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화정 작/연출<방문기 X> "이렇게 작가와 관객은 다른 시공간에서 만났다"

 

방문기 X



글│ 조혜연 (토탈 아티스트 나비다)
사진│ 고민구

 




역시나 항상 글의 시작은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군... 내가 이 공연을 본 것이 12일전. 그렇다면 지금 난 이 공연의 기억이 약간은 흐릿해진 상태. 어쩜 난 이러한 흐릿해진 상태를 원했던 걸까?


소위 난해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들이 주는 무게감과, 나 보다 위에 있는 듯한 포스로 조금은 거만하게 "이해"를 테스트하는 느낌이 일단 그 작품을 잊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방문기X"?


사실, 제목 보다 "강화정"을 보고 공연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일반 대중들이야 "강화정"을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선 알 사람들은 아는 독특한 연출가이다.

 

난 강화정 연출가의 작품 중 <편집되는 경험, 소설 juice>를 봤었고, 그리고 한 참 후에 이번 공연 <방문기X>를 보았다. 아니다.<(없어질)박물관으로의 초대>도 봤었나?

 

이 연출가 작품은 이렇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안 본 것 같기도 하고..
이 연출가의 그 동안 작품 제목부터 좀 나열해 볼까?

왜냐면 이렇게 제목 어렵게 짓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시간과 공간 3부작 - 1부     <(없어질)박물관으로의 초대>
                            - 2부     <"난 사랑할 수 없어!(Je ne peux pasaimer....!)
                            - 3부     <편집되는 경험, 소설 Juice>
                            - 종결편 <1인칭 슈팅-물 속에서>

읽어도 읽어도, 난 처음 읽는 느낌이다. 이게 의도인거 같기도 하고.









예전 관람 후 느낌도 그렇고, 이번 관람도 그렇고, 난 항상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해체", "분절", "재조합", 몽환적인 이미지,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극. 

여튼, 12일이 지나도록 이 작품의 리뷰를 쓰고 싶지 않다가, 이제 쓰고 싶어진 이유는....난 결국 이 극을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이해해야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작품의 잔상이 내 눈 앞에 다시 펼쳐졌다. 

그러니까, 요즘 "나의 상태"를 조금 묘사해보겠다. 원인은 제쳐두고,


난 요즘 내 몸 속에서 새롭게 변이되고,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요상한 화학반응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가 다 죽고 다시 태어나고 있으며, 1분 간격으로 용암이 폭발하고 있으며, 내 혈액과 혈관이 퍽퍽 터지거나, 모든 걸 녹여내며 쭈~욱, 쭈~욱 흘러내리고 있다. 내장은 지구를 열 바퀴 돌만큼 늘어났다가, 모든 걸 휘어 감고는, 땡땡하게 곧 끊어질 듯 팽팽해지고,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을 즈음 강력한 탄성으로 다시 제자리로 모든 것을 부숴버리며 빠른 속도로 돌아온다.

외부 공기는 로케트의 속도로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적혈구와 함께 미사일의 속도로 달나라를 가서는 다시 빛의 속도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 눈은 1분에 수천 번을 깜박이고, 내 항문은 내 눈알을 흡수할 만큼 조여서는, 온 몸이 항문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완전히 까뒤집어져서는 나는 전혀 다른 살성과 색깔로 앉아있다. 하루에 1243번씩 오르가즘을 느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동시에 처절한 슬픔의 눈물이 손톱을 통해 나오고 있고, 눈물 색깔은 마녀의 색깔이다. 발가락의 자리에 혀들이 10개가 자리하고 있고, 내 혀의 자리엔 발가락이 정확한 시간에 맞춰 순서를 바꿔간다.


지랄 같은 화학 작용이 지랄 같은 속도로, 지랄 같이 내 의식과 무의식과 내 정신과 내 신체를 뒤틀어버리고, 찢고, 할퀴고, 부러뜨리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비명소리는 안드로메다로 향해가고 있다. 시발......





 



이거.. 다음 나의 노래 가사다.

 

그리고........... 웅........................ 존다.

 

 

근데...

 

가만히..

 

나를 본다.

 

이 미친 상태가 겉으로는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나만 느끼는 것. 그리고 나도 잘 모르겠는 그 무엇.
난 그냥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녀' 혹은 '나' 이다. 

그리고 저 요상한 화학작용은 아주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론 아주 판타스틱하다.

 



그럼 다시 작품얘기.

