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9. 18:37ㆍReview
"벌레도 피가 나나?"
공상집단 뚱딴지-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글_백상아
연극을 보고 난 후 같이 본 친구와 나눈 대화 1
주희 : 진짜 피투성이다
상아 : 뭐가
주희 : 제목이 왜 벌레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피투성이다 피투성이.
상아 : 너 혹시 맨처음에 나온 여자랑 남자 뻘건천 둘러 매고 있어서 그런거냐?
주희 : 어….
상아 : 다 죽은 거 아님? 그래서 피투성이 벌레들아 안녕. 잘 가. 이런 의미 같던데.
주희 : 역시 너는 글을 쓰니까 다르구나.…. 이해능력이.
상아 : 나 요새 글안 써. 야, 그런 게 어디 있냐. 네 가지 이야기 다 자살이나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잖아.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 여자한테 넥타이 끈 푸르고 상자에서 나온 남자 있지. 그 남자는 살아서 마지막에 유에프오 찾아다닐 때 그 남자만 없었던 거잖아.
주희 : 그렇게 치면 마지막에 커튼 닫고 들어간 여자도 산거 아님?
상아 : 그게 커튼 친 거냐? 냉동 트럭 문 닫은 거지. 정황상 고장 난 트럭에 남자는 죽었고 혼자 살아남았는데 구조될 희망은 없고 그럼 그냥 아 뒤져야지 이 생각 가지고 냉동 트럭 창고 안에 지를 스스로 가둔거 아녀? 굶어 죽을라고.
주희 : 아- 그래서 죽은 건가? 그래서 피투성인가 보다. 다 죽어서.
상아 : 피투성이는 안 궁금한데 왜 벌레들인지가 궁금해. 넌 왜 일 것 같아?
주희 : 니가 모르는 거를 내가 어떻게 아냐-
상아 : 아 진짜 이런 걸로 나 대단하게 생각 하지 말라니까 나 글 못써.
주희 : 그래도 넌 글 배운다고 학원도 다니고 그랬잖아.
상아 : 그거랑 이거랑 다르다니까. 밥 뭐먹을래? 같이 와줬으니까 내가 밥 사주께
주희 : 치맥 치맥!
상아 : 김밥천국 가자.
주희 : 적당히 해.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했지, 내가.
연극 보고 난 후 억지로 끌려간 치킨 집에서 나눈 대화 2
주희 : 나 프로그램 산거 보여 줘.
상아 : 다 끝나고 보여 달래.
주희 : 오오 니가 말한 게 맞구나. 마지막에 유에프오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죽은 거구나.
상아 : 사실 난 그거 먼저 보고 공연 봤어.
주희 : 헐. 아는 척했어.
상아 : 프로그램을 읽어야 이해가 되는 내용이라. 좀 불친절한 연극이긴 했어. 너랑 나랑 차이가 확 생기잖아. 프로그램 읽고 연극 본 사람이랑 그냥 본 사람이랑.
주희 : 그게 좋은 연극 아냐?
상아 : 불친절한 거지.
주희 : 불친절?
상아 : 응 불친절. 난 뭔가 그냥 그런 느낌이 계속 들었어. 나 어렵지. 나 되게 난해하지. 그래서 멋있지. 이런 느낌.
주희 : 나는 그냥 원래 연극은 다 그런 건 줄 알았어. 어렵고 난해하고.
상아 : 다 그렇진 않은데 어려운 연극이었어. 조금만 더 쉽게 풀어줬다면 충분히 너도 나도 재밌게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마지막에 유에프오 찾을 때 도루왕의 대사가 팍하고 꽂히는 게 있었는데. 앞전에 서두가 길어서 충분히 임팩트 있는 대사였는데도 앞이 너무 길어서 그게 덜했다고 해야 하나.
주희 : 맞아. 5번째 이야기. 나는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었지만 그냥 길다. 이런 느낌이 나긴 나더라. 근데 세 번째 이야기 모르겠어. 먼말이야 그게?
상아 : 나도 몰라. 내가 니 해설가냐?
주희 : 근데 여자를 왜 죽인거야?
상아 : 여자가 죽여 달라고 했잖아. 생각하지 말자고. 죽는 순간의 그 느낌을 느끼는 게 소원이라면서 죽여 달라고 했잖아.
주희 : 아 맞다 맞다.
상아 : 근데 여자가 죽는 순간 그 느낌을 이렇게 하면서 어쩌고 얘기 할 때 싸이월드 허세 글이 떠오르지 않았어?
주희 : 왜?
상아 : 그냥. 3번째 이야기가 요새 애들 이야기 같던데. 상복 입은 소녀가 앞으로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게 끔찍하다는 대사에서 요즘 20대 생각나더라. 노는 거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고 누가 그랬는데. 인문학의 부재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옛날처럼 책 읽고 사색하는 건 요새 애들이 보기엔 그저 오글거리는 짓거리일 뿐이잖아. 그건 너도 나도 포함이고.
