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분장실>, 식도락가적 리뷰어들이 터놓는 그 맛에 대하여

[리뷰] 연극 <분장실>

"우리는 꽤 까다로운 식도락가적 리뷰어인데 이렇게 할 말이 없는 연극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구만요"
 

[식도락가적 리뷰어] 분명하게 판단하고 알고 보는 미식가적 리뷰어가 아닌, 덜 알고 맛있는 부분만 맛있다하고 진미는 몰라도 넘어가는 리뷰어 (본문 정의)

 

[참고]
* 식도락가 [食道樂家] [명사]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
* 미식가 [美食家] [명사]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고민은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되었다. 연극 <분장실>을 공연하고 있는 디마떼오홀은 피자집 안에 극장이 자리한 구조이다. 일찍 도착한 관객들은 피자집 한 구석 대기공간에서 기다릴 수 있게 되어있는데, 피자집으로 들어설 때 인상 좋은 아저씨 한 분이 서계시다가 문을 열어주고 대기공간으로 안내해주셨다. 그 분은 미안할 정도로 친절했고, 문을 열어주는 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른 같은 느낌이었다. 의자에 앉아 팸플릿을 뒤적이는데, 앗. 팸플릿 속에 연출가 오태석씨의 사진과 그 아저씨의 얼굴이 너무나 닮았다는 걸 발견 했다. 우리는 안절부절 했다. 혹시 연출가가 기이한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이 퍼포먼스이자 연극의 시작이라면? 그 사람이 오태석씨이고 아니고의 문제 뿐 만 아니라, 이름은 자자하게 들어온 그 유명한 사람의 얼굴을 모른다는 점이 문득 부끄러웠다. 우리는 리뷰를 쓰기 위해 연극을 보러 온 건데 사실은 무식쟁이 둘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걸 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고민은 극장을 나설 때 배가 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으레 받게 되는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공연을 보고 느낀 점을 쓰는 칸을 두 명 다 채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좋았습니다.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참 좋았으니까.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아름답고 살아있었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욤1 : 그 때부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욤2 : 우리는 어떤 입장에서 리뷰를 쓰는 걸까. 일반 관객도, 평론가도, 마니아도 아닌 이 애매모호한 자리에 대해 미리 밝히고 공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욤1 : 우리는 연극을 한국인구 전체 평균보다는 훨씬 많이 보는 사람들이지. 적어도 한 달에 두 편씩은 보고 있는 것 같고 많으면 더 보기도 하니까. 무용이나 음악 공연도 그 만큼은 보거나 하고 있으니 극장에 상당히 자주 간다고 볼 수 있어.
욤2 : 하지만 마니아는 아니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고, 그 곳이 우리의 일터일 경우가 많고.
욤1 : <분장실>을 보면서 느낀 건. 여기 나오는 대사들이 내가 아는 것이었다면 더 재미있고 와 닿았을 거라는 거. 그리고 그 대사들은 연극계의 아주 유명한 작가인 체홉이 쓴 것들이고. 난 체홉이라면 바냐아저씨랑 벚꽃동산을 읽었지만 읽다보면 잠들곤 했어. 연극을 보았을 때도 해드뱅잉을 하면서 잤을껄.
욤2 : 응. 난 세 자매와 바냐아저씨를 봤어.
욤1 : <분장실>에 무척 많이 인용되는 체홉의 대사들은 유명한 구절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연극 좀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 같았어.
욤2 : 응. 알고 봤으면 좋았겠지. 하지만 우리는 몰라.
욤1 : 그러니까 우리는 참 애매한 위치에 있는 건데, 마치 음식취향이랑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욤2 : 뭔?
