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마상 - Remember Me This Way」 - ‘아는 만큼’이 아닌 ‘보는 만큼’의 깊이

페미니즘비디오액티비스트비엔날레2010
아시아페미니즘그룹핑전 국내아티비스트전 상영작
마마상 - Remember Me This Way
‘아는 만큼’이 아닌 ‘보는 만큼’의 깊이

 
글_ 아키꼬



              조혜영, 김일란 | 2005 | 65' | 한국 | 다큐멘터리





빨간 립스틱을 바른 양공주의 ‘아름다운 시절’

송탄에 위치한 기지촌 클럽에서 ‘마마상’으로 살아가는 ‘양희이모’는 과거 ‘양공주’라 불리며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던 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 양공주로 생활하며 어미가 혹은 아비가 다른 삼형제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비의 얼굴을 사진으로, 심장으로 기억하며, 미군들을 상대해 왔고 세상의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미군과의 결혼을 꿈꾸며 청춘을 보냈다. 청춘이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화려한 화장, 싸구려 향수 냄새 그리고 미군들의 집적거림. 새벽까지 이어지는 유흥의 거리풍경 속 어딘가에 양희이모의 청춘은 서 있었을 것이다. 1960~80년말 미국과 한국 정부가 기지촌의 군대성매매에 직접 개입해 기지촌 여성들을 관리하며 ‘미군의 건강과 안락함’을 위해 기지촌 여성들을 감금하고 강제로 치료했던 그 시절 어딘가에, 미군의 성적 노리개로 유린당하고 동네 꼬마들에게 조차 양공주라 불리며 돌팔매를 당해도 견디며 미국으로 시집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였던 기지촌 여성들 모습 어딘가에, 양희이모의 눈부신 청춘은 서럽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0년, 그녀는 송탄의 기지촌에서 ‘마마상’으로 살아간다. ‘마마상’은 기지촌 클럽에서 서빙을 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이들의 통칭이다.

 

2010, 송탄의 마마상

<마마상>의 제작진 ‘연분홍 치마’가 양희이모를 만나 그녀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난 시대에 대한 고발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성매매여성들의 비극이었다. 한국여성에서 러시아여성으로 지금은 필리핀 여성으로 바뀐 현재 기지촌 여성들의 비인권적 상황, 감금과 성매매 강요, 성적 착취 구조를 밝히고자 했다. 분명 제작진의 시선이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성매매는 이 사회 가장 낮고 음습한 곳에서 이주 여성들을 착취하며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깐. 하지만 제작진이 마주한 현실은 그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짜놓은 프레임 속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다. 단돈 몇 푼 때문에 업주의 눈치를 봐야하고, 러시아 성매매 여성과 싸움을 하고, 단속이 뜨면 또 그녀들을 숨겨주는 ‘마마상’ 양희이모의 일상은 기지촌 생태계가 단순히 설명되어지거나 해결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보여준다. 미군철수를 외치는 시위대의 모습과 그들을 둘러싼 업계 종사자들의 갈등, 업주로부터 강금과 폭력,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성매매 이주 여성들의 숨죽인 고백, 성매매 강요 고발에 따른 불법체류 단속이 뜨면 위급하게 몸을 숨겨 몇 날 며칠을 갇혀 지내야 하는 또 다른 성매매 여성. 홀 청소와 서빙 등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며, 미군들 사이를 오가며 성매매 여성들과의 다리를 놓고, 업주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가는 마마상.

기지촌의 또 다른 구성원인 클럽 주인들은 말한다. 제한을 풀어줘야 미군들이 돈을 쓰고, 미군들이 돈을 써야 송탄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고. 미군들이 철수하면 우리들은 다 굶어죽으라는 얘기냐고. 성매매를 금지하고, 이주 여성들을 성매매로 옭아맸던 예술흥행비자(E-6) 발급을 중단 및 제한됐지만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고, 기지촌의 생활은 더 퍽퍽해졌다.

 

이제, 다시 시작점에 서다

자연의 생태계에 선악의 구분이 따로 존재하지 않듯 기지촌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쓰레기를 치우듯 구조적 모순을 기계적으로, 이론적으로 ‘정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성매매 근절이 비인권적 상황에 놓인 이들을 구원(?)할 수 있으란 생각은 오히려 순진한 발상이다. 그보다 먼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먼저다. 대안은 그 다음의 문제다. 성매매 이주여성들의 비인권적 상황을 고발한다고, 단속으로 성매매 관련자들을 잡아들인다고 기지촌 여성들의 삶이 구원되는 것이 아니다. 가난으로 한국까지 떠 밀려온 성매매 이주 여성들에게 단속과 강제추방은 또 다른 절망이다. 억압받는 성매매 이주 여성들의 모습을 과거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마마상의 시각으로 보고자 했던 기획방향을 선회해 양희이모의 삶에 천착해 그녀가 맺어가는 관계를 그려낸 것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세밀한 시선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을 보기 위해선 ‘아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양희이모의 인터뷰로 대부분 이뤄지는 <마마상>은 다양한 시각을 다루지 못해 성매매 여성의 현실을 전체적으로 다루기엔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양희이모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도 어딘지 석연치 않다. 화사하게 웃으며 과거를 털어 놓던 그녀가 현재의 삶에 분노와 체념을 표출하는 까닭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동료 마마상, 양희이모가 관리하는 성매매 이주 여성, 업주와의 관계도 입체적이지 않다. 기지촌이라는 제작환경의 폐쇄성을 이해하지만 <마마상>의 느슨하고 성긴 구성은 기지촌을 ‘간 보다’ 만 것 같다고나 할까…. 마치 기지촌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의 인트로 파트를 본 기분이다.