 

결론은 그냥 나의 저런 상태가, 공연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고, 그냥 같다고 느꼈다.


우리가 모르는 "죽음", "정신이나 마음이 그토록 혹사시켰던 육신들의 이야기"를 묘사했다는 이 작품이 난 그렇게 미래도, 미지도 아닌, 그냥 지금 이 순간 같다.



 





이 공연의 미학적 분석을 해야 한다면, 조명, 음향, 움직임, 소리, 대사, 무대장치, 의상 등의 매끄러운 호흡과 소위 훌륭한 긱각기? 웅장한 사운드와 마이크시스템을 이용한 배우들의 목소리가 다른 장치들과 동등하게 섞여 안정감 있게 공연을 구성했다는 것?


그러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음"만 계속 치는 느낌에서 오는 지루함과 시끄러움?


이미 보편적일 수 없는 소재와 메시지를 보편적이고 쉽게 보이려고 예전보다 그나마 노력한 것이 주는 오히려 과장된 어색함?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고통스러워 보여서 훌륭해보였고, 연습과정이 참 힘들었겠다는 추측?

 


움...

이런 것 들이 별로 하나도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정리 안 되고 두서없는 감각의 세심함과 과거, 현재, 미래 그 어느 것도 그저 내 세포 안에서, 내 방식대로 재 배열될 그 요상한 살아있음을 강화정 연출가는 묘사했고, 난 현실에서 그 요상한 살아있음을 체감하고 있으며


일치했다.


이렇게 작가와 관객은 다른 시공간에서 만났다.



 






마무리!

난 내가 묘사한 "내 상태"가 무지 거룩하다고 느꼈기에 저렇게 적었다.

그리고 저 거룩함이 먼지처럼 가벼운 웃음이라고 느꼈기에 저렇게 적었다.

 

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하나 권하고 싶다.

당신들의 상태를 한번 보시기를.

지랄 같은 상태를 한번 파헤쳐 보시기를.

 

만약 지랄 같지 않다면, 당장 지금까지의 삶을 때려 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시길..

 

 

그리고

이 공연의 제목이 <방문기X>였다. 참 제목을 어떻게 이렇게 지을 생각을 했지?

하하하하하





방문기 X_ 강화정 작/연출
2010년 7월 6일(화)~10일(토)
LIG아트홀


'죽음’에 직면해 쇠락한 최후의 모습이라는 소재를 강화정만의 연출 스타일로 풀어낸 초현실적인 공연.

연출가 강화정은 장르적 경계들을 거부하고 무대의 총체적인 언어들을 활용하면서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통해 양식적 압축미들을 선보여왔다.

본인 스스로, 본인에 대한 정의 혹은 개념의 정의를 거부하고 모든 친한 것들, 자신의 주변의 경계들로부터 탈퇴를 선언하고, 주어진 매커니즘에 대한 거부의 선을 분명히 하는 작가이다. 

육신과 육신 이탈 사이의 몸짓과 언어의 청각과 시각적 감각사이의 유영이 강화정 연출만의 독특한 무대미학으로 전개된다.



 


필자 조혜연은 <art blender 파랑캡슐>을 운영하고, 토탈 아티스트 '나비다'로 활동 중인, 이젠 그닥 젊지만은 않은 젊은 여자. 현실과 비현실, 꿈 속과 현재를 잘 구분 못하는 그래서 행복할지 모르는 철없는 한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분명한 열정과 실천력을 자부하는 에너자이저...



 


사진 출처: http://www.photo9.me

*편집자주: 공연 사진을 기록해주신 고민구 님은 지난 7월 초 방문기X 초대 이벤트 에 당첨되신 인디언밥 독자 중 한 분이십니다.





  1. 트위터에서 @jaksaga님이 제게 주신 리플이에요. "연극은 잘모르지만 멋진 리뷰네요 잘봤어요"라고^^

  2. 나도 재밌네요.. 오늘 보니.. 하하하.. 감사

  3. 전 작년 가을 <강화정과 페르소나들>이란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계속 기대되고, 계속 보고싶어지는 호기심들이 자꾸 강하게 이끕니다.
    이번 작품도 보고 나서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보고 나서 노트도 안 해놓고 이젠 시일이 꽤 지나고나니 기억도 잘 안나지만 OTL) 어떠한 몇몇 이미지들만 강하게 남아있어요.
    이런 작품들을 마주하면 '해석하지 말자'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면서 오감을 활짝 열어놓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데 역시나 쉽지 않네요. -_ ㅠ
    암튼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