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8. 13:34ㆍFeature
[프리뷰 인 프리뷰]
축제 밖 축제, 프리뷰 속 프리뷰
글_정진삼
▲2012년 제 14회 변방 연극제 포스터 (7.4 ~ 7.20)
인디언밥의 여름특집입니다. 주제는 ‘축제’ 입니다. 지난 계절에도 다루었건만 또다시 7월과 8월에 벌어지는 공연예술축제에 더-더욱 주목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지금, 여기의 독립예술이 ‘여름’ 이라는 축제 시즌에만 한시적이고 특별한 형태로 세상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에 인디씬의 여름은 어느 때보다도 보고 들어야 할 게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겨우내 기획하고 봄에 준비하여 여름에 선보이는 행사들은 그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이 돋보입니다. 변방, 젊은, 어린이, 국악, 텃밭, 마을, 락, 클래식 그리고 자유. 이들 여름 축제들은 여러 아티스트들과 규합하고 숨어있던 관객들을 총-동원하여 평소와는 다른 초-능력을 선보입니다. 결집된 에너지들이 전해주는 묘한 흥분과 열기가 충만한 시간이지요. 우리가 언제 못나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충만한 공간이기도 하구요.
▲2012년 제 3회 성미산 동네연극축제 포스터 (7.13 ~ 7.22)
한편으로는 독립예술계 ‘안’ 에서 은연중에 무시와 무리와 무법이 나타나는 때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행사가 잘되기 위해 남의 잔치를 무시하게 되고, 축제의 변별력을 위해 속보이는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 미디어에 대한 관심 유발을 위해 예술가들 간의 위계를 조장하게 되는 -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을 법한 -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그런 연유로 그동안 예술 생태계를 위해 심사숙고 해왔던 축제 기획자들에게 정신적 해이가 찾아오기도 할 것입니다. 이번을 어떻게든 넘겨야 내년 지원금이 보장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일까요. 그 절박한 마음을 모를 리 없지만, 올해 축제를 하는 이유가 내년에도 후년에도 무사히 축제를 하기 위해서라면 - 혹은 그렇다고 해도 - 최소한 관객을 담보 혹은 실험 대상으로 삼아 오늘을 대강 수습하거나 회피하려는 무책임과 무사안일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자면 잘못을 모른 척 눈감아주는 게 아니라, 지적하고 꼬집어 주며 일깨워 줘야하는 것이겠지요)
▲2012년 제 20회 아시테지 여름축제 포스터 (7.10 ~ 7.21)
너나 잘하세요, 나나 잘하자, 우리모두 잘되자-와 같은 속보이는 빈말은 이제그만, 본격적으로 주최측의 속내도 풀어보고, 관객들의 응원/야유/불만/감동/수다/비평/격려로 나타난 막말과 참말 또한 귀담아야겠지요. 그리하여 인디언밥은 특집 기간동안 “축제를 가다” 와 “축제를 말하다” 라는 코너를 마련하였습니다. 신나게 혹은 뿔나게! 지났거나 혹은 다가오고 있는 축제들에 대해 떠들어볼 생각입니다. 모두에게 특별한 여름이니만큼, 축제하고 있는 동료들이 어떻게 기운을 내고, 또 고민하는지 살펴보아야겠지요.
소개도 좋고, 예찬도 좋고, 후기도 좋고, 작품평도 괜찮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말과 글이면 대-환영입니다. 7월과 8월 동안에는 축제에 대한 여러분들의 ‘말’ 이 인디언밥의 주된 목소리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앗, 그러면 칠팔월의 인디언밥도 “축제에 대해 떠드는 축제”가 되는 건가요. 그런 취지로 샘플하나 심플하게 나갑니다. 축제 밖의 축제, 프리뷰 속의 프리뷰입니다.
