초 <도시 계획>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점심을 먹던 식당에서 보면서 "맞아, 도시" 하며, 진정으로 도시가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머리를 꽝 울리며 생각하게 된 시점이 나의 구체적 관심의 시작인거 같다.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된 한 사람은 전혀 개발되지 않은 전남의 땅에 도시를 건설 하는 일을 하고 있고, 사람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개척을 해나가는 과정의 행정 및 상황적 어려움을 동시에 전했다. 그러면서 난 또 "그래 도시" 라는 말을 했다.

도시가 먼저 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아니 "도시" 하면 그냥 건물이 먼저인거 같다.

<도시 = 빌딩 과 차도>라는 공식이 당연해 진건 언제 부터일까? 도시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하니, 도시라는 단어로만 글을 끝맺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잠시 멈추어야 겠다.




분명 난 연극을 보았다. 게다가 난 최근 거리예술 이라는 담론으로 2주에 걸친 공론의 장을 겪었고, 여러 편의 야외거리예술을 작업하고, 참여하고, 또 다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으며, 잘 아는 사람이 기획하는, 워낙 실험과 도전의 최전방에 가있는 그 분이 기획하는, 또한 잘 보고 후기를 좀 써달라는 어느 웹진? 편집장의 부탁과 함께.... 난 거리에서 하는 연극을 보았다.


이런 내가 순수하게 연극을 보았을까? 난 무엇을 보았을까?
나 또한 예술가라는 이름의 작업자로서, 난 무엇을 보고 느껴야 옳은 것일까? 그리고 옳아야 할까? 이러한 무게감을 떨쳐버리려는 마음에서 인지, 나는 언제 부턴가 대충 보려는 태도를 갖곤 한다. 분석 이전에 느끼고 싶은 거 같다. 그렇다면 4월10일 토요일 마지막 공연을 보러간 내가 분석 이전에 무엇을 느꼈는지 써야겠지?




늘 그렇듯이 잘 만들건 못 만들건, 상관없이 거리 해프닝 적 공연에서는 관객과 퍼포머 양쪽 다 적응기가 필요한 듯하다. 잘 준비하고 나오는 분장실도,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조명도, 무대장치도, 퍼포머와 관객을 멀리 떨어뜨려 주는 객석도 없으니까..

결론은 그래서 느낀 첫 감정.. 역시나 "뭔가가 불편하다." 였다.


그리고 두 번째, 어찌 되었든, 예술행위가 전통적 공간으로부터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난 대환영 이라는 느낌이었다. 어떤 비평과 분석에도 불구하고, 난 무조건 자꾸 나왔으면 좋겠다. 그냥 그것 자체가 주는 해방감은 아주 흥분되니까..


이러한 첫 느낌을 시작으로 시간이 가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불편한 느낌은 지속되었지만 일부분 적응이 되었고, 광화문을 중심으로 특정 공간을 선택하고 그 곳을 해석하고, 메시지를 선택하고, 표현 방식을 결정했을 일련의 과정을 추측하며 작품 속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재미 혹은 낯섬, 어색함, 그러나 신선함?





최근 거리예술 담론의 장에서 논의 되었던, 문화 민주주의, 공공장소가 진정 공공장소인가, 문화 프로젝트와 예술프로젝트는 어떻게 다른가, 거리예술다운 거리예술이 무엇인가, 의 화두들을 다시 떠올리며, 호기심 어린 어린이이자 분석가로서 작품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누구를 위해 이들은 거리로 나왔을까? 누군가를 위했다면 그들은 자신을 위해주었다는 것을 알까? 이 공연을 알고 온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으며, 이런 공연이 벌어질 거라는 걸 전혀 몰랐던 거리 시민들은 지나가며 이와 같은 광경을 보았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
늘 미스테리하다, 그리고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인 동시에, 그 순간을 우린 그저 살았다.





