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딩하지 않은 동동한 Ding's Project 전시

2009. 4. 20. 02:05Review


 홍대 곳곳을 비집고 소규모 동아리들의 연합하여 만든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개념의 0008회 딩전시회, 「디자인운동 수작」이 얼마 전에 열렸었다.

 ‘살롱 바다비’, ‘요기가’, ‘소굴’ 등의 십 수 군데의 전시장에서 열렸지만, 웹상에서 미리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가능성이 다분히 컸다.


 단국대학교의 Dankook과 진행형의 ing를 결합한 이름은 디자인 design과 진행형 ing의 의미를 갖고 운동의 개념을 획득한다. 거기에 ‘수작’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 전시회가 하나의 개념적인 부분을 가지고 그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프로젝트로 읽힐 수 있음을 뜻한다.

 디자인을 모토로 영상, 애니메이션 등에 걸쳐 디자인의 여러 분야가 하나의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게 우선 관심을 모았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그것들이 온전히 합치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일단 뒤로 하고, 여기에는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의 의지와 동등한 관계상의 개입이 요구된다. 또한 졸업 전시회의 성격으로 포트폴리오를 나열하고 마는 소위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게 아닌 디자인 자체에서 소통의 가치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려 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러 이 전시회를 찾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들과 어떤 개인적 연분을 갖지 않는다면, 만나기 어려웠던 전시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결과적으로 이 전시회에는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몹시 굳고 단단한 모양”이나 “힘이나 세도 따위가 크고 든든한 모양”(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등을 뜻하는 딩딩함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딩딩한 소리를 내는 신선한 기운의 전파는 있었다.


 본 전시회가 열렸던 ‘갤러리 뷰’와 본 전시의 리뷰 성격의 ‘요약전’에서 열린 ‘갤러리 소굴’에서 마주친 두 명의 학생은 긴 시간 동안 딩의 취지와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필자가 요구하진 않았지만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갤러리 뷰에서 김민환 작가와 함께 자신들의 작품, 「Walking Across The City」를 내걸었던 윤한웅(frame : 시각디자인 동아리) 작가는 일학년이었다. 군 입대를 앞둔 풋풋한 일학년의 그는 단국대학교 미술관에서 신도림까지 지하철을 경유하는 노선을 직접 발로 걸어 다닌 시간의 경과와 자신의 자취를 담은 일박 이일의 스케치를 통한 보고를 내놨는데, 여기저기서 찍은 사진들을 커다란 지도에 연결시키고 짧은 일지처럼 글을 옆에 기록해 하나의 지도 위에 구현시켜 놓는 작업이었다.

 가출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 경험도 있고 돌이켜보면 그것이 가정에서 거친 사회를 처음 직면해 나가는 자의식 확장으로서의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그래서 이를 엄연한 작품의 성격을 지니기 이전에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거대한 세계에 몸을 던지는 이십대 비망록에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다. 인류학적 보고라든가 거창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작품이 사회와 마주하는 또 다른 자신의 부산물이거나 그것을 이탈해 타인의 시선 안에서 긍정과 부정의 판단이 임을 확인하리라는 점에서 아마 윤한웅 작가 자신에게는 많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 판단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개입으로의 의지에 전시의 취지가 있다고 본다.



'타이포그라피 공방'의 전시, 유틸리티 아트스페이스 '그문화'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디자인 자체를 근원적인 차원에서 성찰해 보는 ‘그문화’와 ‘룸앤카페’에서 있었던 ‘타이포그라피 공방’(tw : 타이포그래피 워크그룹)의 전시였다. 색과 미적 감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글자 자체에서의 심미적 판단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실험과 시도가 엿보였는데, 수많은 글자체를 연달아 나열해 놓거나 하나의 도형에서 알파벳 글자들을 길어 올리는 것은 색의 체계만큼 타이포그래피 그 나름의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글자는 텍스트와 등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형태 자체로 다가오면서 텍스트를 해체하고, 여전히 텍스트가 지니는 기의를 이차적으로 담는 것이 된다.


