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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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모두를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프린지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
모두를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프린지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 프리뷰 글_루시 나이를 꼭꼭 먹어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한다. 한 해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낸다는 것. 때로는 나쁜 세상 속에서 어떤 역경을 마주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펼쳐내는 것. (프)린지씨는 그렇게 꼭꼭 나이를 먹어서 올해 스물 여섯 살이 되었다. ‘독립 예술하기’의 원칙과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매 여름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고, 축제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마포구/서대문구의 공간으로 돌아온 지 3년, 더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을 데리고 린지씨는 올해도 이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그와 여름의 기쁨을 함께 보내온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물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2023 프린지..
2023.07.25 -
[인디언밥 6-7월레터] 0으로 가는 지점, 그 경계에 서서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호기롭게 "내가 이번에 레터를 쓰겠어"라고 말했지만 결국 6월 그리고 7월 마지막이 돼서야 편지를 써 내려갑니다. 흩어지고 조각난 말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인디언밥에서 일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활동하고 있는 불나방입니다. 한동안 무섭게 내린 장맛비와 연이은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아주 무겁습니다. 먼저 마음을 담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해 초부터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 가운데 제 최대 관심은 바로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 안에서 상당 시간 길들여진 몸이 이곳저곳이 망가져 저는 잠시 저를 내려놓고 휴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오로지 몸과 마음의 회복에 많은 부분 할애하며 ..
2023.07.24 -
[리뷰] 베리어 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우리에게 연극이란 가능성 입니다. 누가 그렇게 free 할까 : 배리어 컨셔스 “배리어컨셔스연극_”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한 유보직종인 ‘국가공인안마사’를 다룬 작품으로, 시각장애 당사자인 극작가 겸 연출가와 배우, 비장애인 배우, 연주자 스텝들이 기획에서부터 제작, 홍보, 현장까지 호흡을 맞추며 진행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세 국가공인안마사와 각자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마치 옴니버스 활극처럼 경쾌하게 엮어 선보였죠. 그리고 작품의 제목 앞에는 ‘배리어컨셔스’라는 말이 뗄 수 없는 수식어처럼 붙어있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요즘입니다, 라고 시작하려다 말을 멈춥니다. 마을의 활동가로, 관계 집단의 기획인력으로, 개인 창작자로 지내면서, 종종 가..
2023.07.05 -
[리뷰] 제0회 어린이연극축제연습 <천사동심파괴>
지인으로부터 다짜고짜 공연예매 링크가 도착했다. 라니. 자고로 동심이란 지켜져야 하는 것이거늘. ‘제0회 어린이연극축제연습’의 타이틀이었다. SNS에 접속 후 ‘천사동심파괴’를 검색했다. 몇 가지 피드가 눈에 띄었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잔뜩 성나 보이는 날개 달린 토끼가 꽉 쥔 주먹으로 당근을 두 동강 내고, 그 옆엔 벌레 먹은 듯 듬성듬성 구멍 난 잎사귀 한 장을 들고 있는 개구리가 황망한 표정으로 눈물을 떨구며 앉아있었다. 강렬한 색감까지 더해져 긴장감이 돌았다. ‘힙하다!’라고 생각했다. 축제를 만든 사람들은 ‘칠더하기’ 라는 팀이었다. 그 팀의 계정으로 들어가 가장 첫 번째 피드를 읽었다. 칠더하기 7+ 는 어린이 연극을 연구하고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공연예술축제를 준비하는 창작자들의 신생 모임이..
2023.07.05 -
[인디언밥 4월 레터] 삶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도대체가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가 날 벌어먹여야 한다는 것이, 숨만 쉬어도 죄가 쌓여간다는 것이, 나를 겨냥하지 않지만 사실은 내게 칼날을 쏟아내는 혐오가 이렇게나 무거운데 어떻게들 살아가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이해합니다. 어떤 세상의 질서라는 게 있고 저만 그것을 따르지 못했다는 것을요. 얼마 전에는 기후위기 시대에 행동하는 문화예술인 선언 챌린지에 지목받았습니다. 함께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겁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렇죠. 사람들은 부도덕한 사람보다 스스로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들을 더 미워하잖아요. 마녀사냥은 인류의 오래된 엔터테인먼트고, 채식 제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놀랄 만큼 조롱이 따라붙습니다. 각 분야의 운동가들을 향해 쏟아지는 냉소..
2023.04.09 -
[인디언밥 3월 레터]오겡끼데스카 와타시도 네 꿈을 꿔
"오겡끼데스카(잘 지내시나요)?" 인디언밥 레터가 말 그대로 편지라는 것을 종종 까먹곤 하지만, 이번 레터는 괜히 새삼스러운 기분입니다. 영화와 를 보고, 일본 훗카이도의 작은 도시 오타루에 다녀와서 쓰는 레터거든요. 두 영화 모두 편지를 통해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인데, 영화 속 대사인 “오겡끼데스카, 와타시와 겡끼데스(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와 “추신, 나도 네 꿈을 꿔”를 섞어서 제목을 지어보았습니다. 이를 빌어 멀리의 독자분들께 안부를 묻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겨울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겨울이란 농한기의 배고픔을 견디는 시간이거나, 긴 밤의 지루함을 버티는 시간이어야하는데, 대신 그만큼 빈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채..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