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 실내공연예술제 작품 경향

2012. 8. 13. 18:55Feature

 

올해 실내공연예술제 작품 경향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글_김나볏

 

2012년도 포스터 [제공 =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흔히 예술작품을 창문과 거울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예술작품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프레임 역할을 하거나 혹은 사회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할 때 자주 쓰는 비유다. 이러한 비유의 기저에는 예술의 궁극적 역할에 대한 모종의 기대감이 숨어 있다. 예술이란 결국 현재 우리 삶의 맥락을 다시금 상상하게 하며 재정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 말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들에 대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상업과 권위에 대항하는 독립예술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들은 창문과 거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참여 예술가들의 목소리는외부요인에 의해 변형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2년 여름, 한국사회에 대한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관점이 궁금하다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을 관람하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가작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리트머스지를 통과한 것처럼사회심리학적 성분이라 부를 만한 요소들을 명확히 구분해 내고 있다.

 

815일부터 91일까지 서울 홍대 앞 20개 창작공간 및 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는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복합장르 등 다양한 작품을 내세운 총 52개의 실내공연팀이 참여한다. 참가팀의 작품은 주제 면에서 볼 때 1) 당면한 사회현실에 대한 생각이 담긴 작품, 2) 삶의 풍경을 그리는 작품, 3) 청년세대의 고민이 읽히는 작품, 4) 축제 분위기를 내는 작품 등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나꼼수의 영향 탓일까. 올해는 사회현실에 대한 예술가들의 고민과 생각이 담긴 작품이 16개로 가장 많았다. 특히 <BBK라는 이름의 떡밥>이나 <Ship, Ship, Ship 새끼들> 같은 뜨거운 제목의 작품은 2012년은 '정치의 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아이팟과 함께 묻어주세요> <고백> 등과 같이 최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전보다 더 날이 서 있다는 것이다.

 

삶의 풍경을 그리는 작품의 경우도 15편으로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 작품들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아이러니들을 조금은 담담한 느낌으로 담고 있다. 세 번 이별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삶은 반복과 미완의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미인>,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을 사는 직장인을 위로하는 <런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 갱생 프로젝트>,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죽는 꿈>등이 대표적 예다. 다시 장르로 나눠보자면 연극의 경우에는 주로 서사의 힘에 기대고 있는 작품이 많고, 무용의 경우 동일키워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한데 녹여내거나(<()하니 탐()하다>) 아니면 아예 각기 다른 주제로 무용가들이 옴니버스식 공연(<네개의 방>)을 펼치는 등 경우가 다양하다.

 

이밖에 예술 자체에 대해 성찰하거나 공연의 주재료에 대한 실험적 탐구에 몰두하는 작품들도 있다. 편의상예술가의 방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이들 작품은 총 11편으로, <맘마밀, 크리에이션><사운드 큐비즘> 등이 있다. <꿈 따는 사람들>, <찬란한 오후>등 청년들의 고민이 담긴 작품이 총 4, <파리의 조선 무희> <사막의 노래> 등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줄 작품이 6개 포함됐다.

 

위의 카테고리와는 별개로 올해 신설된작가실험무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작가실험무대는 공연에 대한 실험적 아이디어는 있으나 당장 무대화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예술가에게 최소한의 도약판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일련의 신청 과정을 거친 후 축제 사무국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올해는 총 4개 작품으로 꾸려진다. 구체적으로는 배우가 직접 쓴진지한 농담같은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독회공연 <미안합니다, 픽션입니다>, 두 개의 시에 목소리, 음향변조장치, 신체움직임 등을 가미한 공연 <변조 연습>, 전기 독점에 반대하는 두 젊은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드는 독회공연 <블랙아웃_일렉트로닉 걸> 등이 있다.

 

이처럼 프린지 축제의 이름으로 모인 실내공연 예술가들은 정형화된 틀을 탈피해 공간을 실험하고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는 등 저마다의 모습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제 곧 각양각색의 창문과 거울의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서성거릴 것이다. 솔직하고 풋풋한 작품들을 통해 자기자신과 사회를 이리저리 비춰보길 권한다. 액션과 리액션을 서로 주고받을 때 비로소 세상은 나선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글_김나볏

필자소개_연극과 신문방송을 공부했다. 무대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공연예술, 그리고 공연과 관련한 글쓰기 작업에 관심이 많다.

***본 내용은 2012 서울 프린지페스티벌 가이드북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소개 (www.seoulfringefestiv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