그럼에도 <마마상>의 가장 큰 가치는 제작진의 솔직함에 있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마마상>은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기지촌 생태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작점을 제시해 준다. 그 출발점이 여러 이해관계 속에 얽혀 있는, 기지촌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양희이모의 일상이라는 것도 <마마상>의 장점이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기지촌의 자극적인 모습을 담아냈다면 이토록 얽히고설킨 기치촌의 현실을 묵직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기지촌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기지촌이 얼마나 우리의 삶 가까이에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Epilogue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의 기억은 아련한 낭만으로 채색된다. 지나간 시절은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빛바랜 추억으로 애틋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의 시간보다 어제의 시간에 너그러워지고, 추억에 기대 오늘을 살아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양희이모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할 때 보여줬던 그녀의 미소와 아련한 눈빛이 내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한국 현대사가 말하는 시대의 아픔을 지나왔지만 그 시간 속엔 그녀의 청춘이 있었다. 어느 누가 자신의 청춘이 피해자로 기억되길 바라겠는가. 만약 양희이모의 청춘을 부끄러운 한국 현대사의 피해자로만 기억한다면 그 또한 실례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잘 살아내셨다’고 오랫동안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 비엔날레 2010
2010 1207-1218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울아트시네마
페미니즘비디오액티비스트비엔날레(이하파비FVABi)는 국내외 페미니즘 시각예술작가를 조망하기위해 2003년에 시작된 사업입니다. 페미니즘시각예술에 대한 연구부재, 담론부재, 전시부재로 인해 페미니즘의 세계관이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이러한배경에서 파비FVABi는여성의시각으로본 예술담론, 사회/정치적액티비즘, 여성주의적 영상코드를 소개하고, 비평과 담론을 활성화시키며, 국내 여성주의예술가와 문화행동가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개최되는 비엔날레 예술축제입니다.

fvabi.igong.org

마마상 - Remember Me This Way
조혜영, 김일란 | 2005 | 65' | 한국 | 다큐멘터리

시놉시스
감독의 변.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양희 이모를 만나다. 한미동맹에 의해 미군 남성들을 위한 공창역할을 하고 있는 기지촌을 둘러싸고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에 묻혀 기지촌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힘들었다. ‘연분홍 치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17살에 부산 텍사스에 들어가 한 평생을 기지촌에서 살아온 양희 이모를 만나러 미 공군기지가 있는 송탄에 내려갔다. 처음 우리는 양희 이모로부터 과거 기지촌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으나, 정작 이모가 주로 들려준 이야기는 현재의 생계 수단인 마마상으로서의 삶이었다. 마마상인 양희 이모를 통해 기지촌 성매매 구조를 보다. 양희 이모는 평생 기지촌을 떠나지 못한 채, 하루벌이를 걱정하며 기지촌 미군클럽의 마마상으로 일하고 있다. 젊은 시절 직접 성매매를 하던 양희 이모는 현재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중간포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모가 마마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기지촌 여성의 현재 삶을 이해하기 위해 기지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았다. 나이 든 기지촌 여성으로서의 양희 이모의 삶에 다가가다. 홀로 사는 것에 익숙한 양희 이모일지라도, 절친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죽자, 두 가지 바람이 생겼다. 하나는 끝까지 자존심을 잃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죽음을 지켜봐 줄 누군가가 있는 것이다.


한국 연분홍치마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적 삶을 지향하며, 일상의 경험과 성적 감수성을 바꾸어 나가는 감수성의 정치를 실천하여, 새로운 성적 문화환경을 만들고자 영상언어로 실천하는 여성주의 단체입니다.

pinks.tistory.com


필자소개
아키꼬
현실과 로망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30대입니다.

요즘은 무모하지만 민폐는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연구 중입니다.


  1. 언니네에서 연분홍치마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http://unninetwork.tistory.com/77?srchid=BR1http%3A%2F%2Funninetwork.tistory.com%2F77
    인디언밥 독자분들과도 함께 읽고 싶어서 링크 걸어두어요.
    연분홍치마의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도 보고 싶네요.

  2. 전 어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요코하마 메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왔어요. <요코하마 메리>는 창녀 출신의, 기이한 차림을 한 메리라는 한 여성을 바라보는 요코하마 시민들의 증언(?)으로, 그녀를 추억하는 내용이었어요. 아키꼬 필자님의 마지막 문장이 이 영화에 대한 제 감상과 통했네요. 요코하마 시민들이 메리에 대한 추억이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잘 살아내셨다'고.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은 편견없이 바라보고 대하는 이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