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8. 16:26ㆍReview
2010 Young Artist Club season2
이지은의 ‘찡한 사랑 to’, 이선아의 ‘파동’
글_ 고민구
사진제공_ Jung Artvision
2010 Young Artist Club season2(이하 YAC)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 공연을 기획한 Jung Artvision의 초대로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트위터를 통해 알게된 Jung Artvision (@Jungartvision, 트위터아이디)님의 공연 소식을 접하면서 이선아 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선아 님의 블로그를 통해 여러가지를 더 알게 되면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는 사진 찍을 기회가 되질 않았다.
9월17일 LIG아트홀에서 YAC의공연 중 안무가 겸 무용수인 이지은님과 이선아님의 공연이 3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되었다. 첫날인 17일 8시 공연을 보게 되었고 공연에 대한 정보는 단지 출연자가 누구이며 공연 제목이 무엇인지만 알고 갔다. 나의 요즘 공연관람 방식은 예전처럼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가는 것이 아닌, 누가 출연하고 제목은 뭔지 정도만 알고 가서 보는 식이다. 사고와 느낌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 이지은의 『찡한 사랑 to』
공연은 타악기와 음성을 이용한 연주로 마치 아프리카 토속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작된다. 남녀로 이루어진 두 명의 무용수가 정글의 맹수와 같은 움직임으로 등장하고 사마귀의 짝짓기 모습과도 흡사한 몸짓으로 사랑(?)을 나누는 듯한 동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굴레 속에서 헤매는 것 같다.
그리고는 갑자기 그들의 짝짓기 결과물인 듯한 생명체가 주머니의 형태로 등장.
그 속에는 다른 무용수가 존재한다. 무용수는 남녀 둘에 의해 공동으로 애지중지 떠받쳐지고 보살핌을 받는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느낌과도 같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독립적 개체로서의 움직임이 가능해진 생명체는 여자의 곁을 벗어나고, 여자는 행사가 끝나고 버려진 바람 빠진 풍선장식처럼 생명의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듯 힘없이 그 자리에 널부러진 뒤 남자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급기야 죽은 시체처럼 팔을 잡아 끌어내고 등을 밟고 올라섬에도 불구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끝이 난다. 마지막 모습은 가슴이 아프면서도 왠지 소름이 끼칠 만큼 잔인함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이선아의 『파동』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의 첫 느낌은 70년대 흑백TV가 보급되고 동네에 한두 대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 서로가 TV를 보기 위해 모여서 볼 때 누군가는 지붕에 올라가 안테나를 맞추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니 아니 왼쪽, 조금 더” 등의 소리를 지르는, 꼭 그때의 TV화면 속 SF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같은 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우주선 속 공간에서 흘러나올 법한 정겨운 음향효과. 그래서인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공연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파동의 강한 에너지의 표현이 아니라 섬세한 진동의 느낌으로 전달되었다. 마치 작은 유리 수족관에 물이 담겨있고 소리굽쇠의 진동으로 물에 파장이 일어나고 모양을 그려내면서 서서히 잦아드는 순간 다시 진동을 줘서 에너지를 추가시키는 느낌이다. 그 느낌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강해진다. 무용수를 비추는 빛의 원이 확장하다가 수축한다. SF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선에서 내리쬐는 빛, 그로 인해 교신이 이루어지는 듯이. 특히 보는 내내 나를 자극한 건 조명 속에 빛나는 반짝임. 마치 하늘에서 별가루가 뿌려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공연은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자꾸 머릿속에서 맴도는 궁금증. 만약 두 공연을 따로따로 단독 공연으로 봤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선아의 <파동>을 LIG아트홀이 아닌 아르코 예술극장이나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봤으면 어땠을까? 오랜만에 Jung Artvision 덕에 좋은 공연을 본 듯해서 좋았다.
필자소개
고민구
꿈을 찍는 찍사
머리로 이해하는 사진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사진을 찍는 찍사
모든 술은 한 잔이면 취하는 복을 지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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