욤1 : 우리, 먹는 것은 웬만해선 좋아하고. 공짜라면 거의 쫓아가서 먹는 편인데 사실 알고 보면 상당히 비판적이잖아. 정말 맛있다 라는 말을 쉽게 하지는 않고 트집을 잡는 편이지.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긴 하지만 그 것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영양학적으로 깊이 파지는 않고, 맛에 대한 감상만 즐겨. 그 맛도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욤2 : 즐기기는 하는데 평가할만한 수준은 아닌? 음악도 많이 들어본 사람이 좋은 음악도 알듯이 말이야.
욤1 : 그런가. 비슷한 느낌? 어떤 음식들은 상당히 좋아하고 꽤 여러 종류로 먹어봐서 못 먹어 본 사람들한테 전파도 하고 잘난 척도 하지만, 사실 더 높고 깊은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수를 보면 가끔 주눅도 들고..
욤2 : 연극 쪽은 확실히 그런 듯. 음악도 더 알면 더 다양하게 듣게 되고 좋은 음악의 폭이 점점 넓어지거나 깊어지거나 하는데, 모르면 좋은 거 들려줘도 모르는 거니까. 나쁘다 좋다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깊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 알아야 좋은 거. 홍어처럼.
욤1 : 응 근데 우리 둘 다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서, 예술이나 맛에 대해서 잘 만든 것과 못 만든 것은 귀신같이 느끼는 능력은 있는 것 같아.
욤2 : 그런 건 있지. 본능. 보통 맛있는 건 혀가 느끼잖아. 근데 미식가의 단계냐 아니냐 인데, 우린 연극에선 미식가 수준은 아니지. 좋아하긴 하지만 애매해.
욤1 : 음 미식가 말고 다른 표현이 뭐가 있을까.. 맛있는 걸 아주 즐기지만 맛없는 것은 싫어한다... 아! 식도락가?
욤2 : 식도락가가 그런건가?
욤1 : 식도락가 [食道樂家] [명사]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
욤2 : 미식가 [美食家] [명사]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욤1 : 음... 비스므레한 듯.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건데..
욤2 : 미식가는 전문가. 식도락가는 즐기는 사람.
욤1 : 응. 그런 느낌.
욤2 : 미식가는 한 숟갈 먹고 이건 음식도 아니라며 수저 내려놓는 사람.
욤1 : 식도락가는 그래도 하는 수 없이 대충 먹고 2차로 진짜 맛있는데 가는 사람. 후후.
욤2 : 그렁께 미식가가 되어서 분명하게 판단하고 알고 봐야하는데. 우린 덜 알고 맛있는 부분만 맛있다하고. 진미는 몰라도 넘어가는 것 같어. 우린 식도락가적 리뷰어지.
욤1 : 그렇지.
욤2 : 분명 좋은 연극. 자극 엄청 되는 모처럼 만의 공연이었는데, 그걸 그럴싸하게 이 부위가 연극적으로 훌륭하다 라고 말할 수 없는 이 기분.
욤1 : 그렁께말여. 공연을 보고 나오면, 아쉬운 부분을 궁시렁 대거나, 그 부분은 정말 안 좋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소주와 함께 성토대회를 하는 게 우리의 순서인데. 이거야 원 이번엔 감상평 쓰다 좌절.
욤2 : 지식인을 뒤지면 그럴싸하게 쓸 수도 있겠지. 우리가 모르는 거 그제서야 알고. 거기 나온 작품들 거의 안 봤으면서도 아는 것처럼. 이거 리뷰 쓸 자격 있는 건가. 이번 리뷰는 왠지 팬의 입장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데. 그냥, 최고에요. 짱 멋져. 요 정도..
욤1 : 음 내가 이 얘기를 꺼낸 건 우리 위치를 알고 시작 하자는 거고, 리뷰를 쓸 자격이 있고 없고는 우리가 결정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야. 어차피 연극전문가가 아닌 것을 알면서 리뷰를 부탁 한 거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솔직하게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만, 그런 우리의 상태에 자격지심을 갖고, 자료 찾아보고 이런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러지 말고 편하게 가자고. 우린 어차피 둘 다 학자타입이 아니라서 어느 구절을 인용하고, 누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런 거 잘 못하고, 사람 이름 줄줄 대는 것도 못하고 뭐뭐적 뭐뭐의 뭐뭐적 뭐뭐 이런 화법 싫어하잖아? 그런 거 흉내내지 말자고.
욤2 : 그래.



