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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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8월 레터]이야기는 스스로 넓어져서
안녕하세요, 2장의 싱글 음반을 내고 2번의 공연을 하고, 축제 2개를 마치고 돌아온 엠케이입니다. 엄청 대단하게 일하고 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잤습니다. 여전히 2024년의 2/3가 다 갔다는 게 믿기지 않고요. 소나기를 직감하고 음향장비에 비닐을 치러 달려가는 축제 무대감독처럼 시간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붙들고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과 달리, 그저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텍스트의 의미를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 공연을 만들면서 저와 동료는 이주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고, 왜 그 얘길 하고 싶냐는 질문을 주고 받았고, 나고 자란 도시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감각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
2024.08.29 -
[리뷰]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어딘가로: 프로젝트 여기에서저기로<한남 제3구역_이주의 날 파이널>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어딘가로프로젝트 여기에서저기로 〈한남 제3구역_이주의 날 파이널〉글_김은우 당신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시나요? 어떤 장소와 그 안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광동은 2003년 한남 뉴타운 지구 중 제3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24년 첫 주민 이주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여기에서저기로는 이런 재개발을 앞둔 보광동을 소재로 2021년부터 이라는 지역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21년 보광동을 무대로 한 온라인 줌 연극과 2022년 두산 아트랩 공연, 2023년 보광동의 갤러리 아쉬랩에서 월간 연극, 그리고 2024년 5월에는 보광동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여정의 마지막을 나누는 을 공연했다. 프로젝트 여기에서저기로는 남선희..
2024.08.06 -
[리뷰]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한 방울의 내가>
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 〈한 방울의 내가〉글_박주현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다음 대사로 시작한다. “당신 삶을 이야기로 만들긴 쉽죠.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건 실제 기억을 견디는 거예요. 현실은 냄새 나고 더럽죠. 그리고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도 않아요. 지금 내게 영향을 미치는 건 실제 기억이죠.” 1) 〈한 방울의 내가〉는 물방울의 위태로운 표면 장력과도 같이 기억을 견디는 이야기다. 그것은 관계에 빚진 기억이고, 더는 만나거나 만지지 못하는 몸에 관한 기억이다. 비밀과 약속으로 들어찬 하나의 몸이 유실된 가운데, 그의 몸과 나의 몸이 빚어낸 눈부신 기억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극장은 본래의 쓰임을 다한 (구)대사관저 건물이었다. 두 개의 거실, 한 ..
2024.07.16 -
[인디언밥 5월 레터] 생애라는 시간 너머
두 달에 한 번은 레터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뭘 했다고 5월 중순이 다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원 조금 넘는 돈을 세 번 썼을 뿐인데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간 것처럼 시간이 숭덩숭덩 지나가고 있습니다. 레터는 핑계고, 사실은 돈을 벌어야하는 나이가 그러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 시간을 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독립예술웹진과 어울리지 않게 돈 얘기로 레터를 열어 사과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최근엔 혜화동1번지에서 하는 안전연극제의 두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은 초연을 봤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작아졌음에도 근사해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집단 여기에있다 작품도 일상공간에 대한 익숙하고 낯선 감각을 일깨워주었어요. 그 사이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습니다..
2024.05.13 -
[리뷰]구멍에 빠진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 : 배선희<구멍난 밤 바느질>
구멍에 빠진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배선희글_박주현 1. 집이라는 극장 〈구멍 난 밤 바느질〉은 배선희가 사전 제공한 수기 약도를 따라 배선희의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약도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관성적으로 카카오맵을 따라가다 불현듯 멈춰 섰다. 확대도 되지 않고 건물명을 속속들이 알려주지도 않는 구멍 난 약도에 의지해 걷다 보면, 지리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배선희가 어떤 얼굴로, 어떤 속도로, 어떤 상태로, 어떤 생각에 잠겨 이 길을 걷고 또 걸었는지 지도는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배선희의 수기 약도는 시공간을 압축하여 최적의 지름길로 등 떠미는 대신 여러 경우의 수를 펼쳐 보인다. 지친 배선희, 슬픈 배선희, 기쁜 배선희, 풀 죽은 배선희, 죽고 싶은 배선희, 도망치고 ..
2024.05.02 -
[리뷰]글이 목소리가 될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This is what we think> 북토크
글_이청 리뷰에 앞서, 이따금 문화예술 장애인 접근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할 때가 있다. 그런 자리는 대부분 주최 측에서 유의미한 대화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인사들을 모아주신다. 모든 자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열에 일곱은 비장애인들끼리 머리를 맞댄다. 그럼 나는 한껏 눈치를 보다가 결국 슬쩍 손을 들어 질문할 수밖에 없다. 비당사자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고. 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두 시각장애인이 경험한 공연과 전시에 관한 생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다가오는 온도가 다르다. 물론 책의 서두에 나온 내용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 시각장애인의 견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절실한 시기에 이 책이 뜨겁고도 찬란하게 그 포문을 열었음은 확실하다...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