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야기 "그들도 우리처럼 - 여전히 삶은 호흡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 여전히 삶은 호흡이다


“그냥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 그리고 세상 모든 20-30대가 되뇌는 행복한 삶으로의 질문들…”

근 3-4년 전부터 홍대앞, 특히 밴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더니 최근 1-2년간에는 홍대앞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밴드와 관계된 영화 만들기가 하나의 경향이 되고 있다. 밴드 멤버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연출을 한 경우도 있고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까지 형식도 다양하다. 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는 이제 7년차에 접어드는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1년을 쫓아 만든 9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물론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의 밖에 있겠지만) 혹자는 존재했는지 조차도 모를, 바로 우리 옆 ‘그들’이 담겨있는 공감지수 100%의 다큐멘터리.

사실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관음증을 가장 충족시켜주면서 동시에 상상의 여지는 거의 남기지 않는 장르이다. 반면 음악은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형상화되지 않은 소스를 대중에 던져주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요리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의 장르이다. 그래서 두 장르의 만남은 새롭고 놀라우며 흥미롭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내가 궁금한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먼 미래 혹은 먼 과거까지도 담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을 만나 시각화된 산물로 현재의 관객에게 보이는 것. 그것은 뮤직비디오와도 다르며 TV 속 가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도 다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큐멘터리+음악(뮤지션)의 조합이 묘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그 시너지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나, 우리, 현실의 교감이 있다.


감독 민홍기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 작업보다는 그 이름을 구성하는 김민홍과 송은지에 중심을 두었다. 이들의 음악 작업 역시 구성의 중요한 요소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중심은 김민홍과 송은지 두 사람에 맞춰져 있다.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 두 사람을 둘러싼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와 같이 음악이 아닌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물론 여전히 둘을 둘러싼 교집합은 음악이며 이들의 음악을 다루고 있기에 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영상 언어는 내밀하며 설득력 있다. TV 속 스타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흘리는 눈물은 영화 속의 극적인 장면을 보며 느끼는 감정의 변이에 가깝지만
영화 속 송은지와 김민홍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나 인터뷰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생활 밀착형 공감이다. 만날 같이 놀던 친구가 갑자기 주목받으면서 순식간에 내가 들러리가 되는 것 같은 비참한 순간의 감정, 사소한 감정의 오해 따위는 쿨하게 넘겨보려 하지만 풀리지는 않고 오히려 차곡차곡 쌓이는 께름칙한 기분, 만날 둘이 놀다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관계가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는 이야기,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그 사람과의 우호적 관계를 그리며 마음을 다잡는 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 일인가 싶은 생각, 열심히 해도 벌리지 않는 돈, 열심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들,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간극, 하고 싶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떠나는 여행 등 영화 속에는 굳이 그것이 뮤지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기 때문이 아니라도 겪는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인디밴드에 대한 기사를 보거나 실제 몇몇 밴드들이 인터뷰를 했던 경험을 들어보면,

“음악 하는데 배고프지 않으세요(음악만으로도 생활을 영위하는 데 힘들지 않아요)?’

“멤버들 간에 사이는 어때요?“

와 같은 질문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편화시키거나 정형화시켜 정답을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음악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고 또는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지만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도 있을 것이며, 얼마를 벌든 그 돈으로만 생활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비주류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야 할 질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20-30대가 언제나 되뇌는 질문들이다. 말했듯 정답은 없다. 음악을 하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 아니라 이런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난하지만 행복한 것이다. 음악을 하지 않는 나도 그들처럼 내가 선택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혹은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사실 2005년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홍대에 이름이 슬슬 알려지기 시작하고 1집 앨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 수록된 곡 ‘So Good-bye’가 이 동네에서는 유례없는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어쩌면 저 팀은 곧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을 한 적이 있었다. 2006년 연말 시상식에서 ‘인디밴드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상을 받으러 나온 그들을 보면서 (당시만해도) 언론의 갑작스러운 관심이 결국에는 두 사람을 흔들고 말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그 시간들을 잘 보내온 듯하다. 1집 앨범을 발매한 후 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6명이 되었던 순간도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2명이다.

그들이 활동한 6년여의 시간 중 1년을 좇고 그것을 다시 90분의 시간으로 압축한 이 영화에는 순간에 대한 지난한 집착은 없다.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는 1년의 시간 중 담을 수 있는 딱 90분의 시간만큼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겨 있다. 그렇다보니 대중에게 100% 까발리고 싶지 않은 순간들은 빠져 있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사건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도 녹록치 않으며 누군가가 “그 영화 어떤 내용이야?” 라고 묻는다면 “그냥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야”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슨 얘기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영화를 보며 내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되는 순간은 경험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이 겪고, 지내고 있는 현실 속의 나를 발견하며 공감할 수는 있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에 대한 궁금증? 물론 영화 곳곳에서 즐길 수 있다. 다만 뮤지션으로서의 그들은 여전히 무대 위 어느 한 켠에 있을테니 그들의 음악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지는 마시라는 말씀.

덤) 영화의 주 무대가 홍대인근이다보니 이 동네에서 좀 논다 싶은 사람들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자주 가는 카페, 합주실 등의 위치를 추적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것은 물론 영화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덤’이다.


● 홍대앞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최근 영화들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
- 감독 : 백승화 |출연 : 갤럭시 익스프레스

다큐멘터리 <좋아서 만든 영화>
- 감독 : 고달우, 김모모|출연 : 좋아서 하는 밴드

다큐멘터리 <어배러투모로우 온 더 스트리트>
- 감독 : 유민규|출연 : 어배러투모로우, 캐비넷싱얼롱즈 외

TV영화 <저스트 키딩>
- 감독 : 이무영|출연 : 슈퍼키드

극영화 <춤추는 동물원>
- 감독 : 김효정, 박성용|출연 : 한희정, 몬구

글 _ 반전 indiefeel

한창 이라크 파병 문제로 반전운동을 하던 때 지은 필명이자 닉네임. '전쟁을 반대한다'와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의 매개로서 글을 생각하고 활동의 매개로서 정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사는 내내 비주류의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하루하루 다짐한다. 현재는 너무 치열하게 살았던 2009년을 빨리 보내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