주희 : 그래서 지금 니가 이 말을 하는 게 너무 오글거려.
상아 : 야, 니가 물어봤잖아. 지는- 벌레 어쩌고저쩌고 했으면서.
주희 : 근데 벌레도 피가 있냐?
상아 : 없을걸. 벌레 죽이면 이상한 물 나오고 피는 안 나오잖아.
주희 : 그게 피아님? 벌레 피색깔 일수도 있잖아.
상아 : 그런가? 그게 벌레 피야? 으 드러.
주희 : 그래서 피투성이 벌레들이라고 한 거 같애.
상아 : 왜?
주희 : 방에 벌레 들어오면 너 그냥 보고 만 있어?
상아 : 죽이지.
주희 : 그래- 니가 아까 그랬잖아. 네 가지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 이야기라고. 그게 꼭 벌레 같잖아. 어설프게 날아다니다가 어느 집에 들어가 버려서 손바닥에 의해 눌려 죽던 다리 하나하나 떼어지면서 죽던지. 집에 들어온 벌레들은 죽잖아. 징그러워서.
상아 : 그래서.
주희 : 그래서 제목이 피투성이벌레들이라고. 죽으니까 안녕- 붙은 거고.
상아 : 근데 벌레라곤 하기엔 너무 안 징그러운데? 내용이? 벌레들이면 보면서 우리가 징그러워야 되잖아.
주희 : 먼말이야- 왜 징그러워야 돼? 우리는 그냥 보는 사람이지 그 벌레들을 죽이는 건 우리가 아니야. ‘상황’ 이라는 집에 들어간 벌레들이 어떻게 죽느냐를 우린 본 것뿐이야.
상아 : 오- 멋있다. 너 한 개도 모르겠다더니. 오글거리는 말 막 뱉는데?
주희 : 나 은근히 머리 좋아- 니가 몰라서 그래.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 취중 대화3.
주희 : 아 집에 언제 가냐고.
상아 : 그러니까 내가 동네 가서 한잔 빨자했잖아. 나 토할거 같애.
주희 : 저번처럼 지하철에서 토하면 답도 없다 니. 갈아타는 것도 없어. 쭉 4호선이다.
상아 : 그럼 나 자리에 앉게 해줘잉.
주희 : 아 짜증나.
상아 : 야 나 기대서 자도 돼?
주희 : 아 싫어- 이 벌레 같은 새끼야.
상아 : 벌레? 신선한 충격인데?
주희 : 우리도 벌레야. 생각해보면 다를 게 없다. 지금은 잘 날아 다니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우리가 상황이라는 집에 흘러 들어갈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토할 생각 하지 말고 제발 정신 좀 차려. 파리채로 눌러 죽이기 전에.
공상집단 뚱딴지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대학로 선돌극장
2010 0916-1010
이야기는 ‘나아갈 길이 없음’에 대한 이야기다.
앞으로 나아갈 길도, 뒤를 되돌아갈 길도, 옆으로, 아래로, 위로도 나아갈 길이 없는 무력한 삶의 이야기다.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는 네가지 상황에 8명의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들에 빠져있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 첫 번째 이야기, 에피소드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공항과 기차 화장실로 숨어버린 각자 다른 공간속에서의 17살 소년과 소녀
- 두 번째 이야기, 길거리의 비둘기를 먹으며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우는 의족남과 비만녀
- 세 번째 이야기, 부모의 자살로 갑자기 공항상태에 빠진 상복 입은 소년과 소녀
- 네 번째 이야기, 냉동 닭이 실려 있는 트럭을 몰고 한밤에 배달하는 젊은 부부의 사고사
그들 스스로는 각자 더 이상 길이 없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 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 상황, 각자의 이야기와 사건이 펼쳐지고 그들은 결국 사막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UFO가 자주 출몰한다는 모래언덕을 찾아 사막횡단을 한다. 그 속에서 UFO를 보거나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갖고 그것이 마치 신(神)과의 조우처럼, 그들의 현물적인 기도처럼 느낀다.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 한가운데서 그들은 절박하게 걸으며, 길을 찾아다니고 드디어 UFO가 자주 출몰한다는 모래언덕에 거의 도달하여 기뻐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며 눈앞에 펼쳐져 있던 그 거대한 모래언덕을 한순간 휩쓸고 지나가 버리고....
백상아
특기는 사투리. 장기는 부산에서 살았을 때 있었던 웃긴이야기 들려주는 것. 그 웃긴 이야기의 원천. 우리 오마니밑에서 나는 오마니가 따맥여주는 웃음웃음열매를 먹고 오늘도 자라나는 2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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