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엘 시스테마> Everyone, if possible, into our wonderful world!


Everyone, if possible, into our wonderful world!


<엘 시스테마>


글 │ 윤나리
 





치안이 불안정한 마을에서 한 여자 아이가 집을 나서던 길에 다리에 총을 맞는다. 한국 나이로 치자면 열다섯이 채 되지 않는 그 여자 아이는 깊숙이 상처가 난 다리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고 한다. 이유는 연주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They've given us education"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1975년부터 추진되어온 프로젝트다. 기쁨, 평화, 희망, 통합, 힘 그리고 무한한 에너지- 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음악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다.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사회적 차원에서 가난을 구하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구축하는 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는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단순한 구제의 시스템을 넘어서 수준 높은 음악을 성취하는 것까지도 달성하게끔 만든다.






 

나는 <엘 시스테마>를 보고 음악의 순수한 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은 변화를 추구한다. 그 변화는 내적이든 외적이든, 개인적이든 전체적이든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변화의 범위를 구분 짓는 것도 굉장히 무의미해진다. 결국 내적인 것에서 외적으로, 개인적인 것에서 전체적으로 좀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스템으로서 또 세상의 희망과 더 행복해질 마음을 위함으로서 오케스트라가 든든한 몫을 하고 있다. 총소리가 낮과 밤을 불문하고 끊이지 않는 위험천만한 지역에서 아이들은 보호란 명목으로 집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어른과 아이 구별 없이 일어나는 총살. 심지어 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서 조차 익명의 누군가에게 총을 맞고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이런 환경에 오케스트라는 방패 내지는 예방책같은 것이 되어준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더 나아가 팀 내에서 단결과 팀워크를 배울 수 있는 곳. 그 역할을 ‘엘 시스테마’가 해내고 있다. We're taking big steps - Like Elephants!

 





“호흡할 때는,

아주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상상을 하라고 말씀 하세요”


언젠가 한번은 음악이 없는 삶이 상상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단순히 약속장소를 오고갈 때 듣는 작은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음악이나, 잠들기 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생각했고, 불편하고 답답하겠지만 살 수는 있겠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오로지 개인적인 유희의 차원에서만 음악을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4,5분 내의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음악의 전형이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어디 가서 음악 좀 듣고, 음악 좀 안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다녔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진짜 음악이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음악은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 것일까.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선 간단한 오디션이 치러진다. 그리고 처음부터 악기를 잡고 연주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꽤나 귀여운 율동이 깃들여진) 노래를 부르며 멜로디를 배우고, 음악기호를 배운다. 그리고 제일 처음엔 종이로 만들어진 악기로 연주자의 마인드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그들이 직접 악기를 쥐고, 안게 되었을 때는 그들은 이미 연주자로서 껑충 도약한 상태가 돼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회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또 각자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악기를 쥐어준 것은 놀랄 만큼 자연스럽고 현명한 일이다. 음악을 쓰레기장으로 가져오는 것, 베네수엘라의 극빈 지역에 사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가져 오는 것. 그리고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것의 간격을 메우게 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악이라는 것. 음악을 단순히 듣고 유희적인 차원에 머물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 나를 둘러싼 공기 속에 음악의 멜로디 한마디 한마디를 그려 넣는다는 것. 그들이 음악을 즐기게 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가능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의 세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막을 부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의 도끼질에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파편에 상처받기 일쑤. 만만찮은 세상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가 시급하게 찾아야 할 것들은 그들이 더 날이 선 도구들로 막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막을 결국 볼 수 없게 된다면 그들에게는 한계도 없을 것이다.

‘엘 시스테마’의 열정이 넘치는 연주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개인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연주하는 그들의 손짓과 표정에서 그것을 찾을 수 없다면 오히려 눈만 감고 그들의 음악만 들어보라. 읽을 수 없는 그들의 표정 대신 그들의 멜로디 하나하나가 마음 깊숙이 들어올 테니까.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El Sistema, 2008

감독 파울 슈마츠니, 마리아 슈토트마여 
제 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2010년 7월 8~14일) 상영작


베네주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센터, 음악 워크숍의 연합으로 현재 25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여기서 악기를 배우고 있다. 이 단체는 30여 년 전 호세 안토니오 아브루라는 한 이상주의자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카라카스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마치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실화를 만들어냈다. ‘엘 시스테마’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차세대 최고의 지휘자로 지목하여 화제가 된 28세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17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에딕슨 루이즈 등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아브루의 무모한 아이디어가 가난의 악순환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구원했는지, 그리고 음악의 힘이 어떻게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필자소개

윤나리
영화만 줄줄이 볼 수 있는 휴일을 원하면서도 정작 휴일엔 연애와 술과 잠을 즐기고 평일에 바삐 영화에 쫓기는ㅡ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자기소개 한 줄에 영화가 몇 번씩이나 들어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만큼 영화가 좋은 건지도)
nari.peace@gmail.com





  1. 2010년 8월에 개봉예정이더라고요~
    나리씨가 재밌으셨다 하니 저도 궁금해지네요.
    영화관 나들이 간지가 너무 오래되었는데, 이 참에 한 번 가볼까나?

  2. 앗 !
    곧 개봉 하는 엘시스테마...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감을 더 높여주시는군요 ㅎㅎㅎ

  3. 엘 시스테마! 어제 보고 왔답니다 :) 저에게도 많은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던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