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7. 17:39ㆍReview
"그러니까, 창작자여. 네 멋대로 하세요!"
모던테이블 김재덕프로젝트의 「Awake」
글_아아시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인디언밥과 나는 웹진과 운영진의 사이로 관계맺기를 하고 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인디언밥을 운영하면서 나에겐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리뷰들이 있다.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글. 나는 그런 글을 받아 볼 때 참말로 기분이 좋다. 그 중 하나는 무용가 김정현님이 창무국제무용제에 다녀와, 보내주셨던 이 리뷰.
‘창작자여, 네 멋대로 해라!’ 라는 글의 끝맺음에, 그 느낌표가 평면의 모니터를 뚫고 나와 내 주위의 공기를 울리고 나의 내장기관까지 울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좋은 공연. 좋은 글. 좋은 사람. 으아. 내가 이 맛에 이걸 한다.
독자여러분들이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글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김정현님은 네가지 묶음 공연을 관람하셨음에도, ‘김재덕 프로젝트’의 <다크니스 품바>라는 공연에 대한 편애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는 당시 그 공연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했다. 김재덕이라는 사람의 작품이.
도대체 얼마나 제멋대로일 것인가?
얼마나 단순하고 솔직할 것인가?
얼마나 날 자극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벼르고 있다가, 시야에 먹잇감이(김재덕프로젝트의 공연소식이) 포착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그것을 잡아챘다.
제 12회 서울변방연극제.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김재덕 프로젝트 <awake>
-지금부터 써내려갈 리뷰의 내용은 김정현님의 리뷰의 내용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김재덕 프로젝트의 공연에 대한 또 하나의 증언의 글로 써내려가도록 합니다. 인디언밥 독자 여러분들도 이 글을 보고 김재덕 프로젝트의 공연을 궁금히여겨 공연 소식을 벼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무대는 암전. 언제나 긴장되는 순간을 뚫고,
무대에 빛이 들어왔다. 두 명의 ‘잘생긴’ 남자가 있다.
무대 위에는 스탠딩 마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 두 남성은 노래를 부른다.
‘잘’ 부른다. 음악의 장르는 귀에 친숙하다.
이 장면만 봐서는 마치 새로 데뷔한 남성 2인조의 아이돌 그룹의 무대인가 싶다.
그러다 갑자기 그 둘은 춤을 춘다.
허나, 춤의 움직임은 아이돌들이 흔히 출 것 같은 그런 종류이기보다 ‘예술극장’이라 이름이 붙은 곳에 잘 어울리는 종류의 것이었다.
절도 있는. 잘 훈련된. 모던한. 남성적인.
묘하다. 정말 묘하다. 그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노래와 춤. 그 두 장르의 어울림이 썩 괜찮다.
김정현님의 리뷰의 문장을 슬쩍 인용해본다.
이런 시도 많이들 한다고?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건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다.
두 남자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며 남성적인 움직임으로 무대를 누빈다. 그리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노래를 부른다.
두 남자의 땀과 숨.
무대에서부터 관객석으로 전해지는 테.스.토.스.테.론.
흐앙.
아. 그렇게 보기 좋은 무대위의 광경에 눈과 귀가 약간 익숙해질듯 말듯 할 무렵.
갑자기 관객석에 불이 켜진다.
오잉? 당황도 잠시.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도발이다.
김재덕은 그렇게 열심히 테스토스테론을 내뿜으며 춤을 추다가, 별안간 멈추어 서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눈을 맞추고. 약간 부끄러운 듯 당돌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아예 변방연극제의 리플렛을 들고 그것을 읽고, 아예 공연의 주제에 대해 미리 언급을 하기까지 한다.
김재덕: (자신의 동료 무용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은 제 양심입니다.
‘꺅. 이것은 반칙이야! 아니. 아니? 예술에 반칙이 어디 있어?’
김재덕은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유머감각으로 무대와 관객사이의 벽을 한순간에, 순식간에, 손쉽게 허물어 버린다.
대 to the 박.
그 마음이 얼굴로 새어나와, 나는 좀 소리 내어 웃었다.
공연을 보기 시작할 때의 긴장감이 한순간에 모두 녹아내린다.
아, 이 남자 연애를 좀 할 줄 알겠군?
비유를 하자면 이것은 마치 연애를 할 때 내가 정한 룰-여기까지만-을 상대가 미리 언급 없이 능청스럽게, 당돌하게, 허를 찌르며 공격해올 때-‘꺅. 이것은 반칙이야! 아니. 아니? 연애에 반칙이 어디 있어?’-의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김재덕이 ‘자신의 양심’이라 칭한 남자 무용수는 김재덕의 발목을 잡는다. 붙잡고 늘어진다.
