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2. 02:18ㆍFeature
▲ 서울시내 대표적인 마을극장인 성미산마을극장 내부 (출처 : 성미산마을극장 웹페이지)
극장 동네, 동네 극장
극장들이 밀집해있는 연극 동네에 동네극장이 들어선다. 혜화동 로터리 북쪽, 오프 대학로가 위치한 구역에 있던 '신나라극장' 이 '혜화동네극장' 으로 재개관을 한 것. 90년대 중반 개관한 관객석 100석 규모의 극장은 2000년대 들어 경영난에 처하고, 그 이후 민간사업자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주체가 변모해 왔다. 근근이 유지되던 신나라 극장은 결국 운영난을 이유로 작년 5월에 문을 닫게된 것.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 몇몇이 뜻을 모아 이 공간을 인수할 계획에 착수하였다.
재작년부터 변경된 예술지원금 정책에 따라 공공극장의 지원 및 대관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이른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는 젊은 작가와 연출가들의 작품들이 모조리 심사에 탈락하게 된다. 공연 공간을 섭외하기 어려웠던 이들의 눈에 띈 것은 바로 폐관된 신나라 극장. 연극인들은 술집으로 리모델링하려던 건물주를 두달동안 설득하여 극장의 시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10년간의 임대료를 선지급방식으로 해결하여 여기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응당 가난한 것으로 알려져있는 연극인들이 어떻게 상당 금액의 임대료를 마련했을까? 극장 인수를 고민하던 이들은 '조합적 운영방식' 을 떠올리고, 이에 대해 여러 극단과 기획자들의 자문을 구했다. 극장에 대한 공동 사용과 운영권에 대해 상당수가 동의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연극 예술가를 대상으로 협동조합 공고를 낸 것. 이에 동참한 젊은 연극인이 300여명에 달했고, 구청의 도움을 받아 지역주민과 관객들에게까지 확대되어 조합원이 800여명에 달하는 ‘중형’ 규모의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초기 출자금으로 '혜화동네극장'의 2년치 임대료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은행으로부터 저리 대출을 받아 3년동안 상환함으로써, 극장 동네에 동네 극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 극장들이 밀집되어있는 연극동네 대학로의 지도, (출처 : 서울연극센터 웹페이지)
조합의 실질적인 사업이 동네극장의 운영이기에 창작자 조합원에게는 균등한 사용 기회가 배분된다. 재미있게도 조합원들이 출자한 금액은 모두 '시간' 으로 환산되어, 그 만큼의 극장의 사용기회를 할당받을 수 있다. 10인으로 구성된 기획 위원회의에서는 연중 두달이상을 주민과 관객조합원 중심의 공연을 올리기로 협의하였고, 20대 연극인과 여성 연극인에게 공연 피크시즌인 5-6월과 9-10월을 할당하여 공연할수 있도록 결정하였다.
동네극장의 운영방침은 1년 중 극장점검기간인 10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운영위원회가 제시한 세부 사업을 들여다보면, 오전에는 극장투어 및 관객계발 프로그램, 낮에는 낭독극장, 저녁에는 공연 등 하루종일 연극관련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300명에 달하는 연극인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이미 차고 넘쳐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열린 극장' 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운영진인 제13언어 연극스튜디오 프로듀서의 말이다.
이러한 극장 운영 취지에 공감한 서울시는 극장 앞에 '반값식당' 을 열 계획이다. 인근의 '아름다운 상점' 에서는 혜화동네극장에서 나온 공연 의상과 소품을 일괄 구매하여, 관객 조합원들이 구입, 소장할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조합의 후원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젊은연극인들의 제작비 절감은 물론, 재활용 문제도 더불어 해결할수 있게 되었다.
▲ 혜화동네극장의 내부정경, 100석 내외의 여타 소극장과 유사한 구조이다
대학로 젊은 연극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홍대의 인디뮤지션들이 설립한 자립음악발명자조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하게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놓인 젊은 무용과 젊은 국악 또한 '극장' 이라는 예술공간을 주축으로 한 협동조합을 연내 결성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학로의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캠프는 예술가들의 협력적 '자립' 과 자발적인 '경제' 에 대해 공간 주선 및 컨설팅 등 아낌없이 조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일각에서는 작은 공간에 너무 많은 창작자들이 모여서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는 경고와 연극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그간 근거리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했던 창작자들간에 네트워킹이 생긴 것과 양적으로 다양성이 도출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혜화동네극장의 개관작품은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제비뽑기에 성공한 극단 상상만땅극장 소속의 김만훈 배우의 일인극 <인생은 꿈>(페드로 칼데론 작)이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4월1일부터 5일 오전타임까지 혜화동네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신줄 기자 (indienbob@hanmail.net)
기획픽션 (Producing fiction) @ 인디언밥 예로부터 시인은 앞날을 예견하고, 역사가는 현재를 기술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가와 평론가의 사이에 있는 ‘기획자’ 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획픽션은 그 어떤 생산기반도 소유하지 못한 프레카리아트(precariat)인 젊은이들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상상력을 이용하여 허구의 공연, 상상속의 축제, 가상의 기획을 지면상에서 펼쳐보이고자 합니다. 우리는 밝은 비전과 암울한 미래를 동시에 제시합니다. 한편으로 기획픽션은 우리가 계획했으나 실천되지 못하고 버려진 기획서들을 재활용합니다. 각종 공모에 입상하지 못한 야심찬 미래 기획들, 이른바 시기를 잘못 타고난 변혁의 걸작들이 여기서 소개될 것입니다. 독립예술가와 독립기획자들은 제도에 순응하는 자들이 아니라, 제도를 넘나들고, 제도를 혁파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시작은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기획자 여러분의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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