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미학-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크리스마스 스타>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미학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크리스마스 스타>


 


글_ 윤나리










누군가의 블로그에 적혀 있었다.


'12월은 참 기다려지는 달입니다. 크리스마스때문일까요?'


 


*상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스포일러는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가족 영화. 이 두 단어만으로도 이 영화는 대충 짐작이 가능해진다. 내가 가장 설렘과 긴장의 연속을 오가는 계절은 단연 겨울이다. 짐작가능하겠지만 ‘크리스마스’ 때문이다. 도저히 언제부터, 그리고 왜인지 파악이 불가능한 이 맹목적 기다림은 늘 좋은 끝을 맞이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번 기다려진다. 그나마 기원을 찾아보자면 어려서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은 외국영화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서양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종교적인 이유도 포함되겠지만 가족중심적인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아래 모여 꽁꽁 감추어진 예쁜 포장지를 뜯고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그런 모습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옆집에선 캐롤이 들린다) 또 굴뚝있는 집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 좁은 통로를 타고 내려와 머리맡에 평소 받고 싶던 선물을 두고 가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는 어떻고. (나는 우리집에 굴뚝이 없음에 평생 선물을 못받겠다고 쉽게(?) 단념했다) <나홀로 집에>로 시작해서 머리가 좀 크고부턴 <패밀리맨> <그린치> 등을 거쳐 <러브액츄얼리>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 상상했던 그런 아기자기한 분위기에서 연애를 하는 나이가 되니까 로맨틱의 진수는 크리스마스가 아닐까하는 환상도 갖곤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또 나같은 사람들이 꽤 있어보인다. 크리스마스만큼 영화관이 붐비는 때도 없으니까.






 














 

△ <34번가의 기적>(1994)

 



언급되었던 크리스마스 영화들 중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34번가의 기적>이다. 이 영화에서 산타는 그냥 할아버지 ‘사람’으로 그려진다. 아이들의 동경이자 환상속의, 루돌프를 끌고 구름을 넘나드는 마법사같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백화점 한 귀퉁이에 앉아서 ‘산타 이벤트’에 충실한 할아버지다. 기억을 쫒아보면 이 영화는 ‘산타는 없지만, 산타의 기적은 있다‘를 보여줬던 것 같다. 개봉한지 15년이 훨씬 넘은 이 영화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 어른이 되기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나 봤는데도(비디오로 가지고 있다), 항상 빠져든다. <34번가의 기적>- 크리스마스의 기적체험은 100% 효과를 거둔다.

 


크리스마스의 환상을 심는 건 물론 영화뿐 아니라 캐롤이나 그 외의 카드주고받기, 눈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기다리기,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좋은 날 등의 많은 요소들이 있다. 학교다닐 때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갖가지 색깔의 종이와 반짝이 풀로 카드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건넸던 것이 생각난다. 또 크리스마스 전 애인만들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게다. 왜 그럴까?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설명해줄 말이 있는 듯 보인다. 그건 바로 ‘
해피엔딩’. 사람들은 모든 크리스마스적 염원들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길 바란다. 캐롤을 부르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카드를 주고 받으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잊지 못할 경험에 행복해하고, 짝사랑하는 사람과 연인으로 발전하는, 혹은 헤어졌던 사람과 크리스마스에 운명처럼 만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영화는 100편중에 한 편 나올까 말까다.

 





△ <크리스마스 스타>(2010)
12월 23일 개봉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이었던 <크리스마스 스타>도 이 대열에 함께하는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헤어졌던 연인이 돌아오고, 트라우마처럼 따라다니던 크리스마스 공연도 성황리에 끝나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장면에서 반목하던 라이벌 교사와 화합하는 장면에선 더더욱 그렇다. 마치 액션영화의 빠른 숏의 전개처럼, 갈등과 불안은 순식간에 해결된다. 딱히 인정할만한 이유가 없어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진다. ‘
크리스마스’니까요.

 

처음엔 이 사실이 굉장히 거슬렸다. 아니 대체 크리스마스 영화라고 이렇게 쉽게 해결되고 용서되고 사랑하게 되도 괜찮은가? 라고 반문했다. 지적할 이유야 많다. 근데 이상하게도 나는 <크리스마스 스타>를 보며 눈물이 찔끔할만큼 뭉클해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반문을 하면서도 이 감동적인 순간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봉합의 예술이자 해피엔딩의 집요한 미학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 영화. 여타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허점 투성이인 이 영화들이 영화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관객들의 다양한 반면 하나같이 집결된 소망들을 실현시켜주기 때문일거다. 내가 크리스마스에 관대하기때문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나는 이 영화들에 사실 어떤 비판의 여지도 심어두고 싶지가 않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라도, 말도 안되는 장면이라도 말이다.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면- 내가 정말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도 막론하고.


주인공이 다시 만나는 운명적인 순간에 기적같이 눈이 내려도, 크리스마스라는 이유 하나로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서로를 용서해도, 성질 나쁘고 고약한 스크루지가 갑자기 개과천선하듯 착한 사람으로 변해도 (그는 크리스마스 기적을 체험한 1세대라 볼 수 있겠다) 나는 그냥 큰 맘 먹고 눈 딱 감아줄 수 있다. 뭐야, 시시하게. 말도 안돼-라는 생각도 팝콘 찌꺼기와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있다. 유치하고 허술한 스토리에서 받은 감동이 앞선 부정들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 태도가 적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것이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환상적인 일이라면, 지친 영혼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크리스마스영화에서 그것들을 온전히, 그리고 너무도 열심히 받고있으니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스타>에서처럼 흥겹게 캐롤을 부르며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을 수 있길 고대해본다.






제 4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2010 1027-1102 CGV송파

크리스마스 스타!  Nativity! (Korea Premiere)
데비 아이싯  Debbie Isitt

제4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크리스마스 스타!>는 지역과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의 보편적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끔찍한 이웃들>, <콘페티> 등을 통해 영국식 코미디에 재능을 증명한 바 있는 데비 아이싯 감독이 각본, 연출, 작곡까지 도맡은 이 영화는 매년 어린이 크리스마스 공연을 맡아 지도하는 초등학교 교사 매든스와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행복 찾기 스토리를 좇는다. 임박한 크리스마스 공연을 사이에 두고 인근 학교 라이벌 교사와의 신경전 끝에 매든스는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한 번 내뱉은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꼬리를 물면서 매든스의 곤경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실연의 충격으로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망각하게 된 교사와 그를 믿고 따르는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훈훈한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다룬 작품으로 오락적 재미와 감동이 황금비율로 조화된 가족영화의 모범 답안이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시종일관 귀에 익숙한 캐롤송이 배경에 깔리고, 팍팍한 세상살이의 와중에 참 의미를 망각했던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가치에 대해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남긴다.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흥을 돋우며, 관록의 배우 마틴 프리먼과 아역 배우들의 똘똘한 연기도 할리우드 크리스마스 영화 못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필자소개

윤나리
영화만 줄줄이 볼 수 있는 휴일을 원하면서도 정작 휴일엔 연애와 술과 잠을 즐기고 평일에 바삐 영화에 쫓기는ㅡ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자기소개 한 줄에 영화가 몇 번씩이나 들어가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만큼 영화가 좋은 건지도)
nari.peace@gmail.com



 

  1. 너무 웃기고 재미이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