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셜포비아> 좋아하지만, 고민거리가 되어 버린

2015. 4. 14. 13:45Review

 

영화 <소셜포비아>

좋아하지만, 고민거리가 되어 버린

 

글_김송요

 

312<소셜포비아>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전국 삼백 개 이상의 상영관에 걸리면서 삽시간에 20만 관객을 돌파했고, 상영 중인 지금 이미 독립 극영화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CGV아트하우스에서 배급하는데다 주연배우 변요한이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라 흥행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쉴 새 없이 멀티플렉스를 돌며 무대인사를 진행하게 되리라거나, 그 와중에 인디스페이스나 상상마당시네마 좌석은 텅텅 비게 되리라거나 하는 건 예상치 못했다. 개봉 다음 주에는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여럿에서 이 작품이 내려갔다. 딱히 공교롭다고 할 수도 없이, 무대인사가 예정된 개봉 주에 집중적으로 상영이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또 한 번 내 예상을 벗어난 일이 생겼는데, 인디스페이스에서도 3월이 채 다 가기 전에 이 영화가 종영했다는 것이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326<소셜포비아>의 마지막 상영을 했다. 물론 이곳이 인디다큐페스티벌 상영관으로 쓰이면서 영화제 기간 상영이 한정되기는 했지만, 다른 영화들이 영화제 이후에도 상영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종영이 이른 것은 맞지 싶다.

 

  

 

나는 이 영화를 꽤 좋아한다. 일찌감치 영화제에서 보았고, 장르의 매력, 전개의 속도감, 소재와의 밀착도 같은 것들이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제 버전보다 세밀한 후반작업을 거친 뒤 극장에 걸리자 공들인 티가 눈에 들어와 좋아할 거리가 늘어났다.

<소셜포비아>에는 반복되는 몇몇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팽팽하고 탱탱한 이야기에 드리워지거나, 그 밑으로 잠복하거나, 그 뒤로 따라붙거나 할 적에 스크린의 공기가 극장으로 슥 넘어오는 것이 매혹적이다. 이 영화는 개인 그리고 집단에 대한 이야기고, 개인과 집단을 반복적으로 교차해 보여준다. 모여 있는 남자들을 역광으로 잡거나, 뿌옇게 보일 정도로 노출을 주거나, 어두운 데 집어넣어 표정을 먹으로 처리하여 문자 그대로 군중으로 만들 때의 광경은 넌지시 등장할 뿐이라 노골적이지 않은데도 명료하다. 한편 인물 한 명 한 명이 가까이 잡힐 때엔 조명이 콧대와 턱끝을 흘러 얼굴의 반에만 가 닿거나 뺨의 양쪽에 사뭇 다른 빛깔이 드리워지는데, 그 양면성과 이질감 역시 정직하게 감흥을 준다. 김해원이 작곡한 OST 역시 힘을 발휘한다. 소리 자체의 리버브나 소리와 화면 사이의 거리가 만드는 지연과 공간감, 떠 있음들은 서스펜스이기도 하고 공허함이기도 하다. 롱테이크를 갈음하는, 길게 이어지는 채팅 화면에서 진동하는 소리는 무드를 강요하기보다는 상상하게 만든다.

아쉬운 구석도 있다. 말했듯이 <소셜포비아>는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다. 그만큼 영화 내내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주인공과 인간적인 긴밀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이건 영화의 시놉시스가 환기하는 엄태화의 <잉투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정확히는 <잉투기>가 가진 극도의 무감정함이랄지, 불친절하다기 보단 그저 어떻게 친절해지기가 어려운친절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전사前史가 모조리 삭제되어 있으므로캐릭터들의 편평한 태도와 행동, 끝끝내 공감하기 힘든 존재로 남는 주인공들을 보는 관객으로서의 의문이 떠오른다. 물론 이 영화에서 인물은 그저 도구일 수도 있고, 마침 주인공 지웅이 사건의 목격자로서 웹캠 내지는 카메라에 가까운 존재처럼 표현된다는 걸 생각하면 그 상정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기는 한다. 또 영화의 표현대로 이들이 에고는 강한데 알맹이는 없는인물이어서 그렇다고 하면, 그것도 제법 이유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게 납득이라는 이름의 양보를 하기 전 두 번의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 하나는 용민이 서비스센터에서 하영의 웹캠 영상을 보는 장면이다. 이때 관객은 처음으로 하영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는데, 표정 가리기정면으로 마주하기 같은 연출은 많이 쓰이는 것이지만, 이 장면이 용민이 죽은 하영의 물건을 훔쳐들고 을씨년스러운 서비스센터를 찾는 시퀀스에서 등장한다는 데서 스릴러/귀신 이야기의 이중 공포와 장르적 쾌감이 곁들여진다. 여기에 HD영상을 상회하는 저화질 웹캠의 실감같은 것이 더해지면, 공포를 넘어서서아니면, 동반하고, 하영의 눈과 입매에 깃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두 번째 순간은 지웅이 용민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용민의 고시원을 찾아갔을 때다. 이미 모든 것을 알게 된 지웅의 추궁에도 끝까지 자기를 변호하려 드는 용민에게 지웅이 너 나한테 미안하다고 먼저 해야 돼, 그치말하는 순간 입장이라는 게 없는 것 같던 지웅에겐 마음이 생기고, 영화는 지웅을 헤아려야 마땅할 용민의 마음까지 헤아린다. 단 두 차례 등장하는 감정이 백여 분의 시간 전체를 견인하기엔 부족할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소셜포비아>는 독립영화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배급에 관여한 영화가 다른 독립영화 배급사들에 의해 극장 문을 두드리는 영화들과 똑같이 여겨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아쉽다. 좋아하지만, 이 영화가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관에서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다른 영화들보다 대형 상영관에 잦게 편성되어 흥행에 힘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CGV를 제외한 영화관에서 금방 <소셜포비아>의 막을 내리는 걸 보면서 이 영화가 처한, 기묘한 딜레마도 지켜봤다. 여러모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겪지 않았던 불편함을 느끼게 된 거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영화는 CGV아트하우스에서 공동제공과 배급을 한다. 앞으로도 아카데미에서 만든 영화가 아트하우스로 인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영화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 어떤 말을 듣게 될지 (어쩐지 내가) 고민하게 된다.

 

필자_김송요

소개_제가 이것 저것 다 좋아합니다

 

사진출처_http://movie.daum.net/moviedet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