욤2 : 난 극단 목화 홈페이지에서 자료 찾고 있었어. 여배우가 궁금해서. 살아있는 여배우.
욤1 : 응. 멋졌지.
욤2 : 근데 사진 밖에 안 나와 있네.
욤1 : 난 완전 반했어. 팬 할 거야.
욤2 : 아. 대본만 읽어도 여배우C를 맡은 배우 조은아의 온 몸이 마구 떠올라. 살아 움직여.
욤1 : 응. 목소리가 귓가에 앵앵 울려. 그 표정. 진짜 대단했어.
욤2 : 대사가 엄청 자연스러웠잖아. 오태석 연출의 스타일이 그렇다더라. 가장 대사가 잘 들리는 극단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어.
욤1 : 그렇군.
욤2 : 끼꼬 역의 연기도 좋았어. 연기에 관해선 난 전체가 다 좋았어.
욤1 : 그랬지. 하지만 조은아씨가 단연 돋보였던 것 같아.
욤2 : 두말하면 잔소리.
욤1 : 이 리뷰의 방향은 이렇게 가는 것이 어떨까 - 우리는 꽤 까다로운 식도락가적 리뷰어인데 이렇게 할 말이 없는 연극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구만요.
욤2 : - 그냥 한방에 배불렀다. 배 두드리며 극장을 나왔다.
욤1 : 살다보면 좋은 연극도 있는 거지. 할 말 없다고 자괴감 빠지지 말자. 서로 다독여주며 끝. 어때, 괜찮을 듯?
욤2 : 응. 먹을 것으로 계속 비유하자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름.
욤1 : 그 정도냐! 난 사실 잠깐 졸 뻔 했는데. 3분 정도. 극장 공기가 건조하니 나같은 안구건조증 환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무조건 필수적으로 눈을 감고 싶은 순간이 있어.
욤2 : 난 안 졸리더라고. 빠져 들었어.
욤1 : 암튼 나도 좋긴 좋았어. 흠 잡을 데가 없더라고.


