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몽타주 속의 현실 -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몽타주 속의 현실”

무브먼트 <당-당>의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1. 리뷰를 읽기 전에

1)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는 “novel-form-dance-montage"라는 틀을 입고 있다. 그래서 이 리뷰 역시 몽타주라는 틀을 입고 있다. 아니 입히려고 노력한다.

2)  ‘몽타주’- 프랑스 건축 용어 monter(조립한다)에서 나온 용어인 몽타주는 흔히 범죄 용의자의 인상착의만으로 수많은 사진에서 골라내어 합성한 인물 그림을 일컫는다. - 미술 분야에서 다다이스트들이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몽타주는 사진에서 비롯된 실재 이미지를 오려내어 덧붙이고 반복하거나,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병치하거나, 이미지와 문자를 혼합하거나, 이중 인화의 합성을 통해 많은 관점을 하나로 뭉뚱그려, 주마등 같이 확장된 시각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현대미술의 기초개념, 백한울 著, 298P>



2. 리뷰 - 몽타주 속의 현실


1) 모는 집으로 가는 길도 모르고, 집과 가족이 사라진 이유도 모른다. 이 공연에서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2) 이 연극은 홈리스를 소재로 하고 있고, 홈리스를 주제로 하고 있다. 홈리스는 단순히 집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일정한 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제도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다. 사회가 잊은 사람들이 홈리스다.

3) 슬픈 음악의 모순 - 지독히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을 노래하더라도 음악은 리듬이 있고, 박자가 있어야 하며 듣기 좋아야 한다.

3.1) 비판 영화의 모순 -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를 비판하는 영화 역시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3.2) 삶의 모순 - 온갖 슬픔과 아픔을 간직한 삶이라도 죽음보다 낫다.

3.3) 이 연극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과 영화와 춤이라는 여러 이미지들로 보여준다.



4) 현실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주관적이고,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객관적이다.

4.l) 현실은 사람의 수만큼 있고, 사람의 수만큼 있는 현실을 가지고 몽타주로 만든 것 역시 현실이다.

4.2) 개인들의 수많은 현실이 몽타주를 만들고, 그 몽타주 속의 현실을 통해서 개인은 자신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4.3) 홈리스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절망이지만 사회의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그래서 개인은 절망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4.4) 그래서 집을 잃은 모는 집을 잃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홈리스 속에 들어가는 것은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가 갈 곳은 홈리스들이 있는 길거리다. 그 곳에서 모는 절망을 나눈다. 그것이 홈리스들이 살아가는 힘이다. 먹을 것을 나누는 것처럼 절망을 나누는 것이 그들에게는 희망이다.



5) 이 연극은 배우의 연기를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영상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사회의 통제를 받는 좀비 같은 사람들의 영상을 연극으로 다시 한 번 재현하기도 하면서 이미지들을 중첩한다.

5.1) 이미지의 중첩은 관객에게는 힘으로 다가온다.

5.2)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에서 중첩되는 이미지들로 인해 삶이 고정되어 있다고 느끼게 된다.

5.3) 이 고정된 이미지들이 ‘현실’이다.

5.4) 절망의 이미지는 ‘멈춤, 고정, 정지, 빠져 나올 수 없음’ 이고 희망의 이미지는 ‘변화, 확장, 진행, 빠져 나갈 수 있음’이다. 그래서 절망 속에서 현실을 더 잘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에 부푼 사람이 ‘현실’을 들먹이는 경우는 드물다.

5.5) 이 연극은 이미지들을 반복함으로써 이미지들을 고정시키고, 고정된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홈리스의 절망을 더 잘 느끼게 해 준다.

6)  사회는 홈리스를 부정하지만 홈리스는 사회를 부정할 수 없다.



6.1) 모는 홈리스가 되고, 절망에 빠지지만 여러 홈리스들과 함께 하면서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 이 연극의 결말이다. 희망은 ‘더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2.1) 모의 존재감은 사라진 집과 함께 사회로부터 사라져갔다. 그러나 홈리스들과 함께 하면서 모는 다시 존재감을 찾는다. 이 존재감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힘이 된다.

2.2) 모가 존재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홈리스들의 이해였다. 홈리스들은 모를 별종으로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여겼다.

6.2) 홈리스의 의지만으로 희망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사회의 이해 역시 필요하다. 단지 홈리스가 별종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는 것만을 이해해도 좋다.

1.1) 이 연극에서 모의 집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은 그 이유를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2) 모는 자신이 왜 홈리스가 되었는지 모른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갑자기 홈리스가 되었다. 갑자기 닥친 사고에 의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닥친 어려움으로 인해 집을 잃을 수도 있고,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

1.3) 홈리스는 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6.3) 사회라는 몽타주 속에 홈리스도 있다.


novel_form_dance_montage :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2009년 12월 11일(토)~12일(일) 고양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


시네마 댄스 플레이, 잼 퍼포먼스 등 무용 공연의 다양한 형식실험을 수행해온 무브먼트 <당-당>이 동명의 단편소설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연극과 음악, 무용과 영상 등이 혼재하는 “novel_form_dance_montage” 라는 틀을 입고 밀도 있는 몸의 언어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고민을 감지하고 다가올 미래를 현명하게 헤쳐 나갈 지혜를 모아 보는 작품이다. 또한 내 안의 이기심을 반성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를 관객과 행위자들이 함께 나누는 경험이기도 하다.


: 무브먼트 <당-당>
http://cafe.naver.com/seouldancehall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주중에는 충북음성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