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추는 도시1, 임프로드 바닥 <즉흥13 여행기>
2009. 10. 14. 18:47ㆍReview
도시가 춤을 추나, 그들만 춤을 추나.
SIDANCE에서 선보이는 3회째 「춤추는 도시」란 타이틀의 거리공연.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독창적 아이디어로 도시 곳곳을 춤의 무대로 변화시키며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공간에 특별함을 주고자 하는 의미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Dancing City Tour" 춤과 함께하는 여행이 테마라고 한다.
3회차 들어선 이 야외공연이 어떨지 내심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던 터였다. 주어진 공간의 특성이 작품에 녹아들어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궁금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빌어 아차 잘 되었다 싶은 맘으로 도시여행을 함께 떠나볼까 한다.
첫 번째
시월 십일. 이태원거리 밤 여덟시
임프로드 바닥의 즉흥13-여행기
이 도시, 저 도시를 움직이는 그들의 여행도 벌써 13번째. 그들의 여행기 중간쯤 끼어들어 틈나면 슬쩍 들여다보곤 하다 나도 모르게 여행 대열에 합류했다. 곁눈질로 슬금슬금 보아왔던 팀이 춤추는 도시에 선정된 젊은 예술가라고 하니 관심의 차원을 넘어 애정을 가지고 가슴에 기대를 떠안으며 첫 행선지로 발을 이끈다.
이번은 이태원 거리.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 맞는지 꼬부랑글씨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의 활보에 그들의 걸음보다 내 걸음이 기를 못 편다. 이방인이 된 듯 낯선 거리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길에 붙어있는 의미심장한 “당신 앞 낯선 하얀 길”이 쓰여 있는 종이를 따라 한 치의 의심 없이 넙죽 걸어본다. 도로와 인도의 중간에 반듯이 뉘어진 어느 길목. 널찍한 공간이 금세 사람들로 빙 둘러싸인다.
사람들이 다가와 무대와 객석을 자연스레 구분지어 놓지만 실지 무용수들은 그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주변부터 슬그머니 움직이며 대화를 건넨다. 최근 등장할 때 입었던 우비가 이번엔 바바리코트로 바뀐 건가. 게다가 공연자들이 더 많아졌다. 그 동안 봐왔던 것과 어떻게 다를지, 저들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궁금해졌다.
거리가 캔버스가 되고 두루마리 휴지가 붓이 되어 바닥과 공중을 가로지르며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화폭에 담긴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담아 움직이듯 보인다. 그들은 공간, 사람, 형식의 경계 없이 어스름 해가 진 밤의 거리에서 그들을 뿜어내고 있다. 가로등의 불빛, 도로를 쌩하니 가르는 자동차의 전조등이 공간의 자연스런 조명을 자처하고 나서는 듯하다.
무용수들을 빙 둘러싼 사람들의 발끝에서 시작된, 흰 깃발 마냥 나부끼는 휴지와 다르게 무용수들은 내 시선에서 2순위가 되어버린다. 이들의 행위가 한 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오기보다 각각의 움직임과 행위로 1,2,3순위를 정해 눈을 돌려야 했다. 사람들 속에서 시작해 자연스레 등장하던 그림에 넘치는 공연자들이 등장하더니 순간, 어느 곳에 눈을 둬야할지 무슨 말을 하는지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다.
실지 흥미를 주었던 요소와 다르게 -공연이 펼쳐지는 거리로 찾아올 수 있도록 내건 문구나 이태원 한 복판에 벌여놓은 거문고라던가- 공간의 특성이나, “당신 앞 낯선 하얀 길”이 도통 감은 안 잡히고 알듯 말듯 해 공연이 끝나고 내가 봤던 것을 떠올려봤다. 흥미를 쫓아 따라온 처음과 다르게 공연을 보면서 그 낯선 하얀 길이 무엇인지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나에게 낯선 이태원의 거리임에 틀림없지만 하얀 그 길이 친근하게 기억될지, 곧 잊을 순간이 될지 좀 더 두고 보고 그들을 쫓아야 할 것 같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자 손살 같이 사라지는 그들의 다음 번 여행기를 기약해본다.
제12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9)
<춤추는 도시>
극장 속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도시 곳곳을 춤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무용친화프로젝트.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고 주변 상황과 관객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작품들이 거리, 카페, 어린이도서관 등 서울시내 일상공간에서 펼쳐진다. | http://www.sidance.org/
임프로드 바닥 <즉흥13>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이 이태원 거리 한 곁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춤, 음악, 드로잉과 설치를 통해 지금 여기에 대한 라이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임프로드 바닥'은 즉흥에 기초한 예술활동을 하는 그룹으로 춤, 음악, 미술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있다.
<춤추는 도시>
극장 속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도시 곳곳을 춤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무용친화프로젝트.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고 주변 상황과 관객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작품들이 거리, 카페, 어린이도서관 등 서울시내 일상공간에서 펼쳐진다. | http://www.sidance.org/
임프로드 바닥 <즉흥13>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이 이태원 거리 한 곁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춤, 음악, 드로잉과 설치를 통해 지금 여기에 대한 라이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임프로드 바닥'은 즉흥에 기초한 예술활동을 하는 그룹으로 춤, 음악, 미술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있다.
글 | M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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