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1. 14:22ㆍReview
개쏭의 2009 과천한마당축제 공연 보기 1
도시춤악대_언더 더 브릿지
<동물원의 브레멘의 악대, 도시구경에 나서다>
새파란 여치들이 뛰어다닌다.
늦은 오후, 햇빛이 얼굴에 비추이는 시간에, 생기발랄한 여치들이 뛰어놀기 시작한다.
여치는 막 돋아난 풀잎같이 밝은 색을 갖고 있다.
낮에는 놀고, 낮에 움직이다, 낮이 저물어서야 잠이 든다.
그들은 아폴론의 곤충, 낮의 햇살을 받으며 노래한다.
그들은 긴 다리로 수풀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한다.
그들의 노래는 캐스터네츠 소리 같기도 하고, 마카라스 소리 같기도 하다.
여치는 가을, 낮의 전령이다.
그리고 그들 도시춤악대, 언더더브릿지는 그런 여치들 마냥 흥겹게 낮을 누빈다.
닭, 고양이, 개 등등의 모자를 쓰고, 마치 동물원의 동물들이 사람 구경하러 놀러 나온 것처럼 흥겹게 춤을 추고 악기를 두드린다. 이들은 마치 마술피리를 불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들에게는 사람의 시간과는 조금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다.
조그만 드럼과 마카라스가 만들어내는 조금은 다른 1초와 1초가 흐른다. 찬, 찬의 1/4박이 아닌 찬찬, 찬, 찬찬찬, 찬찬 하는 2/13박 같은.
그렇게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의 리듬 속으로 사람들은 모여든다.
아이들은 그들의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 가벼운 발걸음으로 따라 걸으며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춤을 추거나, 자기도 잘 모를 소리를 내기도 한다.
모두가 브레멘의 악대가 된 것처럼,
그들을 따라 사람들은 골목여기저기로 걸어 들어간다.
그림형제의 브레멘의 악대는, 개와 고양이와 닭과 당나귀로 이루어져있다.
도둑을 쫒을 수 없을 정도로 늙은, 이빨이 흔들리고 가래 끓는 기침을 하는 개,
쥐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늙은, 발톱이 흔들리고 뱃살이 늘어진 고양이,
모닝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은, 목이 꺾이고 볏이 처진 닭,
짐을 질 수 없을 정도로 늙은, 허리가 휘고 무릎이 후들거리는 당나귀.
그들은 각자의 사랑받던 주인으로부터 버려지고 자신이 살아오던 일상으로부터도 쫓겨나 오갈대가 없게 된다. 마치, 이 시대의 돈 못 버는 예술가들처럼.
그러나 그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면서 행복했다 기억하는 옛날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모여 어깨가 들썩이도록 음악을 연주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이른바 음악과 꿈의 도시-브레멘으로의 여행을.
이 공연은 이제 막 오래된 집을 벗어나 브레멘으로 가는 여정 사이에 있었을 온갖 새로운 마주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 정장을 입은 아가씨의 뾰족한 하이힐, 유모차를 몰고 온 아줌마의 디지털카메라, 심지어 베스킨라빈스나 블루클럽같은 가게들조차 이들에게는 새로운 마주침이다. 이런 것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그것들을 가리키며 놀라운 듯이 쳐다본다. 냄새를 맡거나 만져보기도 하면서, 마치 동물원에 처음 와본 어린아이처럼, 그들은 인간의 도시를 구경한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도 한 번씩 멈춰 서서 그들은, 그들의 시계에, 찬찬, 찬찬, 맞추어 그들의 몸짓과 음악을 풀어내기도 한다. 거리에서 공연을 벌이는 동물들의 기묘한 합주와 춤.
그들은 단순한 동작을 반복한다. 양손을 옆으로, 양손을 위로, 혹은 하늘 위로 점프, 점프. 그런 행동들은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 단순한 자세는 마치 동물의 그것처럼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 거기에는 발레의 냄새도 비보잉의 냄새도 없다. 인간의 냄새가 없다. 그저 몸을 구부리고, 또 튕겨 오르고, 그렇게, ‘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 있다. 동물의 춤사위가 이럴까. 그들과 가장 가까운 것은 어린 아이들의 몸짓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티비에서 보고 따라하는 것도 아닌, 제 흥에 겨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몸짓,
그런 몸짓과 이들의 춤은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 이상한 브레멘 악대를 따라다닌 사람들은 아이들이었고, 같이 신나게 논 것도 아이들이었다. 물론, 좀 나이 지긋한, 머리가 벗겨져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이 공연이 비현실적인 동화의 구현이라면, 그 어딘가에서는 막이 내릴 것이다. 그들은 그림형제의 브레멘 악대들처럼, 도둑들을 쫒아내고 그들만의 콘서트홀로 들어가게 될까?
글쎄.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지금, 브레멘을 향하는 여정에 서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결말도 나지 않고, 온갖 새로움과 마주치는 여행길의 위에 그들은 서있다. 그들의 공연이 길 위에서 시작했듯이, 그들의 공연은 길 위에서 끝난다. 아니, 끝난다기 보다는, 사라진다. 골목 사이사이로 마치, 해질녘 온종일 노래하던 여치가 풀잎 사이로 숨어들듯이.
우연한 만남과 새로운 여행길처럼 그들은 언제나 시작 위에만 서 있었다.
해가 지고 여치가 잠들듯
거리를 뛰놀던 그들도 어스름에 가리워 사라진다.
지난여름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9에 이어, 이번에는 제13회 과천한마당축제를 다루려 한다. 두 필자가 4일간 과천한마당축제를 둘러보고, 눈에 띄거나 마음에 담은 작품들을 리뷰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마당극, 거리극, 야외극을 중심으로 한 야외공연예술축제로 시민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큰 잔치이다. 예술의 아름다운 눈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이와 아울러 '살아있음'을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축제가 열어준다는 생각으로 열리고 있다.
2009. 9. 23-27 www2.gcfest.or.kr/
언더 더 브릿지 <도시춤악대>
브레멘 악대를 모티브 삼은 4명의 각기 다른 추상적인 동물 캐릭터들과 3명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불현듯 나타나 간단하고 어설픈 춤과 연주로 놀람과 웃음, 재미를 주며 도시의 거리를 행진하다가 사라진다. 거리의 곳곳 구석진 장소에서 준비하고 있던 무용수와 연주자들은 호각소리와 함께 중앙으로 모여든다. 일렬로 서서 천천히 춤을 추며 행진을 시작한다. 행진 도중 세 군대 지점에서 멈춰 서서 '소개', '실수와 문제', '완성'이라는 간단한 주제로 대형을 이루어 각각 5-7분가량 춤을 춘다. 행진의 마지막은 도시춤악대가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것으로 행진이 마무리 된다.
2009. 9.26-27 underthebridg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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