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늘을 기억하는 연극

 

오늘을 기억하는 연극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1. 이 연극이 불편한 두 가지


드림플레이의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는 제목에서 보듯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목이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연극을 보게 된다. 이것은 연극을 보는 데 있어서 몰입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연극을 편안하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불편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연극은 90년대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운동권이라는 같은 경험을 나눈 91학번들이 30대가 되어 다시 만나 나누는 후일담이다. 그래서 그들이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90학번이고 PD계열의 풍물패에 있었던 나게는 무척 반가운 연극이었고, 옛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대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대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도 운동권과 거리를 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연극임에는 틀림없다.








2. 불편하기 때문에 색다른 연극


 질문의 형식을 띤 제목이 주는 불편함과 네 명의 배우들이 나누는 한정된 경험 이야기가 주는 불편함은 불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생각을 요구하고, 시대의 아픔을 겪었던 그 당시의 20대를 통해 오늘의 시대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얘기하고 있다.

 감상이 아니라 생각을 요구하고 개인이 아니라 연대를 얘기하는 연극은 흔치 않다. 이 연극은 후일담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은 미래의 후일담이 될 오늘을 얘기하고 있다.




 ‘오늘의 책’은 연세대 앞에 있던 인문사회과학 서점이었다. 그 ‘오늘의 책’이 다시 문을 열었다. 헌책방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서점처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네 명의 친구들은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 한다. 유정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옛 노래의 가사를 기억하고, 재하의 열변은 그 옛날 선배들 앞에서 한 열변과 똑같고, 서로에 대해 기억하는 에피소드들처럼 우정을 기억하고 있다. 타인의 기억 속에 있는 ‘나’는 ‘우리’이다. 여전히 그들은 개인이 아니라 유정에 대한 공통된 애정처럼 서로 묶여 있다. 마치 헌책방의 책들처럼 묶여있다.

 그럼 변한 것은 무엇일까? 소설가가 된 현식. 문화부 기자가 된 광석. 독립영화감독이 된 재하. 학원 강사를 하다가 헌책방을 연 유정. 그리고 시대. 

흔히 시대가 변했다고 한다. 시대가 변했으니 사람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적자생존을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다. 이것은 적응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생존한다는 적자생존의 공포에 사람들은 겁을 먹은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허구다. 세상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물질의 상태일 뿐이다. 기술의 발달과 과학의 발달은 발달만으로 사람에게 공포를 주지 않는다. 공포는 속도에서 나온다. 끊임없이 나오는 신제품. 그리고 그 신제품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에 대한 예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들. 그 소비 속에서 잊는 것들. 그것은 ‘우리’다. 적자생존 속에는 ‘우리’는 없다.


 유정은 ‘오늘의 책’을 다시 연 이유로 ‘쉴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속도의 공포 속에서 잠시 쉬어갈 공간. 이 연극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를 들춰내며 잠시 쉬어갈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적자생존 속에서 바쁘게 살아왔던 네 친구들은 이제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헌책방에서 화해를 한다. 그들의 화해는 단순한 우정의 회복이 아니라 ‘우리’의 회복이다. 자신의 주장이 강했던 과거의 X세대의 ‘우리’의 회복은 다시 오늘날의 20대를 위한 충고 일지도 모른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속도전에 뛰어드는 오늘의 20대에게 잠시 쉬어가자고 제안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3. 오늘을 기억하는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 질문은 장소를 묻는다. 장소를 묻는 것으로 봤을 때 ‘오늘의 책’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곳으로 사라졌을 뿐이다. 그 곳이 어딜까? 유정이 다시 연 ‘오늘의 책’이 아마 힌트가 될 것이다. 연극의 시간은 ‘오늘의 책’이 헌책방으로 다시 문을 연 날이다. 바로 오늘이다. 아마도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에 답은 ‘오늘’일 것이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을 현재로 끄집어내는 행위이다. 이 연극이 후일담의 형식을 띤 것도 ‘오늘의 책’을 현재로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다. 과거와 겹쳐진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연극이고, 다시 미래의 어느 날 ‘오늘’을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된다.

 헌책방으로 다시 문을 연 ‘오늘의 책’에서 만난 네 친구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그들이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것만큼 잘못된 삶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오늘’이야 말로 가치 없이 산 것은 아닐까? 미래의 어느 날 ‘오늘’을 기억할 수 있으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2009. 06. 17 (수) ~ 2009. 07. 05 (일)
평일 8시 | 토요일/일요일 4시, 7시 | 월요일 공연없음
대학로 연우무대 소극장

작/연출_ 김재엽
출연_ 선명균, 우돈기, 김원주, 김유진
공연문의_ 02-745-4566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1만권의 책들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헌책방에서 벌어지는 91년, 92년 학번들의 추억담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는
2006년 초연 당시 실제 헌책방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양의 책과 서고로 진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대학로 인문사회과학 서점 이음아트, 밀양연극제,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등의 다양한 곳에서 공연되었다.

2006. 3.24-4.2 혜화동일번지4기 동인 페스티벌 <대학로 컴플렉스> 참가
2006. 10.24-11.19 드림플레이 정기공연 혜화동일번지
2007. 1.22-1.31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아르코예술극장 차세대예술가 부문 선정작
2007. 1-12. 서울문화재단 시민문예지원사업 선정작 - 대학로 이음아트 책 읽는 시민들을 위한 무료공연
2008. 8. 밀양연극축제 젊은연출가전 참가
2008. 10. 18-19. 경기문화재단 우수작품 창작발표 선정작 -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별무리극장 

오랜만의 대학로 나들이에 준비하는 이도 기다리는 이도 설렌다.
무대에서 만나는 1만권이 넘는 책들, 오래된 책 냄새는 30대들에게는 추억을,
20대들에게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