 ‘요약전’의 갤러리 소굴에서 만난 학생에게서는 같은 사실이지만 각국의 언론에 따라 부각되거나 축소된 정치인 등의 명사들의 만남을 담은 사진을 대륙 간의 지도 하나에 비교하고 도형화하여 나타냄으로써 일종의 인류학적 아카이브를 디자인화하거나(「주관적 그래프」) 도로 노면에 주의 기호를 서체들의 변형을 통하고 사람들의 설문을 들음으로써 사회와 직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소통을 꾀한 지난 작품(「천천히」)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디자인적』이라고 해서 디자인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남발 현상을 직시하고, 사용됐던 산재된 디자인을 다른 언어로 치환해 그대로 실은 책도 재미있었다. 물론 책 전체로 보면 명징한 개념을 띠지만, 내용 자체는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아카이브적 양태를 보이는 것이다. 즉, 일종의 주석 달기를 통한 사회를 기록하는 전략적 차원의 프로젝트 개념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의 딩 포스터를 분할하여 각각의 팀원이 체스나 오목 등의 게임을 해서 그것 자체를 결과물로써 하나의 디자인 포스터로 만든 「재해석」은 우발적인 확률이 개입해서 서로 간의 관계의 층위를 형성하고 이것이 디자인의 산출된다는 점에서 중간의 불확실한 미적 판단의 개입으로 만들어지는 디자인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로 느껴졌다.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의 스토리텔링이 담기고 하나의 일정한 공통 형태를 가져 캐릭터화되고 코를 극단적으로 길게 해서 손으로 표현하고 이것들이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만들어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장동철 작가(UN:pint : 카툰 일러스트 동아리)의 「라이어 라이어」란 작품은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의 성격이 잘 결합되어 있었다.


 임환호 작가(Dreamotion : 영상디자인 동아리)의 「SUBWAY」란 영상 작품은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을 가는 상황인데, 지하철의 창문으로 스쳐가는 이미지들은 그래픽으로 치환되고 있었다. 클럽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은 DDR 놀이를 하는 것 같이 신나게 했는데, 작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현재 십대와 이십대를 사로잡는 매체에 대한 진단이 담겨 있었다. 즉 지하철 창문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전환되고 이를 PMP로 본다면 나오는 소리는 이어폰을 통한 MP3와 같은 것이다. 즉 현실을 겪지만 그런 매체를 몸에 입은 사람들에게는 매체가 주는 현실이 더 우월하게 자신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무인공연] '살롱 바다비'에서

 


 
‘살롱 바다비’에서 열린 움직이는 쇼 「무인공연」은 설치작품에 영상이 켜지고 조명이 번쩍번쩍 빛을 내며 아름다운 풍광이 담긴 이야기를 만드는 애니메이션으로 변하는 작업이었다. 뭐 이야기를 종잡을 순 없었지만, 조용한 한낮에 옹기종기 앉아 환상의 공연을 보는 게 일견 낭만적이고도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는 살롱 바다비 주인장 이재얼이 직접 다 설치하고 만든 공연이라 한다. 무인공연은 말 그대로 사람이 없는데 열리는 공연이다. 사람이 없는데 돌연 공연이 펼쳐지는 만화적 세계.


 이외에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고 다양하다는 점이 좋았지만, 디자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다고 보이고, 모든 게 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아니었다.

 정성들여 만든 전시한 거의 모든 작품의 사진과 담긴 프로그램 북에는 설명도 간단히 담겨 있었지만, 약간 내용의 전달과 표현의 자연스러움 이전에 작위적인 문구의 성격을 띠는 문장들이 많았다. 이를 작품과 등가 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소소한 힘으로 이룬 이들에게서 이것 역시 작품의 표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는 거꾸로 조금 더 외부로의 힘센 의미 부여나 합목적적인 이유를 가져야 하는 것으로 읽혔다.

 디자인이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해서 그 실행이 생각과 같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의미는 제3자의 후차적인 해석 과정에서 파생되어 간다. 한편으로 그것까지 포함해서 결과는 작품 내에서도 프로세스의 과정까지를 수반하는 아이디어에서 새롭게 파생되어 가기도 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체스 놀이 등으로 만든 작품은 이에 해당한다.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의미의 강박에 매일 필요는 없다는 게 요다. 그러면 이들이 말하는 소통 역시 더 잘 이룰 것 같기 때문이다.


< DING 전시 정보>

딩이란 : 본질적으로 단국대학교 학생들의 자체적인 디자인 운동의 총칭


딩의 목적 : 학과를 구애받지 않는 순수한 학생으로써의 창의력과 실험능력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본질적인 접근. (딩 홈페이지 인용)


+홈페이지 : www.2009ding.co.kr


+3월15일~3월22일


갤러리 : 그문화, 갤러리 뷰(아트몽드아트센터), 요기가 표현 갤러리


카페/공연장 : 무대륙, 룸앤카페, 소울언더그라운드, 살롱 바다비, 디다다


+3월23일~3월29일


소굴갤러리 (디자인운동 ; 수작 요약전)


+참여단체 : ading, dreamotion, fun, frame, inpointer, unpint, tw, 쌍기역

 

필자소개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분야 자유기고가, 現다원예술 비평풀(daospace.net)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