욤1 : 공연을 볼 땐 몰랐는데 대본을 보니 분장이 좀 아쉬웠어. 피 묻은 거랑 화상느낌이 잘 표현되었으면 진짜 좋았을 듯 해. 피 묻은 건지 난 몰랐는데, 넌 알았어?
욤2 : 응. 분장이 아쉬웠지. 나중에 대사 듣고서 피딱지인줄 알았지. 그냥 봐선 몰랐어.
욤1 : 화상 느낌이랑, 목에 피 묻은 게 티 많이 났으면 처음부터 압도적이었을 것 같아.
욤2 : 더 기괴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그랬겠지.
욤1 : 응. 화상당한 자국을 왜 로봇같이 표현했을까?
욤2 : 희극적인 요소를 더 살린 것 같어. 더 연극 티 나게. 보면 세트도 엄청 단순하잖아. 필요한 것만 딱 있고, 무대도 좁았고.
욤1 : 응.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겠지. 그런데 상황에 맞추어 연극적인 상상력을 더해 더 멋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고, 대안으로 다른 것을 택했는데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분장은 후자인 듯 해. 영 아쉬웠어.
욤1 : 아 갑자기 궁금한 거 생겼어. 연극을 보면 내용이나 연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조명이나 무대, 분장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하잖아. 마치 그건 비평할 거리가 안 되는 것처럼 말이야.
욤2 : 그렇지.
욤1 : 무대, 조명, 분장 디자이너들도 무용 공연이나 연극 공연 할 때의 우리 기분이랑 비
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공연을 구성하는 중요한 창작적 요소이지만 역시 스텝은 스텝인 건가봐. 역시 예술은 텍스트인가!
욤2 : 연극 분장은 각자 하는 경우도 많잖아. 연출의 지시가 많은 부분 들어가 있을 테고.
욤1 : 규모가 조금만 되어도 분장 디자이너는 따로 있지. 매번 와서 해주진 않지만 분장의 콘셉트나 기술은 디자이너의 몫인 거고.
욤2 : 의상은 돈 엄청 들였을 때는 이슈가 되더라. 스케일 큰 연극이나 뮤지컬은. 화려한 옷이 돋보였는데 수억대의 의상비가 들었다. 정도로만 기사에 나더라고.
욤1 : 그럼 그런 일들은 누가 평가해주지? 조명은 인테리어나 조경 쪽으로는 잡지도 있고 커뮤니티도 활성화 되어있는 것 같은데 무대 조명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분장도 의상도 마찬가지이지. 패션나 메이크업에 관련해서는 뭐가 많은데 무대 관련해서도 있나?
욤2 : 사실은 연극평론에서 한꺼번에 다뤄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 텍스트와 연기, 음악, 연출, 무대, 의상, 조명, 분장, 사운드 모두 한꺼번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연극이니까 말이야.
욤1 : 지난번에 이면공작 리뷰 했을 때도 그렇고, 공연 보다보면 공연 외적인 부분까지도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가 읽는 사람들도 재밌을 런지는 모르겠네.
욤2 : 소극장 연극은 조명도 배우가 하고 콘솔도 배우가 하는 거 많이 봤는데, 그게 자본사정상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문제가 될 것 같긴 해.
욤1 : 응. 그 사람들이 그걸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니까.
욤2 : 사운드만하더라도, 극장에 좋은 장비가 있어도 비전문가가 만지면 귀에 거슬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 이런 점은 연극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니, 바뀌었으면 좋겠어. 소리 밸런스는 안 맞고, 노래 불러도 반주와 따로 놀고, 전혀 안 신나는데 배우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그러는데 무안할 때가 있잖아. 그건 전적으로 사운드 잡는 기술의 문제거든.
욤1 : 맞아. 음악 공연을 가도 사운드가 안 좋으면 좋은 노래도 안 좋게 들리지. 거기서 약간 음량을 높여준다던가 베이스를 좀만 더 넣어줘도 훨씬 신나거나 감동적인 음악이 될 수 있는 건데 말이야.
욤2 : 연극이 마이크 없이 목소리를 끝에 있는 관객한테까지 전달하는 게 정석인건 아는데 지금은 노래 들어간 소극장 연극도 많잖아. 그럼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거 원 분장실이랑 전혀 다른 얘기로 빠져버렸네
욤1 : 그러게말야. 뭐 어쩔 수 없지. 원래 대화가 그런 거 아니겠어? 어쨌든 연극 <분장실>의 분장은 별로였다.
욤2 : 그리고 연극 <분장실>에선 노래 씬이 있지 않았고. 생각해보면 사운드 괜찮았다, 라는 것. 조명은 잘 생각 안 난다. (이건 또 슬픈 결말인데)
욤1 : 그렇지. 음악도 좋았지. 우리가 본 연극 중에 손에 꼽게 좋았지. 하지만 너무 좋아서 의심이 갔지. 섣부르게 의심하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난번 여우 어쩌고 공연에서 배웠지. 음악이 참 좋아서, 있는 것을 틀었을 것이다 생각했는데 실제 작곡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분장실>의 팸플릿에는 음악을 맡은 사람의 이름이 없었어.
욤2 : 그랬지. 여우 어쩌고는 정말 좋았지. (제목을 기억 못한 이 공연의 제목은 <눈 속을 걸어서> 였다.) 근데 대본 읽어보니 어떤 곡은 지정 돼있던데?
욤1 : 아 그런가?
욤2 : 근데 그 곡이 그 부분에서 쓰여 졌는지는 모르지. 모르는 제목이었으니.
욤1 : 넌 참 꼼꼼하구나. 제목이 뭐지? 검색해보자.

