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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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한 방울의 내가>
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 〈한 방울의 내가〉글_박주현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다음 대사로 시작한다. “당신 삶을 이야기로 만들긴 쉽죠.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건 실제 기억을 견디는 거예요. 현실은 냄새 나고 더럽죠. 그리고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도 않아요. 지금 내게 영향을 미치는 건 실제 기억이죠.” 1) 〈한 방울의 내가〉는 물방울의 위태로운 표면 장력과도 같이 기억을 견디는 이야기다. 그것은 관계에 빚진 기억이고, 더는 만나거나 만지지 못하는 몸에 관한 기억이다. 비밀과 약속으로 들어찬 하나의 몸이 유실된 가운데, 그의 몸과 나의 몸이 빚어낸 눈부신 기억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극장은 본래의 쓰임을 다한 (구)대사관저 건물이었다. 두 개의 거실, 한 ..
2024.07.16 -
[리뷰]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글_조형석 다소 연극무대로 보기 어려운 장소. 사방이 노출시멘트로 되어있고 말이 텅텅 울리는 지하. 관객들 사이에 단지 런닝머신과 마이크와 조명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무언가 빠르게 진행된다. 숨 가쁘고 정신없다. 한 남자가 런닝머신 위에서 계속 뛴다. 무척이나 답답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반복된다. 그 뒤에는 밤의 도시를 달리는 차량들, 고층 아파트, 럭비 경기 모습, 많은 시계들 그리고 TV가 영상을 통해 반복 재생된다. 그 남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그 앞에서 그들은 제각각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하소연을 한다. 아버지로 보이는 그 남자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나 흐뭇하게 미소도 지었다가 인상도 ..
2010.12.15 -
[리뷰]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 고재경의 「선Ⅲ」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 고재경의 「선Ⅲ」 글_ 이현수 1. 팜플렛: 광대의 표정 자신의 얼굴 사진이 실린 잡지를 얼굴에 대고는 실제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다. 잡지 속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잡지 뒤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잡지의 얼굴과 광대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도록 교묘하게 사진을 찍었다. 만약 광대가 ‘수많은 표정 뒤로 진짜 얼굴을 감춘 이’라면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제목: 선線 Ш '고재경의 마임워크숍' 시간에 배웠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고. 점 하나하나를 볼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각각의 점과 점들을 연결하면 한 줄기 선이 된다. 선들이 된다. 가까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멀리서 보면 보이기도 하듯이, 좀 뒤로 가서 점과 점을 연결하고 보면 ..
2010.11.24 -
[리뷰] 군대라는 동전의 뒷면을 이야기하는, 극단 '청년단'의<전방인간>
"사람 사는 곳은 외롭다. 그 곳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있을지라도 외롭다." 극단 '청년단'의 글_조형석 참 이거 애매하다. 극중 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뭐꼬..." 배경도 군대요, 군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떳떳하게 공감할만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들에게는 어찌보면 숨기고 싶은 군대이야기일터이고, 여자들에게는 '그래, 저럴 수 있겠다'라는 공감의 끈을 이어주게 한 이야기이다. 사실 그렇다. 대부분의 군대이야기 하면 고생한 이야기, 축구한 이야기, 훈련받은 이야기, 골 때리는 후임 이야기 등 이거나, 멧돼지를 타고 GOP계단을 뛰어다니고,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북한군의 잠수함이 떠오르고, 두 눈을 감고 사격을 해도 백발백중이라는 시답잖은 무용담이 대부분이다. 재미있기야 재미있다만 이거 뭐..
201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