이러함에도 분명한 것이 있다. 예술가는 예술가 스스로를 위해 거리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극장 혹은 갤러리 등의 전통적 방식의 공간을 벗어났을 때 예술가는 넓어지니까. 피가 끓는 예술가라면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을지 모른다. 극장 혹은 갤러리에서 예술가는 어느 순간 성장할 수가 없다. 한정된 사람들, 익숙해진 공간에서 예술가의 허영만이 키워질 지도 모른다.


거리 혹은 광장으로 나서는 것 혹은 전통적인 공간을 파괴하는 행위를 통해, 예술가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하고, 이해해야하고, 준비해야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호될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공황상태를 견뎌나갈 심리적, 철학적 자아 가치관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럴 듯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인간 자체가 다시 바뀌어 지는 과정이 되어 버린다.


거짓을 말하기엔, 모두가 진실로 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예술가가 <난 넓어지기 싫어요.. 그냥 극장에 있을래요..> 한다면, 뭐 난 할 말 없다. 본인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친구가 없어지거나 뭐 그럼 나올 테지.. 아님 슬프겠지만 그렇게 살다가 가던가..





이 공연의 팜플렛에 기재된 글들을 읽으면, 이미 이 공연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변화를 겪은 흔적이 역력하다. <숨겨진 차원> 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예술가가 숨겨진 차원을 모른다면 무엇을 위해 행위를 할 수 있을까? 기쁨조?

그렇다면 예술가 스스로를 위해 거리를 나오는 것이 다는 아닐 테고, 그럼 대중? 시민? 정말 그럴까?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이지만, 타인을 위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이 먼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가가 넓어졌을 때, 예술가는 너무나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 때부터 진정 대중과 시민을 위하는 진심이 나오기 시작한다.


"함께 좋은 경험해요"
"당신이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에요"
"우리 더 행복해 지자구요"

참 할 말이 많아지는 공연이다.





어떻든 간에, 이들은 거리로 나왔고, 시민들은 그들을 봤다. 프랑스 거리예술전문가는 "문화는 수평적인 것이고, 예술은 수직적인 것" 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로만으로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 드립니다.>" 는 문화 프로젝트에 가까웠을까? 예술프로젝트에 가까웠을까?


늘 좁혀지지 않는 지점은, 대중들에게 어디까지를 보여주고, 설명해야 하는 가, 이다. 팜플렛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의 전문성과 쉬운 설명이 얼마나 공존해야 할까? 모두를 만족시키자는 말은 아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상황과 준비된 상태에 따라 알아서 섭취할 것이니까.
그렇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고민해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진화해야하니까.


예술적 완성도와 문화민주주의, 시도자체가 주는 흥분과 완벽하지 않아도 드러내야하는 진짜 자유라는 범주에서 다시 "도시"라는 말로 돌아가려한다.
사람이 사는 도시. 사람이 있기에 탄생된 생태계로서의 도시, 이에 따라 사람을 알고, 사람 이외 것을 아는 도시가 되기 위해, 이들은, 우리는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알게 된 그 분의 말처럼
"사람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하니까"



 

◉ 연 극 명 :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 공연일시 : 2010년 4월 7일(수)〜10일(토) 오후5시 50분〜7시
◉ 공연장소 : 세종로 사거리 일민미술관-동화면세점 사이 횡단보도,
                   청계천-SK 빌딩 앞 버스정류장,
                   코리아나호텔 객실,
                   교보빌딩 앞,
                   세종문화회관 앞거리,
                   세종로 중앙지하보차도 (문화체육관광부-세종문화회관 지하도)
                   그리고 그 일대
◉ 공동주최/주관 : Creative VaQi, 서울변방연극제




필자 조혜연은 <art blender 파랑캡슐>을 운영하고, 토탈 아티스트 '나비다'로 활동 중인 이젠 그닥 젊지만은 않은 젊은 여자. 현실과 비현실, 꿈 속과 현재를 잘 구분 못하는 그래서 행복할지 모르는 철없는 한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분명한 열정과 실천력을 자부하는 에너자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