(둘 다 대본을 살펴보느라 시간이 흐른다.)

욤2 : 잘 못 봤나봐. 못 찾겠어.
욤1 : 그냥 - 음악. ---> 음악이 바뀐다 - 요런 지문들만 있는 걸.
욤2 : 그러게. 잘못봤다!!
욤1 : 팸플릿에는 음악 관련 언급 없었지?
욤2 : “러시아 풍의 음악, 브레히트극의 음악 등 다양한 음악들의 효과적인 선곡은 분장실을 '연극'에 관한 사색과 유희와 환상의 열기로 가득 채운다.” 표현이 엄청나구먼.
욤1 : 그러게. 저 정도는 아녀.
욤2 : 극장이 덥긴 더웠어. 그 열기는 있었지. 화덕 안의 피자 같은 어떤 열기
욤1 : 응 사실 한국 배우들이 있는 공간에서 그 음악은 좀 동 떨어지는 게 당연해. 정말 러시아적으로 찐-해버리니까 말이지.
욤2 : 프로그램 읽다보니 여배우 B가 두 명 인걸 알았다.
욤1 : 응, 더블캐스팅이라네.
욤2 : 다시 보고 싶다. 몇 번 보면 더 좋을 것 같어.
욤1 : 그럴까. 또 볼까나. 그런데 이 리뷰는 빨리 써서 넘기자. 일단 넘기고 또 보고 또 써서 2차 리뷰를 하던지.
욤2 : 또 보고 또 리뷰 쓰고 싶은 연극. 이라는 두 번째 대문글을 걸고 또 보여달라고 조르자.
욤1 : 히히히. 좋아. 언제 보지? 근데 두 번 보고 할 말 없음 큰 일 남.
욤2 : 보기 전에 거기 나온 유명 희곡 읽고 가야겠다.
욤1 : 좋지.
욤2 : 인간답게 돈 내고 가도 좋고.
욤1 : 응. 팬이니까 돈 내고 봐도 돼. 여배우C는 안 바뀌지?
욤2 : 응. 주변에 널리 알리어 여러 사람과 함께 가자.
욤1 : 오케이. 금요일 시간 괜찮아.
욤2 : 금요일에 보면 되겠다. 글 읽을 시간도 필요하니. 기타 레슨 끝나고 레슨생도 같이 보자고 할게. 연극배우 뭐시기랑 뭐시기도 같이 보자고 할게.
욤1 : 그래. 그럼 금요일에 보자. 이렇게 마무리?
욤2 : 훈훈한 마무리구만.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이야기, 연극 <분장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 기회가 닿아도 놓쳐버리는 사람,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주역을 연기하지만 여배우로서의 삶이 잔혹하다고 느끼는 여배우, 생전에 주역을 한 번도 못해본 게 한이 되어 죽은 뒤에도 분장실에 머무는 두 여배우 귀신. 다른 배우의 배역을 빼앗고 싶은 여배우....의 이야기 <분장실>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과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사는 모든 현대인들의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사색과 유희와 환상의 열기로 가득 채운 작품 <분장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원작으로 방대한 삶의 주제를 깔끔하고 쉽고 편하게 표현하었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다. 오태석이 이 작품에 우리말의 운율을 가미하여 각색, 연출하였다. 오태석 특유의 연출 색깔로 현실의 세계와 죽은 유령들의 세계가 천연스럽게 공존하는 분장실 공간은 관객을 훤히 비추는 대형거울과 바퀴 달고 굴러다니는 화장대, 그리고 러시아풍의 음악, 브레히트 극의 음악 등 다양한 연극적 오브제가 가득! 극의 재미를 더한다.

* 2009년 12월 18일 ~ 2010년 1월 31일 | 디마떼오홀
* 2010년 2월 2일 ~ 2월 7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극단 목화 http://www.aroong.com/

 

글 | 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