[축제를 말하다] 2012 프리뮤직페스티벌, 대한민국공연장 습격사건 자유, 음악, 축제 글_정진삼
▲2012년 프리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7.9 ~ 7.15)
이 축제를 보라. 내년을 기약하지 않는 축제가 여기에 있다. 축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속-시원하면서도 속-상할까마는, 다만 내일(來日)의 일들이야 제쳐두고 오늘의 관객들에게 충실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것, 그것은 현대로 넘어온 고전음악들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본 축제는 "free" 와 “music"을 따로 또 같이 외친다. 프리뮤직. 공짜음악 다운로드(download)가 아니라 음악의 자유로움에 대한 리로드(re-load)다. 이천년대를 지나오면서 주최측이 꿈꾸어온 미래였고, 이제 곧 선보이게 될 방방곡곡의 연주회, 다름아닌 클래식 페스티벌<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사건>이다.
축제의 기원은 “하우스 콘서트” 이다. 실험음악, 무대음악을 전공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가 자신의 집에서 간이 연주회를 열면서 시작된 관객과 음악가들의 만남. 일종의 ‘가정 음악회’ 로도 볼 수 있겠다. 고급 예술을 표방하는 클래식에다 대저택이 연상되는 가정 음악회라니 ‘독립예술’ 과는 왠지 거리가 멀 것 같지만, ‘하우스 콘서트’에서 선보인 연주들이야말로 독립예술적 시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우스 콘서트" 의 정경(출처: 프리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
하우스 콘서트는 아마추어를 위해 마련된 사적인 가정 음악회의 성격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관객들이 프로의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정부의 예술 교육이나 문화 행정이 제대로 하지 못한 공공의 임무를 도맡아 왔던 것이다. 이 정도면, 현대 연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극장 운동’ 에 필적하는 수준의 실천이다. 한 주에 한번 클래식 전공자 혹은 다양한 뮤지션들에게 연주회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던 것이 어느덧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한국 음악연주사 혹은 한국 공연사에 ‘길이’ 남을 사건인 셈이다.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의 20여개 공연장에서 60여팀의 아티스트들이 총 100회의 공연을 펼친다다. 대체로 집중된 장소에서 기를 모아 터뜨리는 ‘에네르기파’ 식의 축제와는 다르게 “프리뮤직페스티벌” 은 오히려 공간을 분산시키고, 전국적인 음악인 네트워크를 가동시키는 신출귀몰한 ‘순간이동’ 식의 축제다. 일주일동안 전국에서 각양각색의 클래식 공연이 벌어질거라 생각하니 상상만으로 마음 한 켠이 설렌다. 아마도 이 주간은 이 땅에서 클래식의 라이브 선율이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시간이 아닐까. 고급예술을 향유한다고 도리어 외면을 당하는 소박한 클래식 애호가의 마음은 이렇게 애틋하다.
클래식 음악은 민중의 삶과는 무관한 엘리트주의적 부르주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하게 관객과의 자리를 마련하고, 음악인들을 지지해 왔던 하우스 콘서트의 실천이 퍽 놀랍다. 억압과 소외를 거부하는 예술, 중심과 주변을 차별하지 않는 예술, 상업과 비순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예술, 시즌과 일상을 구분하지 않는 예술이 독립예술의 참 모습이라면, 하우스 콘서트와 그간 쌓아온 음악적인 네트워크로 구현된 프리뮤직 페스티벌이 그 본보기라 할 수 있으리라. 독립예술은 ‘말’ 뿐인 정신 보다는 ‘몸’ 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무래도 낫다.
이렇게까지 축제를 말했으니, 축제에서 즐기는 것은 전국 관객들의 몫이다. 속보이는 반말은 이제 그만, 서울에서부터 거제도까지 대한민국의 공연장들이 어떻게-얼마나 습격당하는지 가서 두근두근 지켜보련다. 하여 이 축제를 가보시라. 프리, 뮤직, 페스티벌!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사건" 축제 로고 (출처: 프리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
"2012 프리뮤직 페스티벌"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freemusicfestival.net/ 하우스 콘서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freepian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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