그러다 누가 김재덕인지 김재덕의 양심인지,
관계는 서로 뒤섞인다. 서로 의지하거나, 종속되거나, 독립되고, 전복된다.
일률적인 패턴의 찐한 일렉기타와 드럼소리를 배경으로 두 김재덕은 춤을 춘다. 그렇게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부른다. 가사는 솔직하다. 귀여운 론리보이 김재덕의 자아와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렇게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노래한다.
노래를 부르다 춤을 춘다. 춤을 추다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 아예 김재덕1은 무대에 드러눕는다. 김재덕2가 스탠딩 마이크를 손에 들고 드러누운 김재덕1의 입에 마이크를 대어준다. 김재덕 1은 무대위에 능청스레 안방처럼 드러누워서는 서정적인 노래를 부른다.
으아. 진짜 제멋대로구나! 하지만 난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빵터진다. 물론, 재밌고 좋아서.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 춤을 춘다.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부른다.
이번엔 김재덕1이 스탠딩 마이크를 손에 들고 김재덕2의 입에 가져다 댄다. 이번엔 김재덕2가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공연은 끝을 맺는다.
호롤롤롤롤로롤로. 공연을 보고 난 직후의 나는, 당장이라도 김재덕의 팬클럽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다. 에둘러가지 않는 그의 솔직함과 당돌함이, 능청스러움과 유머감각이, 예술로서의 무게감을 잡지 않는 것이.
공연장을 통째로 뒤집어엎는다.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자신의 장르를 만들어 내는 예술가. 그를 보며,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언어에 집중을 하는 것.
그러니까
창작자여,
네 멋대로 하세요!
p.s. 우스개로 한마디 더. 김재덕은 공연 중간에 웃통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이것은 필시 나와 같은 여성관객을 위해. 상업성을 노린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정말 그럴 작정이었다면 그의 판단은 무척 탁월했다.
2010 0902-0919
내가 의심하며 함께 하는 또 다른 나와의 내면적 갈등.
몸 안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나와 현실의 내가 느끼는 혼란을 춤추는 두 무용수가 노래와 춤의 릴레이로 이끌어간다.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교감 또는 대치하면서 사회가 규정한 틀 속에서 분출하지 못한 에너지라는 주제를 표현한다. 새로운 형태의 댄스컬을 창출하되 전문화된 무용수로써의 훈련성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김재덕 프로젝트의 <awake>는 인간의 양면성을 다루고 있다. 선과 악이 아닌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양면성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의 나, 내가 하고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이 다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고민하는 양면성을 추상적인 움직임과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김재덕 ㅣ KIM Jae-duk
안무가 김재덕은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에서 수학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과정에서 수학하고 있다. < Simchung GuyZ>, <다크니스 품바>, <조커스 블루스>, <심청 가이즈> 등의 작품을 안무하고 출연하였다. 그의 작품은 일본이나 스위스, 인도네시아등 외국에서 초청되어 호평을 받은바 있다. 현재 LDP무용단의 단원이며, 모던테이블의 대표이다. 판소리와 락 등의 시대와 장소의 맥락들을 가로지르며 새롭게 배치하고, 충돌시키면서 새로운 에너지로 만든다.
모던테이블-김재덕프로젝트 ㅣ Modern Table-KIM JAE DUK PROJECT
모던테이블-김재덕프로젝트는 안무가 김재덕을 주축으로 장르간 열린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젊은 단체다. 컨템포러리 댄스를 중심으로 하며 그 이외에 뮤지컬, 판소리, 록(ROCK), 힙합 등 장르간 경계를 두지 않는 작업을 추구한다. 노래하는 무용수, 객석과 무대의 경계 허물기 등 예측할 수 없는 신선한 발상과 실험으로 관객과 국내외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문화적 감성을 아카데믹한 테크닉과 속도감으로 풀어내며, 한국적 소재를 동시대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을 거치며 단체만의 색채를 다져가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다크니스 품바>, <조커스 블루스>, <심청가이즈>, <어웨이크>, <클라커> 등이 있다.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
장래희망은 따뜻한 할머니.
홍시의 '홍'을 90도 각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아아'가 되어 아아시이다.
아직은 덜 익은 감이지만 어서 잘 익은 홍시가 되고 싶은 떫은 20대.
2008년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로베·르네 집'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형식의 연극으로 참가하고, 인디언밥에 리뷰가 실린 것으로 첫 인연을 맺어, 2010년 4월부터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스태프와 인디언밥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보다는 예술가를, 그저 예술가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예술가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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