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9. 10:52ㆍLetter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 반이 넘었지만, 1월은 어쩐지 적응 기간 같지 않나요? “이제 진짜 새해”라며 설날까지 기다렸다가, 아예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조금 더 뭉개보았습니다. 예전엔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물쩡거리기도 했으니 아주 늦은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봅니다.
인디언밥의 세 편집위원은 무려 1년 반 만에 만났습니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new year new me” 를 다짐하며!! 우리의 새출발을 이 레터로 선포!!! 하고 싶지만, 사실 편집위원 채민을 보내주는 자리였습니다. 저와 불나방은 각자의 창작 활동 외에 풀타임 잡을 하고 있고요. 삶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 영문도 모른 채 쓸려가는 기분입니다. 새해를 맞아 점이라도 봐야 하는 걸까요?
사실 요즘은 타로를 배우고 있습니다. 점 같은 거 안 믿는데…솔직히 너무 재밌습니다. 시간이 훅 지나갔고, 함께 배우는 친구들이 제가 모든 카드에 너무 크게 신기해한다며 웃었습니다. 재밌는 걸 어떡하겠습니까. 새해를 맞이하기 이렇게 좋은 자리가 없지 않겠어요? 내가 어떤 조류에 휩쓸리고 있는지, 그래서 잘 될 건지 말 건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탁이라도 내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타로 리더가 되는 길은 영적 Leader가 되는 게 아니라 Reader가 되는 것이더라고요. 한 번은 “2025년 나의 성취”를 드러내는 카드를 뽑았다가 도무지 카드의 뜻과 제 2025년이 연결되지 않아 고개를 저었습니다. 뜻이 한 다섯 개쯤 되는 것 같았는데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 카드의 숫자가 가진 의미를 알려주었고, 전 그제야 얘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삶을 어떻게들 해석하고 계신가요? 저는 일종의 얼터너티브(Alternative) 같은 것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너의 삶”이라며 요구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독립예술 어쩌구 하는 인간이 되었고요,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라며 사람들이 박수 쳐주니 되려 그 전에 시민으로서 책임 같은 게 있다고 소리치며 바다 건너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여행 중엔 오랜만에 옥상달빛의 새 노래를 들었습니다. “폭풍 속에서 울거나 빗속에서 춤추거나 (…)선택할 수 있”다는 노래를 들으며 조금 울었습니다. 제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각에 괴로워하고 있던 때였거든요. 자유롭고 싶었는데, 겉보기엔 이렇게 자유로운 삶인데 어쩜 이렇게 힘들어했는지.
제가 제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무한한 자유를 갖는 것보단, 제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일인 것 같아요. 자기 삶의 서사를 세상의 눈이 아닌 제 시선으로 구성할 수 있는 힘이 제게 필요한 자유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전 어떤 생활을 하든 여전히 예술가로 살아갈 것이고, 어차피 삶은 비에 젖어 울거나 폭풍 속에서 춤추는 것 사이의 과정이니까. 아름다운 실수를 이어가듯 터진 신발과 아픈 허리를 붙들고 계속.
달력도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새해 역시 대단한 단절이 아니고, 다 그냥 우리끼리 연극하듯 약속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 덕에 우린 나름의 방식으로 회고하고 다짐하며 의미를 부여할 기회가 생기죠. 타로의 신이 오라클을 내려줄 일은 없겠지만 우연히 뽑힌 카드를 보며 삶을 해석할 수는 있을 겁니다. 우리 앞에 떨어진 여러 의미를 경유해서 삶을, 시대를, 도시를, 다시 연극 한 편을 해석해 봅니다. 잊고 있었지만 그건 정말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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