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22)
-
[리뷰]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 극단 '위드오즈' <숙희씨네 코끼리>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 '위드오즈' 글_ 정진삼 1. 코끼리 어느 날 스승님이 말했다. “상상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할 상(想) 자에 형상 상(像)자. 뒷 글자는 코끼리 상(象)자에 사람(人)이 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코끼리를 보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보지 못한 코끼리의 모양을 생각해서 그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2. 나무 음악극이란다. 라디오 디제이 씨코드와 지코드가 ‘바퀴벌레’ 와 연애하게 된 청취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건반, 타악으로 단촐하게 짜여진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대가 밝아지면 문에 들이찬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서 있다. 가져갈 짐은 싸고, 놓고갈 짐은 남겨진다. 숙희씨네 이사가는 날, 코끼리는 간데없고..
2010.09.24 -
[리뷰] 이야기꾼의 책 공연 - 보여주는 이야기, 표현하는 이야기꾼
- 보여주는 이야기, 표현하는 이야기꾼 이야기꾼의 책 공연 글_김지선 이야기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세상만사를 꿰뚫을 것 같은 매서운 눈매와 연륜이 묻어나는 백발 및 기다란 수염, 고단한 여행길을 보여주는 상처투성이 맨발과 남루한 옷차림, 주름진 얼굴 사이에서 빛나는 하얀 치아. 그리고 어색하지 않은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 지극히 상투적이고 고루한 인상이다. 언제 각인되었는지도 모를 이야기꾼의 정체는 방랑자의 형상으로 여기저기 떠돌며 이야기를 전파한다. 이야기꾼의 이야기들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책’으로 세상을 떠돌기 시작한다. 음성이 아닌 글자로 들려지는 세상의 무수한 이야기들. 지금 또 다른 이야기꾼을 만나기 시작했다. 팀은 요코사노의 ‘백만번이나 산 고양이’와 마르쿠스 피터스의 그림책 ‘마쯔와 ..
2010.09.22 -
[리뷰] 2010프린지페스티벌 실내공연예술 작품 중 주관적이고 한정적인 ‘베스트 초이스 3’
2010프린지페스티벌 실내공연예술 작품 중 주관적이고 한정적인 ‘베스트 초이스 3’ 글_김민관 프린지페스티벌의 모든 실내공연예술 작품을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게 작년부터인 것 같다. 대부분의 작품이 한두 번의 공연이 치러지는 가운데 평일까지 3시의 실내 공연이 없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작품이 괜찮을지는 대다수 신작, 초연 가운데서 보기 전에는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는 그다지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한 가운데 정신없이 프린지페스티벌이 지나가고 말았다. 평가의 차원은 물론 아니지만, 소신껏 좋았던 작품을 공개적 장에서 발화하는 데는 내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과 나름의 신념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개인적으로 본 모든 작품에 대한 리스트와 짧은 글들을 블로그(mik..
2010.09.19 -
[리뷰] 느껴지지만 읽혀지지는 않는 우리들의 진심- '운김'의 연극 <그러고 싶지 않아>
느껴지지만 읽혀지지는 않는 우리들의 진심 연극 글_ 윤나리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의 모습. 의 그림은 일상 어느 곳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그 장면이었다. 대화를 끌어나가던 초반부 옥탑에 친구들을 불러 고기파티를 연 필경은 영화감독을 언급하며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외친다. 그 목소리는 공기 속에 스며들기만 할뿐 그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는다. 주인 잃은 이야기들이 대화를 이루고 이어 연극은 끝이 난다. ‘part 1’ 연극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네 명의 친구들이 만난 시간동안 그들의 대화로 만들어진다. 흔히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러하듯 그들의 대화는 밀려오는 파도처럼 동시에 섞이기도 하고 그 대화는 허공에 흩뿌려지듯이 금새 사라지고 침묵의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연극은 꽤나 흥미로운 구도다. ..
2010.09.14 -
[리뷰] 낯선 이웃들의 목소리 <소녀도시로부터의 메아리>
낯선 이웃들의 목소리 《소녀도시로부터 메아리》 1. 들어가며 소녀도시에는 “사랑한다” 는 말이 없다. “만약에” 라는 가정도 없다. 사랑과 가능성이 없는 공간에서 소녀는 절규한다. 소녀도시로부터의 메아리가 돌아온다. 관객을 향해 돌진하는 5만개의 구슬. 시청각을 압도하는 장면에 외침은 단말마가 된다.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오빠인지, 마마인지, 愛してる(사랑해)인지, 안녕이라는 말인지. 재일교포 2세인 연출가 김수진이 극단 신주쿠 양산박과 함께 일본의 ‘앙그라’ 연극을 이끌었던 가라 주로 작 를 한국 무대에 선보였다. 작품에서도 그러하듯 60년대 일본 연극의 실험과 전위의 순간들이 연상된다.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분위기, 다이나믹한 배우들의 운동감각, 연극적 낭만과 일본의 음습함이 공존하는 무대. 양산..
2010.03.25 -
[리뷰] 몽타주 속의 현실 -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몽타주 속의 현실” 무브먼트 의 1. 리뷰를 읽기 전에 1) ‘모는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른다.’ 는 “novel-form-dance-montage"라는 틀을 입고 있다. 그래서 이 리뷰 역시 몽타주라는 틀을 입고 있다. 아니 입히려고 노력한다. 2) ‘몽타주’- 프랑스 건축 용어 monter(조립한다)에서 나온 용어인 몽타주는 흔히 범죄 용의자의 인상착의만으로 수많은 사진에서 골라내어 합성한 인물 그림을 일컫는다. - 미술 분야에서 다다이스트들이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몽타주는 사진에서 비롯된 실재 이미지를 오려내어 덧붙이고 반복하거나,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병치하거나, 이미지와 문자를 혼합하거나, 이중 인화의 합성을 통해 많은 관점을 하나로 뭉뚱그려, 주마등 같이 확장된 시각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2. 리..
201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